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라는 영화입니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라는 극한의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에 이어 SF라는 색다른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죠. 기본적으로 난해하다는 평이 있지만, 영화를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그 재미를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영화라고 들어 관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봤을 때, 지적 만족감을 충족시키며, 웅장한 영상미로 관객을 만족하는 영화라 생각이 들어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언어는 문명의 초석이자 사람을 묶어주는 끈이며 모든 분쟁의 시작이다 (Language is the foundation of civilization. It is the glue that holds a people together. It is the first weapon drawn in a conflict.)" - 작중 루이스 뱅크스 박사의 저서 서문 |
장르 : SF, 드라마
감독 : 드니 빌뇌브
주연 : 에이미 아담스(루이스 뱅크스), 제레미 레너(이안 도넬리), 포레스트 휘태커(코로넬 웨버)
상영 시간 : 116분
이야기는 뱅크스 박사가 어린 딸과 놀아주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딸의 이름은 한나(Hannah),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밝고, 예쁜 아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불치병에 걸리게 되고, 결국 사망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은 뱅크스 박사는 슬퍼하며 딸을 보내줍니다.
장면은 바뀌고 혼자 지내는 뱅크스 박사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대학에 출근하여 이전과 다름없이 언어학 강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 뱅크스 박사는 뭐가 재밌냐는 듯, 학생들에게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를 묻습니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으로 TV를 켜보라는 학생들. 뱅크스 박사도 이상함을 느낀 채 TV를 켜 뉴스를 확인합니다. 뉴스에서는 지구에 정체불명의 괴비행체가 전 세계적으로 총 12척이 주요 도시 위에 떠 있다고 보도하고 있었죠. 사람들은 겁에 질려 있었고, 사회는 혼란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죠. 이어 교내에서도 비상벨이 울리며 학생, 교직원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괴비행체가 나온지 오래되지 않은 시간, 텅 빈 대학에 출근한 뱅크스 박사에게 G.T. 웨버 대령이 찾아옵니다. 그는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가 2년 전에 페르시아어를 해독해 주어 테러리스트를 붙잡을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합니다. 이어 뱅크스 박사에게 외계 생명체 음성을 들려주며 해석할 수 있겠냐고 묻는 웨버 대령. 당연하게도 뱅크스 박사는 난생처음 듣는 음성을 해독하지 못합니다. 그녀는 해석을 위해 비언어적인 제스처, 소위 바디랭귀지를 봐야 한다며, 직접 외계 생명체를 조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령은 그녀를 문자 해석보다는 외계 생명체를 보고 싶어 하는 간교한 이로 생각해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소득 없이 떠나는 웨버 대령이 문 밖으로 나가기 전에 다른 저명한 언어학자에게 가는지 묻습니다. 그는 그렇다고 답했고, 뱅크스 박사는 그에게 가서 '산스크리스어로 전쟁이 뭔지, 그리고 의미가 뭔지 물어보세요.'라고 합니다.
그 날 밤, 자신의 저택에서 잠을 자고 있던 뱅크스 박사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깹니다. 헬기를 타고 뱅크스 박사를 찾아온 웨버 대령. 그는 '가비스티, 다툼이라는 뜻이래요. 당신의 해석은 뭔데요?'라고 묻습니다. 이에 뱅크스 박사는 '더 많은 암소를 원한다'라고 답합니다. 곧장 짐을 싸라는 웨버 대령. 그녀는 저명한 물리학자 이안 도넬리 박사와 함께 몬태나로 함께 떠나게 됩니다. 도넬리 박사는 그녀가 작성한 책의 서문이 인상적이라 평합니다. '언어는 문명의 초석이자 사람을 묶어주는 끈이며 모든 분쟁의 첫 무기다.' 뱅크스 박사는 머쓱한 듯 일부러 거창하게 작성했다고 겸손을 보였지만, 도넬리 박사는 의기양양하게 '아뇨, 문명의 초석은 과학이에요'라고 대립되는 의견을 보입니다.
날이 밝고, 결국 몬태나에 도착한 그들. 저 멀리 공중에 놓여 있는 거대한 물체에 압도되고... 옆에서는 쓰러진 사람을 응급 헬기로 호송하고 있는 세태를 목격합니다. 마치 외계 생명체에 피해를 입은 것 같은 상황.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가 손쉽지 않을 것임을 직감합니다. 과연 그들이 외계 생명체의 언어를 해독하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화려한 영상미를 좋아하시는 분', '깊은 생각을 유도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정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 '복잡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죠!
- 심도 깊은 지식의 탐구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영화 제작진이 공부를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어학, 물리학, 군중심리, 철학적인 메시지까지, 어느 하나 가벼이 여기지 않고 준비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처럼 지적 만족감을 채워줄 수 있는 영화이기에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 '대령'이라는 캐릭터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는 '대령'입니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기능으로써의 역할을 출중하게,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는 캐릭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령은 기본적으로 뱅크스 박사를 성가시게 만드는 사람처럼 묘사됩니다. 밤중에 헬기를 타고 찾아와 다짜고짜 현장으로 데려가지를 않나, 외계 존재와 진정한 대화를 시도하고자 하는데, 우주선에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미리 보고를 하라고 하고, 당장 '외계 존재가 왜 지구에 왔는가'를 물어보라고 독촉을 하기도 하죠.
