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작품입니다.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고, 저는 우연한 계기로 영화 클립을 보게 되었는데, 밴 에플렉의 동생인 케이시 에플렉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여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배경이 영국인줄 알았으나, 작중 인물들의 발음과 지명들을 듣고 나서는 장소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실제로 검색을 해보니 'Manchester-by-the-sea'라는 메사추세츠시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더군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지만,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소 감정적으로 어려운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제발... (Please...)" - 작중 리 챈들러의 대사 |
장르 : 드라마
감독 : 케네스 로너건
주연 : 케이시 애플렉(리 챈들러), 미셀 윌리암스(랜디), 카일 챈들러(조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패트릭)
상영 시간 : 137분
이야기는 바다에서 'CLAUDIA MARIE'라는 문구가 적힌 배가 움직이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배 위에는 한 남성(리 챈들러)과 어린아이(패트릭)가 장난스러운 말을 주고받으며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죠. 리는 패트릭에게 만약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 자신과 아빠(조 챈들러) 중 누구를 데려가고 싶냐고 묻습니다. 리는 무인도에 데려갈 사람은 도구를 제작할 줄 알며,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고 말하죠. 이에 패트릭은 망설이지 않고 아빠를 고릅니다. 리는 실망한 듯, 자신을 데려가야 하는 이유를 패트릭에게 설명하려 하지만, 패트릭은 리의 손을 벗어나 배를 몰고 있는 아빠에게 달려가죠. 이에 리는 패트릭에게 생선을 바닥에 두는 법이 어디 있냐며 괜히 역정을 냅니다.
이내 장면은 리 챈들러가 관리하는 건물의 풍경을 보여줍니다. 리 챈들러는 제설, 변기 수리, 변기 뚫기, 전등 수리, 쓰레기 처리, 수도관 수리 등 여러 건물의 잡무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건물이 하나도 아니고 네 개나 되죠. 결국 물이 새는 세입자의 불평을 듣다가 욕을 내뱉는 리. 관리인은 리에게 그의 실력은 인정하나, 친절하지 않고, 웃지 않아 걱정이 크다고 말합니다. 퇴근 후 리는 술집에 가서 취할 때까지 마십니다. 작업을 걸어오는 여성에게 관심 하나 없고, 자신을 흘끗 바라본 사람에게 주먹을 날리는 둥 날카로운 행동을 보입니다. 소란스러운 밤을 보낸 리는 다시 건물 잡역부 일상의 아침으로 돌아옵니다. 제설을 하고... 있는데 걸려오는 전화. 무언가 심각한 듯한데... 리는 곧장 자신의 대타를 구하고 맨체스터로 향합니다.
맨체스터에 있는 한 병원에 도착한 리는 조지를 만납니다. 이어 들려오는 조의 부고 소식. 리는 충격에 빠집니다. 이전에도 종종 조는 심부전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지만,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의사는 조의 시신을 보고 싶냐고 리에게 묻습니다. 리는 보고 싶다며, 의사를 따라 영안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합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리는 이전의 기억을 회상합니다.
병실 침대에 앉아있는 조 챈들러와 그 주변에 앉아 있는 그의 아내, 아버지, 그리고 리 챈들러. 율혈성 심부전 진단을 받은 조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습니다. 그러며 의사는 '나쁜 질병이죠'라고 첨언하는데, 조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좋은 질병은 뭐죠?'라고 물으며 농을 던집니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유쾌함, 그의 아내는 그런 분위기에 적응 못해 '이런 웃기는 분위기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회상이 끝나자 엘리베이터는 아래층에 도착하고, 리는 형의 시신을 확인합니다. 그는 시신을 부여잡고 약간의 눈물을 흘린 후, 의사를 따라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위로 올라간 리는 의사에게 앞으로의 절차를 묻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장례식장에 연락해서 절차를 따라가면 된다고 말합니다. 이후 조 챈들러의 유품을 수령하는 리. 그 뒤로 이어지는 장면은 영화의 첫 배 장면에서 이어집니다. 패트릭과 함께 낚시를 즐기는 리와 조. 이어지는 근심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차를 운전하는 리. 아마도 그의 걱정은 조가 사망해 혼자 남을 패트릭을 향한 걱정으로 보입니다. 과연 리는 조의 장례식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패트릭을 돌볼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정교한 감정의 적층을 체험하고 싶은 분', '케이시 에플렉의 훌륭한 연기를 보고 싶은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우울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정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 공간의 분리
영화를 보다 보면 반복되는 구도가 많습니다. 같은 공간에 놓여있는 인물들이 벽이나, 창틀과 같은 구조물로 인해 분리가 되어 있는 듯한 구도이죠. 이와 같은 방식은 분리된 화면에 놓인 각 인물들의 심리나, 생각이 일치하지 않거나, 정반대인 경우를 대변할 때 주로 사용하는 구도입니다.
