[영화 후기] 2025년 1월 1주차 관람 영화 결산
1. 아침바다 갈매기는 (The Land of Morning Calm, 2024) |
장르 : 드라마, 가족
감독 : 박이웅
주연 : 윤주상(영국), 양희경(판례), 박종환(용수)
상영 시간 : 1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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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된 야만, 동해의 한 어촌에 회의감을 느낀 용수가 영국의 도움을 받아 자살한 척 위장해 마을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개인적으로 잔잔한 독립영화를 생각했습니다만, 만반의 대비로 준비한 자살위장극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폭풍같이 몰아치는 스토리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배우들의 쏟아지는 엄청난 감정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영화였는데, 담백과는 거리가 있는, 감정의 베일로 두 겹을 감은 듯한 영화이기에 이 부분은 취향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의도적인 연출이 섞여 있기는 했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바를 생각해 본다면 나름 적절히 섞였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도 있는 한국 독립 영화를 보고 싶은 분, 스스로 몰락해 가는 폐쇄적인 어촌의 모습을 다룬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2. 시빌워: 분열의 시대 (Civil War, 2024) |
장르 : 액션, 전쟁, 대체역사물, 스릴러
감독 : 알렉스 가렌드
주연 : 커스틴 던스트(리 스미스), 와그너 모라(조엘), 케일리 스패니(제시), 스티븐 맥킨리 헨더슨(새미), 제시 플레몬스(군인)
상영 시간 : 109분
추천
대통령 3선, FBI 해체 등, 부임 후 독단적인 행태를 보인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분열되어 내란에 휩싸인 미국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기자단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 D.C.로 향하는 로드무비이며, 전쟁의 참상을 담아내는 기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초를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치고박는 전쟁 영화라기보다는 전쟁을 마주한 기자, 혹은 개인의 시점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생각보다 잔잔하며, 그로 인해 사건 하나하나의 임팩트가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만 거대한 설정 속에서 다루는 주제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전쟁 속 사람을 살리는 것과 중립을 지키는 기자 정신 사이에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관객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잔잔하게 전쟁의 참혹함과 이에 간섭하지 못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3. 밀레니엄 맘보 (Millennium Mambo, 2001)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감독 : 허우샤오셴
주연 : 서기(비키), 투안 춘하오(하오하오), 고첩(잭)
상영 시간 : 106분
비추천
16살의 비키는 하오하오라는 남자에게 이끌려 술, 마약 소굴을 전전하는 비키의 10년 전 이야기를 다룹니다. 우선 영화가 상당히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 섞여 있으며, 내레이션이 없다면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서사 등 이와 같은 요소들이 대중에게 난해하게 다가올 영화였습니다. 다만 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올해를 시작하는 영화 중 최고였습니다. 오스 야스지로에게 영향을 받은 깊이감 있는 구도가 상당히 인상적이고, 원테이크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카메라 패닝과 줌아웃이 하나의 예술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향락가를 떠도는 비키의 이야기 또한 영화이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음악, 술, 돈, 마약 등 원초적인 자극에 이끌려, 상처받고, 위협받으며, 빛이 간신히 들어오는 어두운 영역임에도 그곳을 그리워하며 발걸음을 되돌이키는 20대의 야생적인 본능을 비키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재관람하며 완벽한 샷들과 이에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느껴보고 싶네요.
4. 알레고리, 잇츠 낫 미 (An Urban Allegory / It's Not Me, 2024) |
장르 : 판타지, 드라마 / 바이오그래피, 드라마
감독 : 알리체 로르바케르, JR / 레오스 카락스
주연 : 레오스 카락스, 나임 엘 칼다위 / 레오스 카락스, 드니 라방, 나스탸 골루베버 카락스
상영 시간 : 62분 (21분/41분)
비추천
레오스 카락스가 등장하는 짧은 두 단편을 묶어 만든 작품입니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작품이 연달아 나오고, 난해한 연출과 내용이 나오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첫 작품은 '더 원더스', '키메라' 등의 작품을 만든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과 JR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한 알레고리라는 작품입니다. 현실과 공상의 경계선에서 도시를 바탕으로 자유로이 상상력을 펼치는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해 꽤나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두 번째 작품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과 현시대를 바라보며 느낀 자신의 생각을 펼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화자의 직접적인 생각을 표출하는 작품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작품성이 좋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 그리고 남용되는 영상 제작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정성스러운 영화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겐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꽤나 와닿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러브 레터 (Love Letter, 1995) |
장르 :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 이와이 슌지
주연 : 나카야마 미호(와타나베 히로코/후지이 이츠키), 사카이 미키(후지이 이츠키/女/중학생), 카시와바라 타카시(후지이 이츠키/男/중학생), 토요카와 에츠시(아키바 시게루)
상영 시간 :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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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실족하여 사망한 남편, 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의 인물에게 편지를 보내며 우연히 만나게 된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의 얘기를 다룹니다. '오겡끼 데스까?'라는 외침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한국에 강렬한 임팩트를 주었던 영화이며,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재개봉하여 관람하고 왔습니다. 故 나카야마 미호 배우의 1인 2역의 연기도 흥미로웠고, 두 인물이 후지이 이츠키라는 인물로 인해 이따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그들의 감정을 재발견하고, 교류하는 구도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꽤 오래된 영화이다 보니 연출이 다소 촌스럽거나, 편집 타이밍이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곁가지로 붙은 주변인 이야기들이 메인 스토리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언급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방법을 영화는 무척이나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서사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신파로 영화 막바지에 설산에서, 병동에서 외치는 안부 물음이 간절하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겨울이면 기억날 일본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6. 베라 크루즈 (Vera Cruz, 1954) |
장르 : 모험, 서부극, 드라마, 범죄
감독 : 로버트 알드리치
주연 : 게리 쿠퍼(벤자민 트레인), 버트 랭커스터(조 에린)
상영 시간 : 9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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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좇는 벤과 조가 귀족 부인을 베라 크루스까지 호송해 달라는 멕시코 국왕의 의뢰를 받고 여정을 떠나다, 마차에 실린 수많은 돈을 보며 생각이 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부인 호송, 마차 보호라는 공동의 임무를 부여받고 베라 크루즈로 향하는 이들이지만, 정반대의 생각을 지닌 네 세력이 손을 잡기도, 혹은 맞서기도 하며 벌어지는 치열한 수싸움과 총격전이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연출이 오래되었다는 단점이 존재하지만, 이와 같은 스토리 전개라면 다시 영화관에서 봐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고전 서부극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7. 플란다스의 개 (A Dog of Flanders, 1960) |
장르 : 드라마
감독 : 제임스 B. 클락
주연 : 데이비드 라드(네로 다스), 도널드 크리스피(예한 다스)
상영 시간 :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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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플란다스의 개'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원작과의 차이점이라면, 유명 화가가 극 중간부터 등장해 네로와 교류하고, 네로가 사망하는 배드 엔딩이 아닌, 그림 콘테스트에서 승리하고, 아로아 가족에게 입양되는 행복한 결말로 변경되었습니다. 보면서 든 생각은... '생각보다 괜찮다.'였습니다. 옛 영화이기에 올드한 연출이 곳곳에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하고, 네로와 할아버지가 직접 수레를 끄는 장면, 네로를 버렸던 원래 주인이 풍차에 부딪쳐 사망하는 연출 등 여러 장면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더 깊게 다가오는 면이 있었습니다. 가족 영화를 지향해 해피 엔딩으로 바뀐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으나, 이 정도면 당대 영화관에서 관객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설 플란다스의 개를 실사화한 작품 중에서 독특한 각색을 지닌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