보통 개인의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집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경우도 있지만, 흔하지 않고, 구체적인 생각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실제에서도 겉모습으로 생각을 가늠할 수 없는데, 영화는 인물의 생각을 관객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난관이 있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물의 생각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크게 두 가지를 채용합니다. 하나는 표정이나, 행동으로 유추를 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친절한 경우에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방식으로 관객들의 이해를 돕습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다른 인물과의 대화로 생각을 풀어 설명해 주는 경우입니다. '컨택트'에서는 뱅크스 박사 행동의 이유가 해당 분야의 지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풀어 설명할 기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뱅크스 박사가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을 해준다면, 이를 본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온 것인지, 강의를 보러 온 것인지 헷갈릴 것입니다.
설명으로 생성되는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해 대척점에 위치한 사람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극을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다만, 어거지로 대척점의 인물을 조성하는 경우에는 '저 사람 갑자기 왜 저래?'와 같은 뜬금없는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며, 대화의 수준을 떨어트리기도 하며, 긴 말이 필요 없는 대립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시로 뜬금없이 A만 대답하면 될 질문에 A부터 Z까지 설명하는 억지-정성스러운 장면이 영화에 보이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컨택트'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령은 상부의 명령을 받아 행동하는 군인이며, 보고되지 않은 행동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일에 책임을 가집니다. 그가 뱅크스 박사 행동에 사사건건 개입하며, 이유를 묻는 이유는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서라는 거죠. 아니, 실제로는 '관객에게 보고하는 역할'로 캐릭터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극에 묻어 들어가 있으며, 뱅크스 박사라는 인물을 조명시켜주는 든든한 조연으로 보였기에 상당히 마음에 든 캐릭터였습니다.
- 비선형적인 언어 (Heptapod) 그리고 시간
외계 생물은 둥글게 생긴 원 모양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비선형 언어. 뱅크스 박사는 인간의 사고 방식이 언어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외계 생물도 그들의 비선형 언어를 따라 사고하고 있을 것이라 말합니다.
작중 뱅크스 박사가 외계 생물에게 지구로 온 목적을 묻자, 그들은 '무기를 주다'라는 대답을 내놓습니다. 이에 놀란 인간들은 '외계 생물체가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며 겁을 먹고, 선제공격을 행하려 합니다. 하지만 본 목적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그들의 무기(언어)를 주기 위함'이었죠.
영화에서 흥미로운 사건 해결 방식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뱅크스 박사가 외계 비행선에 공격을 가하고자 하는 중국 장군에게 전화를 걸어 공격을 중단하게 만드는 장면입니다. 해당 장면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현재와 사건이 해결되고, 각국 정상이 모인 헵타포드어 학회의 미래가 교차 편집되며 연출되고 있는데, 미래의 장군이 현재의 뱅크스 박사에게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인 문구를 건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문구를 다시 현재의 장군에게 들려주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보통 우리는 원인, 결과를 시간순으로 인식합니다. 과거에 원인이 되는 사건이 있고, 이로 인해 미래에 사건이 유발되죠. 하지만 중국 장군의 공격을 멈추게한 과정은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와는 다릅니다. 미래가 원인이 되고, 현재에 결과가 발생하는 역설적인 상황이죠. 하지만 비선형적인 언어를 쓰는 외계 생물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방향이 선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헵타포드 언어를 보다보면 마치 시계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침과 분침은 시간의 흐름 속에 끊임없이 회전하고 있죠. 시침이 어디서 시작했는지 묻는다면 12 시일수도 있고, 1 시일수도 있고, 어쩌면 9 시일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시침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 돌고 있던 것이죠. 그리고 끝도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시간은 흐를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역사를 나열하기 위해 긴 일직선 위로 사건을 표기하던 것을 원형 시계에 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천 년 전 사건도, 당장 1분 전에 일어난 사건도 동일한 지점에 표기될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건 꼬리표가 연도에 상관없이 달려 있는 시계. 아마 그것이 외계 생명체가 바라보는 세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이를 다양한 시간대의 플롯을 교차 편집함으로써 묘사합니다. 우선 오프닝부터 미래에 생길 자신의 딸이 희귀병으로 사망하는 이야기부터, 미래의 남편이 물리학자이고, 중국 장군을 설득하는 장면까지 말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 헵타포드어를 사용하는 생명체의 세상을 이와 같이 보여주죠.
마지막으로 영화는 거대한 질문을 던지며 끝이 납니다. '미래를 알 수 있다면, 그 미래를 바꿀 것인가?' 영화에서 뱅크스 박사는 자신의 딸이 사망할 것을 알지만, 그 이전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미래를 받아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예전에 내가 말실수를 안 했더라면', '과거에 식민지배를 안 당했더라면'과 같은 가정을 하며, '그랬다면 현재가 더 좋아졌을 텐데'와 같은 상상을 하죠. 어떤 사람은 이와 같은 가정에 집착하여 현재의 삶을 온전히 가꾸지 못하기도 합니다. 뱅크스 박사의 결정은 그런 사람들을 향한 감독의 메시지 같습니다. 비록 삶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현재에 충실하고, 순간을 만끽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 비록 정답은 아닐지라도, 물음에 대한 최선의 대답이 아닌가 싶습니다.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짧게 다루기에는 영화의 의미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요. 아무래도 주기적으로 보며 놓친 부분, 생각치 못했던 부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영화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한줄평과 함께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알더라도 현재에 충실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현재를 만끽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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