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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다음 소희 - 무엇이 그녀를 사지로 내몰았는가? (Next Sohee, 2023)

무비서포터 2023. 8. 14.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다음 소희'라는 작품입니다. 2017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며, 현장 실습을 가장한 노동력 착취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자칫 감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고, 참신한 전개방식을 채용해 가슴을 울리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밝고, 명랑했던 소희의 마지막 삶을 함께할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막을 수 있었잖아. 근데 왜 보고만 있었냐고"

- 극 중 유진의 대사

 

 

장르 : 드라마

감독 : 정주리

주연 : 배두나(유진), 김시은(소희), 정회린(쭈니), 강현오(태준), 박우영(동호), 이인영(은아), 박희은(소희 모), 김용준(소희 부), 심희섭(세이브팀 전 팀장)

상영 시간 : 138분

 

 영화는 소희가 연습실에서 춤을 추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에 몸을 맞춰 열정적으로 춤을 춥니다. 그러나 턴을 돌다가 넘어지는 소희. 아픈 듯 신음 소리를 내지만 곧장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다시 한번 춤을 이어나가는 소희, 그러나 다시 같은 턴에서 넘어지는 소희.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 녹화를 종료합니다.

 

 연습을 마치고 길거리를 걷던 소희는 우연히 준희를 만나게 됩니다. 첫눈이 내리는 낭만 있는 날, 둘은 손을 붙잡고 곱창집으로 향합니다. 준희는 인터넷 방송을 합니다. 돌아다니며 맛집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늘은 시청자가 40명이나 되는 운이 좋은 날입니다. 기분 좋게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던 그들은 뒤에서 방송하는 준희를 욕하는 행인을 목격하게 됩니다.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비아냥대는 둘을 본 소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들에게 다가가 하나라도 도와준 것 있냐며 윽박지릅니다.

 

 다음날, 학교에 등교한 소희는 선생님을 따라 상담실로 향합니다. 선생님은 현장실습으로 소희가 대기업 고객센터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기업은 '휴먼 앤 넷'이라는 낯선 기업. 하청이 아니냐는 소희의 물음에 본사 직영 콜센터라며, 다른 중소기업과는 급이 다르다고 소개하죠.

 

 면접을 다녀온 날, 소희는 남자친구 태준이 일하는 공장으로 갑니다. 이상한 옷차림에 공인중개사냐며 비웃는 태준. 소희는 개의치 않고 외투를 벗은 다음 힐을 신은 채로 춤을 춥니다. 태준도 같은 춤을 추며 그녀에게 다가가죠. 소희는 불편한 신 때문에 춤을 추다가 넘어지고, 분하다는 듯이 일어나 자기도 태준처럼 잘 출 수 있었다고 말하죠. 둘은 덤프트럭 좌석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으며 면접에서 겪었던 일들을 말합니다. 업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외모를 지적하는 말들. 화장법이라든지, 살을 더 빼야 될 것 같다는 말들이요. 뭐, 그래도 소희에겐 별 일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대기업 사무직이니까요.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소희는 남들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그곳엔 인자해 보이는 이준호 팀장이 그들을 맞이합니다. 업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실전에 바로 투입되는 것이 실력 향상에 좋을 것이라며 선배를 따라가라고 말합니다. 선배는 무뚝뚝하게 자신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라고 말합니다.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의문의 버튼들. 그리고 곧바로 걸려오는 성난 고객의 전화. 5번이나 연락해 겨우 연락이 닿은 고객으로 해지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콜센터 사무실의 명칭은 '해지방어팀'으로 해지를 희망하는 고객에게 회유책을 제시하여 마음을 돌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공격적인 사람들에게 언어폭력을 당하는 것과 더불어 해지 방어율이 낮은 팀에는 패널티가 부과되는 환경. 사람 좋아 보이던 팀장도 타 회사와 비교해 실적이 부진한 것에 대해 윗선으로부터 압력을 받기 시작하죠. 결국 현장실습을 나온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내리 갈굼을 시전 하는 팀장. 삭막해지는 근무환경에 사회생활이 처음인 소희는 모든 것이 어지럽기만 합니다. 과연 그녀는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사회고발 영화를 좋아하는 분', '실화 기반 영화를 좋아하는 분' '깊은 생각을 들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고구마 전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잔잔한 전개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

 

 

