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화양연화라는 영화입니다. 홍콩영화의 대표 감독인 왕가위 감독이 제작한 영화이며,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Top 100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이죠. 제목 화양연화의 한자 뜻은 '인생에서 꽃과 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는 젊은 시절에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꽃다운 시간을 감독이 지칭한 것 같습니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풀어내는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불륜을 미화하지도, 옹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왕가위 감독의 역작, '화양연화'. 여러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두 사람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 작중 첸 부인의 대사 |
장르 : 로맨스, 멜로, 드라마
감독 : 왕가위
주연 : 장만옥(첸 부인), 양조위(차우 모윈)
상영 시간 : 99분
이야기는 한 문구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난처하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며 남자에게 기회를 주지만, 남자는 다가설 용기가 없고 여자는 뒤돌아선다.'라는 문구.
1962년 홍콩. 첸 부인과 차우는 동시에 같은 건물로 이사를 오게 됩니다. 이삿짐을 옮기는 사람들이 헷갈려 각자의 짐이 종종 바뀌는 상황. 차우와 첸 부인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게 됩니다. 그리고 이웃끼리 하는 카드 게임에도 지나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죠.
첸 부인의 남편은 무역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첸 부인은 출장을 가는 그에게 지난번에 사 왔던 가방을 두 개 더 사 오라는 부탁을 합니다. 바로 그녀가 일하는 사장에게 선물로 주기 위함이죠. 그리고 가방이 두 개인 이유는 사장의 비밀 여자친구에게도 선물하기 위함입니다.
한 번은 첸 부인의 남편이 일본에서 전기밥솥을 가져옵니다. 전기밥솥은 건물 주부들에게 인기 만점입니다. 그러고는 차우에게 야근이 많은 부인에게 하나 딱 있으면 완벽하겠다고 추천을 하는데, 차우는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것 같아 망설입니다. 이에 첸 부인은 부담 없이 남편에게 하나 더 부탁하겠다며 호의를 베풉니다. 시간이 지나고 전기밥솥을 받은 차우는 첸 부인의 남편에게 대가를 지불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는 이미 차우의 아내에게 받았다며, 괜찮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차우는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챕니다.
신문을 가지러 온 첸 부인은 차우와 마주합니다. 구 씨 아저씨가 있냐는 물음에 차우는 없다고 답하고, 익숙한 듯이 신문 찾으러 왔냐고 묻습니다. 나중에 오겠다는 첸 부인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직접 신문을 찾아줍니다. 신문을 건네며 첸 부인에게 '혹시 무협소설을 좋아하나요?'라고 묻는 차우. 이어 자신이 직접 집필하고자도 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무협소설이 많으니 언제든지 빌리러 오라고 호의를 베풉니다.
이와 같은 호의가 오가던 와중, 차우는 그녀를 식당으로 부릅니다. 각자의 남편과 아내가 출장으로 집을 비운 날이었죠. 차우는 오늘 맨 가방은 어디서 사 온 것이냐 묻습니다. 첸 부인은 그의 질문을 경계합니다. 질문의 의도를 궁금해하죠. 차우는 가방이 이뻐, 아내에게 선물해주고 싶어 질문했다고 답합니다. 이에 그녀는 남편이 외국에서 사 온 것이라 답하죠. 첸 부인도 차우에게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그의 넥타이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말이죠. 차우는 아내가 외국에서 사 온 것이라 답합니다.
이내 잠시의 침묵이 이어지는 둘. 첸 부인은 나지막이 '실은요...'라며 운을 뗍니다. 사실 그녀의 남편은 차우와 같은 넥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우의 아내도 첸 부인의 가방을 가지고 있고요. 둘만의 관계가 확실시되는 상황. 첸 부인은 차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가요?'라고 묻습니다. 이에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차우. 말없이 담배를 입에 뭅니다. 과연 그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미장센이 뛰어난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불륜이라는 소재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 '다소 불친절한 전개를 싫어하는 분', '느린 호흡의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 불륜을 당한 이들
불륜이라는 단어는 한자부터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부도덕한 행위이며, 사회적으로 규탄받는 행위이죠. 그리고 배우자에게는 신뢰를 깨는, 배신의 행위로 인식됩니다.
작중 차우와 첸 부인은 각자 배우자에게 버림을 받은 이들입니다. 차우는 아내가 가지고 있는 가방이 첸 부인에게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첸 부인은 남편의 넥타이가 차우의 넥타이와 같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홍콩에서 구할 수 없는 외제 물품을 서로가 가지고 있는 공교로운 상황. 차우와 첸 부인은 그들의 배우자들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공유하죠.
여기서 이들이 보이는 행동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나눈 감정은 자신을 배신한 이에 대한 분노도 아니었고, 자신의 비루한 처지를 한탄하는 슬픔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라며 나지막이 질문을 던지죠. 차우와 첸 부인은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그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합니다.
영화에서 둘은 모종의 역할극을 합니다. 차우가 첸 부인의 남편을 연기하며, 첸 부인이 그를 문책하는 역할극이죠. 저는 사실 첸 부인의 격한 반응이 나오리라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을 배신했고, 첸 부인은 그를 미워할 것이고, 마음속에서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웠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첸 부인은 남편을 질책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쉽게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말에 속상해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저는 여기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첸 부인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마 속으로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아니면 남편이 사소한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그녀는 불륜이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도 그에 대한 마음을 철회하지 못하는 희생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이후, 관계를 지속하던 그들에게도 이별이 찾아옵니다. 싱가포르로 떠나는 차우. 그들은 이별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연기를 합니다. 첸 부인은 남편이 돌아와 이제 더 이상 만남을 이어 나갈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에 차우는 다시는 그녀의 삶에 나타나지 않겠다며, 남편과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곁을 떠나죠. 그러나, 다음 컷에서 첸 부인은 또 한 번 눈물을 흘립니다. 여기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는데, 첸 부인은 남편뿐만 아니라, 차우까지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첸 부인의 질문은 그렇게 완성됩니다. 그들이 사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어쩌다 보니 그 남자가, 그 여자가 자신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차우와는 달리, 첸 부인은 쉽게 바스러지는 마음을 가진 나약한 인간처럼 보였습니다. 남편을 사랑하고, 차우를 사랑하는 그녀는 중간에 걸쳐 있는 상황에 의지와 결심이 서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나약한 사람. 이 작품을 보기 이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불륜을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입니다.
실제로 가정 폭력이라던가, 성폭행 피해자의 신고가 실사건에 비해 적은 이유가 영화 '화양연화' 첸 부인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온전한 판단이 힘들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의 인물. 그렇기에 주변의 온정이, 혹은 사랑이 그녀에겐 심심한 위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엔 결국 차우와 첸 부인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첸 부인은 아이를 둔 어엿한 엄마가 되는데요. 어찌 보면 불륜을 저질렀지만, 결국엔 다시 가정에 충실하는 엔딩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마음에 자국처럼 남겠지만, 앙코르와트에 영원히 묻힐 비밀. 그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며 삶을 지속할 사람들의 이야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한줄평과 함께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놓을 수 없는 한 남자, 그리고 문득 마음에 새겨진 한 남자"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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