대표적으로 경찰서에서 리의 조사가 끝이 나고, 경찰들이 자리에 일어난 순간의 장면입니다. 리는 조사를 하며 자신이 저지른 온갖 악행을 고백합니다. 마약을 했고, 술에 절었으며, 벽난로 안전망을 두르지 않는 실수로 인해 자신의 자식 셋을 화마에 휩싸이게 한 죄를 말이죠. 그러나 경찰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이건 모두 실수로 인해 생긴 일이라고요. 그리고는 사람이라면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공권력이 있으나 리를 용서하는 경찰관은 화면 우측에 서 있고, 스스로 자신은 유죄라 생각한 리는 자리에서 꿈쩍 않고 화면 좌측에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은 둘을 창틀로 공간을 분리하고 있죠. 결국 리는 경찰의 총으로 자신을 쏴, 경찰이 구하지 않은 정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장면이며,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다른 예시로는 영화 후반부에 다다라 전처를 만나는 상황입니다. 친구와 같이 쇼핑하던 랜디는 잠시 리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친구를 떠나보내고 랜디는 화재 사고 이후, 자신이 리에게 했던 끔찍한 말들에 대한 사과를 합니다. 새로운 남편을 만나, 겉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던 랜디의 속은 알고 보니 이전의 사건을 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의 상처는 형용할 수 없을 것처럼 괴로워 그녀는 몇 번이고 죽음을 생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랜디는 자신도 그렇게 아팠는데, 자신보다 더 큰 죄책감을 느낄 리는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이상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때 다시 나오는 공간의 분리, 뒤에 놓인 벽이 리와 랜디의 공간을 분리하고 있었습니다. 리는 그녀가 '당신 마음도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라고 말하자, 리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미안하다'라고 답하고 자리를 뜹니다. 둘은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그로 생긴 마음의 상처의 종류는 다른 듯합니다.
- '왜'를 표현하는 방법
영화는 현재(조 챈들러가 사망)와 과거(리의 기억)의 이야기를 동일하게, 평행하게 다룹니다. 보통의 영화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플래시백으로 자주 채용하고, 기본 줄기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다루는 것에 반면에 이 영화는 두 개의 플롯이 나란히, 쭉 이어져 나가는 듯 묘사가 됩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채용한 까닭은 현재 벌어지는 모든 일이 과거의 사건으로 기인했기 때문입니다. 예시로 상담사가 리에게 패트릭의 후견인이 되지 못할 이유가 있냐고 물었을 때, 현재의 그는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맨체스터에 살던 시절의 기억을 관객에게 보여줄 뿐입니다. 실패한 부모의 삶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왜'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작중 인물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서사 전개 편의성을 위해 과거 이야기를 소모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 망자를 붙잡는 이, 리.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한 가지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조 챈들러가 사망했지만, 진정으로 슬퍼하는 이는 리뿐이라는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친구, 조지를 비롯해 조 챈들러의 아들 패트릭까지.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을 하고, 밴드 활동을 하고, 여자 친구와 연애를 하는 일상을 이어 나갑니다. 한편으로는 오해가 들기도 하더라고요. 아들 패트릭은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닐까? 그래서 슬픔을 하나도 표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오해들이요. 하지만 밤 중에 냉동고를 열고 얼린 닭을 보자 공황을 일으키는 패트릭을 보고는 그 생각을 바꿨습니다. 슬픔을 꼭꼭 숨겨두고 아무렇지도 지내는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리와 패트릭의 차이에 집중하게 됩니다. 리는 파란색, 어두운 계열의 옷을 입습니다. 패트릭은 밝은 계통의 옷을 입습니다. 리는 조의 시체를 보고, 감싸 안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패트릭은 시체를 쳐다보지도 않고 영안실을 떠납니다. 리는 조의 배는 낡고, 오래되어 유지하는 것도, 엔진을 수리하는 것도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니 팔아버리자고 합니다. 하지만 패트릭은 절대로 팔지 않습니다. 리는 과거 경찰서에서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고 자살을 시도합니다. 패트릭은 조의 총을 팔아 죽어가던 배에 새로운 심장을 선물합니다.
패트릭이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지 않은 까닭은 살아생전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담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생명을 앗아가는 총을 팔아, 생명을 부여하는 것을 보아 패트릭은 살아있는 것에 집중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리는 다릅니다. 그는 조가 죽은 다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간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 놓여 있는 세 개의 액자. 저는 액자의 수를 보아 걸려있는 사진이 화마로 사망한 세 자식들의 사진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직도 그 사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리는 아이들을 마음속에서 놓아주지 못한 사람입니다.
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그는 사람이라면 인생에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영원한 이별을 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형, 조 챈들러와 자신의 세 자식들과의 이별을요. 이별할 수 없기에 망자를 붙잡는 리. 그런 사람이 삶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지, 저는 감히 추측할 수 없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작품이 등장인물에게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화재로 자신의 자식을 잃고, 아내도 떠나가고, 마을에서는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삶. 신경질적이고, 불친절한 사람으로 바뀌어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삶. 그렇기에 보고 나서 생긴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작품의 짜임새가 좋고, 인물의 감정 서사를 훌륭히 풀어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추천을 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한줄평과 함께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친절하지 못한 이유,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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