 이 영화는 2017년에 벌어진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정주리 감독은 2020년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여러 기사를 찾아보다가 이 사건을 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등학생이 거뜬한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콜센터 해지 방어 업무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의문이었고, 그리고 학교는 왜 학생들을 이런 산업 현상으로 내보내는지가 두 번째 의문이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사건을 가급적으로 객관적으로 묘사하고자 수집한 정보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자칫 감정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유가족이나, 콜센터를 방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콜센터 내부에서 벌어진 대부분의 사건들은 감독의 상상력이 포함되어 있으며, 경찰 수사도 적극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단순 자살로 마감했었다고 하죠. [1]

 

 그렇다면 실제 사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2017년 3월 27일 MBC 뉴스보도에 따르면 '지난 1월 특성화고 3학년이었던 홍수연 양이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애완동물 관련 기술을 전공한 홍수연 양, 지난해 9월부터 한 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갔습니다. 현장실습은 본래 졸업을 앞둔 고 3 학생이 직업현장에 가서 교육훈련을 받는 걸 말하지만 현장에선 조기 취업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고객들의 계약 해지 요청을 막아야 하는 일명 '해지방어 부서'에서 일했던 수연 양은 10월 중준부터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 콜센터에서 사원에게 할당한 고객 응대 횟수인 이른바 '콜 수'를 못 채우면 정해진 퇴근시간 저녁 6시를 넘기기는 일쑤였고 늦게까지 녹취를 들어야 하는 등 과제가 주어졌다는 내용입니다. ... 수연 양이 매달 받은 월급은 각종 공제 이전에 110에서 130여만 원이었습니다. 실습을 나가기 전 학생과 학교, 회사 등 3자가 체결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는 하루 7시간 근무, 월급 160만 오천 원이 명시돼 있었는데 ... 표준협약서에 비해 불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서. 두 서류의 내용은 동일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5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합니다.' 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들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과연 현재는 현장실습이 개선되었을까요? 실상은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23년 3월 17일 경향신문에서 진행한 특성화고 학생 인터뷰에 따르면 풍조는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다음 소희'를 본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신이 겪은 현장실습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아 공감이 많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학교는 취업률 때문에 막무가내 실습을 내보내고 있으며, 교육 없이 바로 업무에 뛰어드는 것도 여전하며, 강압적인 근무환경에서 버티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하죠.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기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실상입니다. [3]

 

독특한 전개 방식

 

 

 보통 수사물 형식을 가진 작품의 특징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를 말미에 배치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수사하는 경찰은 증거를 따라 파편화된 사건들을 조립하여 진상을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관객들이 사건의 진상에 호기심을 가지게 만들어 극의 끝까지 그들을 유인하는 방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 '다음 소희'에서는 이와 같은 방식을 차용하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소희가 자살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 중반부터는 유진이 소희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으로 극이 진행됩니다. 생각해 보면 유진이 수사할 내용은 1부에서 이미 관객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2부에서 유진이 추적하는 증거들은 1부를 다시 조명해 이야기의 흥미로움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정방향의 시간 순서를 택합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자살을 유발한 원인이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콜센터 상담원들이 겪은 심리적인 고통을 조명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현장 실습이라는 이름하에 싼 노동력으로 착취당하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1부에서는 주로 상담원으로서 고객들에게 듣는 폭언, 팀장으로부터 받는 실적 압박, 이중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2부에서는 현장 실습이 불합리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시간 순서로 흘러가면서 보이는 풍자도 상당합니다. 우리는 소희가 학교에서, 회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두고 싶다는 소희에게 후배를 위해서 조금만 참고 견디라는 선생님의 가식적이고, 배려 없는 조언과 인센티브라는 미끼를 통해 노동을 착취한 팀장의 모습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를 위해 유진과 만난 그들의 모습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언제 그랬다는 듯, 자신은 무고하고, 소희에게 심리적 문제가 있었다는 둥 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게 보여주죠.

 

 세상은 시답지도 않은 소문과 편견으로 그녀를 판단하고, 함부로 말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소희는 세상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해 주기 바라는지 선택했습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 동영상 등을 전부 지워버렸죠. 단, 한 영상만 제외하고요. 그 영상은 소희가 연습실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춤을 추는 영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오프닝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던 춤을 영상으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만약 불합리한 제도가 없었다면 소희는 그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 직접 출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악폐습이 계속 남는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영상으로만 간직해야 할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죠.

 

[1] 시사 IN - " 콜센터 실습생의 비극 "다음 소희가 없길..."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620 

[2] MBC 뉴스 - "콜센터 실습생의 죽음" https://imnews.imbc.com/replay/2580/4250307_29945.html

[3] 경향신문 - "영화 '다음 소희' 본 '지금 소희' ...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이야기'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3172105005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소희가 쭉 배출될 부당한 시스템"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