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입니다. 어릴 적부터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무료로 상영하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인상 깊은 작품들로 미야자키 하야오에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다만, '붉은 돼지'는 성인이 되어 마침내 저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든 생각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낭만이란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좌충우돌을 바라보며,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 붉은 돼지.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
"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 - 작중 포르코의 대사 |
장르 : 애니메이션, 코미디, 어드벤처
감독 : 미야자키하야오
주연 : 오오츠카 아키오(도날드 커티스), 카토우 토키코(지나), 카미조 츠네히코(만마유토 보스), 모리야마 슈이치로(포르코 룻소), 카츠라 산시(피콜로), 오카무라 아케미(피오 피콜로)
상영 시간 : 93분
이야기는 '이 영화는 비행정 시대에 지중해를 무대로 하여 명예와 여인과 돈을 걸고 하늘의 해적과 싸워 빨간 돼지라 일컬어진 한 마리의 돼지의 이야기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합니다. 이후, 무인도에서 붉은 비행기를 정박해 두고, 잡지로 얼굴을 덮어 휴식을 취하는 돼지, 포르코. 그는 울리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맘마유토단'이 유람선을 습격하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전화였죠. 그는 급이 낮은 싸구려 일은 하지 않는다며 처음엔 거절했지만, 초등학생들도 타고 있다는 말에 관심을 가지며 출동하죠.
맘마유토단은 돈을 털고, 초등학생들을 모조리 납치합니다. 부하가 '15명 모두 데려갈 건가요?'라고 묻자, 두목은 '한 명만 따돌릴 순 없잖아'라고 답변하면서 말이죠. 포르코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이들은 납치되고 사라진 상황, 그는 침착하게 지도를 살피며, 맘마유토단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합니다. 그렇게 효율적으로 그들을 찾은 포르코는 그들의 비행선 엔진을 박살 내는 것에 성공하죠. 재기불능 상태가 된 맘마유토단에게 포르코는 금화 절반을 줄 테니, 나머지 금화 절반과 아이들을 풀어달라고 제안하며 그들과 협상하죠. 그렇게 포르코는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무사히 임무를 완수합니다.
지중해의 한 섬, 온갖 공적(하늘의 해적)과 파일럿들이 모이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곳은 마담 지나 아래, 폭력 없는 중립지대를 형성하고 있었죠. 해적들이 모여 포르코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의 위엄과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 말합니다. 그 순간, 카페로 들어오는 포르코. 온 해적들의 따가운 눈총과 보통 사람들의 존경심 어린 눈빛을 한 번에 받습니다. 포르코와 사람들이 해적에 대해 농을 부리는 순간, 해적들이 성을 내지만, 마담 지나가 능숙하게 그들의 화를 잠재웁니다.
외딴 자리에서 술을 마시는 포르코, 그리고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지나. 지나는 포르코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이고, 본명인 마르코로 부르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지나는 포르코를 포함한 파일럿 친구를 총 넷을 두었는데, 그중 셋과 결혼했고, 셋 다 전쟁에서 전사한 인물이죠. 지나가 씁쓸하게 오늘 남편의 부고를 들었다는 말에, 포르코는 담담히 '좋은 녀석은 모두 죽지'라고 답하며 술을 마십니다.
맘마유토단 사건을 해결하며 문제가 발생한 비행기를 수리하기 위해 이탈리아 본토로 향하는 포르코. 그는 그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챕니다. 군인들이 지나다니며, 사람들은 저마다 팔뚝에 완장을 차고 있는 상황. 포르코는 기관총을 수리하며 현상금 사냥이 불법화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습니다. 대공황에, 돈을 벌 방법까지 막혀가는 막막한 상황. 그는 급변하는 정세를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현실은 그를 모서리로 몰아가는 듯합니다. 과연 포르코는 영화 마지막까지 공적과 국가의 위협에서 안전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감성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분', '악역 없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 '애니메이션 장르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다소 지루한 작품을 싫어하는 분', '경쾌한 액션을 기대하는 분', '애니메이션 장르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음악을 들으며 시작하죠!
비행이라는 낭만 |
저는 비행에 대해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시적인 표현도, 저에겐 그다지 와닿는 표현이 아니었죠. 지상에서도 이미 자유롭다고 느끼는데, 굳이 하늘을 날아야 할까? 저에겐 비행이란 그저 두 장소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었죠.
