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단 후기

[영화 후기] 2024년 9월 3주차 관람 영화 결산

무비서포터 2024. 9. 29. 17:22
1. 그녀에게 (Blesser, 2023)

 

 

장르 : 가족, 드라마

감독 : 이상철

주연 : 김재화(상연), 성도현(진명), 빈주원(지우), 이하린(지수)

상영 시간 :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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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력 있는 정치부 기자로 승승장구하던 상연은 자폐를 가진 지우를 출산하며, 자폐아 부모로 넘어야 할 현실의 장벽들을 마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근에 화제가 되었던 '우영우' 드라마가 꿈같은 이야기라면, 영화 '그녀에게'는 '말아톤'과 같은 자폐 부모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긴 시간대의 기승전결이 잡히지 않은 서사 구조를 통해, 이 이야기가 현실에 기반한 하이퍼 리얼리즘임을 알 수 있죠. 자폐 부모가 겪게 되는 제어할 수 없는 아이, 병원 면담, 타 부모들의 원망, 은근한 경멸의 시선 등 여러 장벽들이 차갑고,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결말은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탈출구 없는 감옥 같은 삶을 견뎌온 상연이 희망적인 소망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엔딩이 펼쳐지는데, '과연 자폐를 가진 사람들과 일반인들이 어울리는 세상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으로 인해 막막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밝은 결말을 통해,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들의 소망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나름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폐아를 둔 부모의 삶을 다각도로, 심도 있게 다룬 영화를 보고 싶은 분, 김재화 배우의 열연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2. 장손 (House of the Seasons, 2024)

 

 

장르 : 가족, 미스터리, 드라마

감독 : 오정민

주연 : 강승호(성진), 우상전(승필), 손숙(말녀), 차미경(혜숙), 오만석(태근), 안민영(수희), 정재은(옥자), 서현철(동우), 김시은(미화), 강태우(재호)

상영 시간 : 121분

 

추천

 

 제삿날, 3대 독자 집안인 성진의 대가족이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보며 감탄했습니다.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 그리고 현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 각 세대의 생각, 고충, 그리고 희생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보통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산발적인 이야기가 모이면 군더더기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는 놀랍도록 개성 있고, 자연스러우며, 조화롭게 인물과 이야기가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마지막 엔딩마저도 마음 한편이 갑갑해지는 충격적이고, 훌륭한 엔딩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올해 제가 본 한국 독립 영화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영화이며,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집약해, 축소판으로 보여준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3. 새벽의 모든 (All the Long Night, 2024)

 

 

장르 : 드라마

감독 : 미아케 쇼

주연 : 마츠무라 호쿠토(야마조에 타카토시), 카미시라이시 모네(후지사와 미사)

상영 시간 : 119분

 

추천

 

 PMS(월경전 증후군)을 앓는 후지사와와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가 만나,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도우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이 있으며, 일본 영화스러운 인물, 상황들이 곳곳에 연출되고 있습니다. 미아케 쇼 감독의 이전 작품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는 보여주었던 무거운 분위기와 달리,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서로에게 별이 되어주며,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연대를 담아낸 이야기로 부담 없이, 힐링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1939)

 

 

장르 : 드라마, 역사, 로맨스

감독 : 빅터 플레밍

주연 : 클라크 게이블(레트 버틀러), 비비안 리(스칼렛 오하라), 레슬리 하워드(애슐리 윌키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멜라니 해밀튼), 토머스 밋첼(제랄드 오하라), 바바라 오닐(엘렌 오하라)

상영 시간 : 233분

 

추천

 

 남북전쟁에 휘말린 남부 여성 '스칼렛 오하라'가 재앙을 목격하고, 살아남기 위해 악바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중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되어 제작된 영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엄청난 스케일과 등장인물들의 복식, 집 구조와 내부 가구들까지, 엄청난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당대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것에 걸맞게 엄청난 몰입도를 보여주며, 233분이라는 긴 시간임에도 끝까지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남부 미국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인종차별적인 시각과 북부 미국인에 대한 혐오스러운 감정이 섞여 있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영화를 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의 역작이며, 지금 보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고전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5. 원스 (Once, 2006)

 

 

장르 : 드라마, 로맨스, 음악

감독 : 존 카니

주연 : 글렌 핸사드(그), 마케타 잉글로바(소녀)

상영 시간 : 86분

 

추천

 

 길거리에서 공연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그'의 앞에 '소녀'가 나타나 부르는 자작곡 가사의 '그녀'를 물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음악적 재능이 있는 '그'를 '소녀'가 꿈을 이루게 도와주며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가까워집니다. 그러나 둘의 노래는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여전히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친구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소녀'는 결혼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머니였기 때문입니다. 둘 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버림받았지만, 그들을 필요로 하며, '그'의 옆에 '소녀'가, '소녀' 옆에 '그'가 있어준다면 완벽하겠지만, 마음이 선뜻 나지도 않는 복잡, 미묘한 상황이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서 슬프고도, 감성적으로 담겨 관객들에게 전달하기에, 밝고, 경쾌한 음악 영화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저예산으로 제작된 것 같습니다. 유명하지 않은 주조연 배우들과 낮은 화질의 영상, 그리고 촬영 기구 없이 핸드헬드로 찍힌 것과 같은 화면 흔들림이 일종의 싼 맛이 느껴지는 연출이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출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일반인에게 더 절절하게 전달되는 그들의 관계를 보아 잘 만든 영화는 비용에 상관없이, 훌륭한 연출을 해내는 것이 아닐까,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버려진 두 남녀가 빚어내는 감미로운 노래와 감성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