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작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을 들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루벤 외스틀룬드'라는 스웨덴 출신의 감독이 제작하였으며, 그는 이전에 이미 '더 스퀘어'라는 작품으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바가 있는 유능한 감독입니다. 신랄한 사회풍자를 블랙코미디를 이용해 선보이는 감독으로 이번 작품에도 그의 색채가 깊게 묻어 나옵니다. 공정함을 부르짖는 사회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만드는 영화, '슬픔의 삼각형'.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난 그저 평등했으면 좋겠어" - 극 중 칼의 대사 |
장르 : 코미디, 드라마
감독 : 루벤 외스틀룬드
주연 : 해리스 디킨스(칼), 찰비 딘(야야), 우디 해럴슨(토마스 선장), 돌리 드 레온(애비게일), 즐라트코 버릭(디미트리), 비키 베를린(폴라)
상영 시간 : 147분
이야기는 '칼'의 모델 오디션부터 시작됩니다. 한 느끼한 리포터가 능숙하게 여러 모델을 취재하는데요. 그중 칼 앞에서 멈춰 서서 오늘은 어떤 표정을 지을 것이냐고 묻습니다. 미소를 지을 것인지, 무뚝뚝한 표정을 지을 것인지 말이죠. 이해를 잘 못한 칼에게 리포터는 친절하게 예시를 들어줍니다. 친절, 평등을 추구하는 싼 브랜드 H&M은 미소를, '감히 나를 넘봐?'라고 으스대는 비싼 브랜드 발렌시아가는 도도하고, 시니컬한 표정을 짓게 만들죠. 이에 칼은 자신은 발렌시아가 표정이 제격이라며 당당히 외치지만, 이후 오디션 장에 들어선 칼은 심사위원들에게 피부에 보톡스를 해야 할 것 같다는 험담을 들을 뿐, 승리를 쟁취하지 못합니다.
결국 그는 여자친구 '야야'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신세가 됩니다. 그녀의 패션 워크에서 높은 사람들에게 밀려 앉을 자리가 없어지는 약자이며, 그녀의 여자친구보다 돈을 덜 버는 신세입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매번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불만이죠. 결국 웨이터가 가져온 계산서를 야야가 무시해 버리자, 칼은 폭발해 버립니다. 돈을 덜 버는 자신이 레스토랑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고 말하죠. 그러자 야야는 울먹거리며 일어나 레스토랑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칼을 쪽팔리게 만들며 응수하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서 택시기사가 지금 여자친구 기강을 잡아두지 않으면 평생 히스테리에 시달릴 것이라는 말을 듣는 칼. 그는 곧장 그녀의 엘리베이터를 계속해서 붙잡아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겁먹게 만들죠. 결국 자기 전에 칼과 야야는 진솔한 대담을 나눕니다. 야야는 칼에게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물어보라고 합니다. 칼이 먼저 확인한 것은 웨이터가 놓고 간 계산서를 보고도, 모른척했는지에 대한 여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당당히 그랬다고 답합니다. 알고도 모른 척 까닭은 칼이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남자인지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모델 업계에서 더는 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남자를 사귀는 이유가 사랑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위한 보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는 답에 칼은 충격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는 야야를 사랑하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녀에게 자신을 보험이 아닌, 사랑하는 한 남자로 바꿔놓을 것이라 선포하며 그들의 밤은 깊어갑니다.
과연 칼은 야야가 자신을 진정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신랄한 사회 풍자물을 좋아하시는 분', '블랙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긴 영화를 싫어하는 분', '직접적인 표현을 싫어하는 분', '다소 보기 역겨운 장면을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시죠!
- 평...등...?