하지만 붉은 돼지를 보고 난 후엔 '비행이란 과연 무엇인가?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는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 싶다'는 하늘에 대한 동경으로 비행기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점은 비행, 그 자체의 동경이었다는 것이죠. 이동 수단으로 활용한다거나, 사람을 죽이는 무기로 활용한다는 것은 처음에 고려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죠.
미야자키 하야오는 라이트 형제의 관점을 이해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 생각이 들었던 계기는 바로 비행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인상'을 언급하는 장면 때문입니다. 흔히 예술의 시작이 '인상'이라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비행의 시작 또한 '인상'이라 말하는 것은 마치 예술과 비행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나는 것은 하나의 예술이라고요.
이와 같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비행에 대한 사랑은 영화 곳곳에 드러납니다. 다양한 모습의 비행기가 아드리아해를 유유히 비행하는 매 장면들은, 관객에게 비행의 매력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연출됩니다. 게다가 비행기 모터에 시동을 걸기 위해 손잡이를 돌려 시동을 건다든가, 조명을 깜빡거려, 모스부호로 상공에서 대화를 하는 모습이라든가, 날개 설계도면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그의 매니아틱 한 비행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죠. 이런 그에게 비행이 사람을 죽이는 수단이 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일 것입니다.
성스러운 비행을 수호하기 위해, 이념에 반대하는 그의 정신은 포르코로 나타납니다. 저주를 받아 돼지의 외모를 가지게 된 인물. 그는 돼지처럼 나태하고, 세상만사에 관심 없는 한량 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처음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돼지가 된 시점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전투를 하던 도중 정신을 잃고 깨어난 마르코는 하늘 위로 은하수처럼 생긴 물결을 보게 됩니다. 얼핏 아름답게 보이는 은하수에 시선을 뺏겼던 마르코의 양옆으로 비행기를 탄 동료들이 구름을 뚫고 나타납니다. 영혼이 사라진 듯, 차가운 주검이 되어 비행기를 이끌고 상승하는 친구들. 친구들은 마르코의 외침을 뒤로한 채, 죽음의 비행기 대열 은하수에 합류합니다. 큰 충격을 받은 마르코는 살아남았지만, 저주를 받아 돼지가 되어버렸죠. 이후 포르코는 이념이라는 미명하에 사람을 죽이는 짓을 그만둡니다.
때깔 좋아 보이는 은하수와 같은 이념을 위해,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인간으로 돌아오는 순간 |
포르코에게 걸려있는 저주는 영화에서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저 1차 대전 이후, 마녀에 의해 돼지로 변했다는 사실 하나만 알 수 있죠. 불행 중 다행이라면, 포르코 본인은 돼지로 살아가는 것에 큰 불만이 없다는 점일 것입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그의 저주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 하면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궁금해하죠. 저도 그에게 걸린 저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했었지만, 파시즘에 맞서는 포르코의 모습을 보며 감독이 그저 맥거핀으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추측하며 여의치 않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러나, 커티스와 대결 전날밤에 잠시 인간으로 변한 포르코의 모습을 보았을 때, 단순한 맥거핀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내에서 포르코의 저주가 풀린 순간은 두 번 등장합니다. 커티스와 대결 전날밤과 커티스와의 대결 이후입니다. 공통점을 찾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예시들이기에... 명확하게 저주가 풀리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듭니다. 오직 추측뿐이죠.
하지만 예시를 돼지가 되기 이전까지 포함한다면 나름 합당한 추측을 제시해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지키고자 할 때'. 그것이 제가 내린 추측입니다. 우선 커티스와 대결 전 날에는 내일 있는 대결에 패배했을 때, 피오를 커티스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대결이 끝났을 때는 이탈리아 공군으로부터 피오와 지나를 보호하고자, 그들을 먼저 보내고 커티스와 함께 공군을 유인하죠. 마지막으로 돼지가 되기 이전에 그가 공군이었던 이유는 전쟁으로부터 소중한 친구들과 지나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잔잔하고, 평화롭게 이야기가 진행되어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가끔씩 힐링이 필요하면 찾아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목적지가 없는 정처 없는 비행, 그 자체의 낭만"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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