현대 사회는 평등한 사회일까요? 이 질문은 상당히 두리뭉실한 단어입니다. 어떤 종류의 평등을 물어보는 걸까요? 인종 간에? 성별 간에? 빈부 간에? 능력 간에? 이외에도 물어볼 수 있는 지표는 무수히 많아 헤아리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현대인들이 부르짖는 평등이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모든 인종, 성별,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동등한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기본적인 골자가 될 것입니다.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말 또한 쉬운 말이 아닙니다. 우선 가난한 사람이 자식을 학교에 보낼 여력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2015년 UNESCO에서 발표한 나라별 교육률에 따르면, 선진국에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비율은 10% 미만, 보통의 국가들은 10-40%,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 남수단은 70%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죠 [1]. 그리고 빈부에 따른 교육 격차도 존재합니다. 1995년도에 발표된 저서 'Meaningful Differences in the Everyday Experience of Young American Children'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 및 재산 수준에 따라 36개월 기준, 아이가 배우는 단어의 수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2]. 빈곤가족(Walfare family)의 아이는 525 단어를, 교육받은 가족(Professional familiy)의 아이는 1116 단어를 기록하여 거진 두 배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부모님과 정서적, 언어적 교류가 초기 아동 발달 과정에서 여유가 있는 가족이 정서적 안정감을 아이에게 주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많은 단어를 습득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월등한 학업 성취도를 보여, 빈부에 따라 출발선이 갈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능력주의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 저지르는 오류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능력이 뛰어나고, 노력한 사람이기 때문에 출세했다는 생각입니다. 보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며, 돈을 많이 벌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소득 가정의 부모님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출신이 많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역으로 돈이 많다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 점을 꼬집습니다. 호화 요트를 타며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실상은 예쁜 외모로 무수히 많은 팔로워를 가지고 있었거나, 비료 회사를 인수했는데, 때마침 운이 좋아 졸부가 된 까닭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영화는 '평등한' 현대 자본주의를 건드립니다. 자신이 부자가 된 까닭은 공평한 사회에서 순전히 '자신의 노력과 재능'이 빛을 발한 것이며, 남들은 그런 자신을 '존중해야'한다며 뒤틀린 합리화를 하는 부자들을 공격하죠. 돛이 아닌 것을 돛으로 판단하고, 인정하지 않는 모습은 과연 객관적인 판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만듭니다. 탈세를 하며,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까닭도, 객관적인 판단 능력이 부재된 그들이 버는 돈은 오로지 자신의 덕이며, 세금을 내는 것은 사회가 '정당하게' 자신이 번 돈을 갈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저는 모든 부자들이 영화에 그려진 부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부호 중에서 빌게이츠, 워런 버핏과 같은 거물들은 조 단위의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몰개성 하게 사는 부자들의 횡포가 간간이 들려오기도 하기에, 이 영화는 그런 부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며 평등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이유
이 영화는 여러 종류의 피라미드를 보여주며,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줍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2부에서 빈부에 따른 피라미드를 보여주고, 3부에서는 음식을 구할 수 있는 능력에 따른 피라미드를 보여줍니다. 피라미드의 기준이 어떤지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지게 됩니다. 마치 H&M 브랜드를 입느냐, 발렌시아가 브랜드를 입느냐에 따라 말이죠.
얼핏 보면 단순히 피라미드를 전복하면서 사회를 풍자하고 있는 듯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의 본질 하나를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생존본능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3부에서는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애비게일이 강력한 권력자입니다. 그녀의 기분을 해하는 이는 식사를 할 수 없고, 생존할 수 없습니다. 2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부자들의 마음을 해하면 팁을 받지 못하고, 생존이 힘들어집니다. 감독은 다양한 피라미드를 보여주며, 피라미드가 세워지는 근본적인 이유를 관객에게 알립니다.
이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루벤 감독이 이리저리 사회의 피라미드를 돌려보았으나, 결국 평등한 사회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능력에 따라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갈리고, 지배층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기 위해 피지배층은 고개를 조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등한 사회가 이상적이라고는 하나, 본성은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지 않는 아이러니.
영화의 엔딩은 감독이 관객에게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야야가 리조트 엘리베이터를 찾아내어 다시 한번 피라미드가 뒤집히는 영화의 마지막. 돈이 지배하는 현실 사회로 돌아가야 하는 순간, 애비게일은 돌을 집어듭니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영문을 모르는 야야는 태평하게 사회로 돌아가면 뭘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애비게일은 자신의 하인으로 고용할까... 하는 태평한 말들이죠. 하지만 애비게일이 순순히 다시 피라미드 아래로 돌아갈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만일 야야를 살려둔다면 이전과 같은 삶을 지속할 것이고, 유일한 목격자 야야를 제거하면, 그녀는 자신이 최상위에 머무르는 피라미드로 돌아가 다시 평안히 지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선택지가 주어진 상태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그녀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그 답은 관객의 경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나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함유될 이유는 단 하나, 애비게일의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는 거죠.
[1] International Education Statics - https://huebler.blogspot.com/2017/07/oos.html
[2] Meaningful difference in the everyday experience of young children - Todd R.Risley, Bettry Hart, Louis Bloom / 1995
불평등의 삼각형이 사회에 만들어지는 이유를 밝히고자, 다각도로 찔러본 영화, 슬픔의 삼각형. 보고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머리로는 평등, 가슴으로는 생존"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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