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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세상에 굴복하지 않을 용기 (Small, Slow But Steady, 2022)

무비서포터 2023. 8. 11.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일본의 새로운 신예로 떠오르는 '미아케 쇼' 감독의 작품,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입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일본 여성 프로 복서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이며,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싱에 대한 노력과 애정을 접지 않는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내내 저절로 그녀를 응원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재능 없고, 비루한 조건 속에서도, 계속해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가는 농인 복서의 이야기,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아무래도 귀가 들리지 않으면 불리한 점이 많죠"

- 극 중 체육관 회장의 대사

 

장르 : 스포츠, 드라마

감독 : 미야케 쇼

주연 : 키시이 유키노(케이코), 미우라 토모카즈(체육관 회장), 미우라 마사키(마코토)

상영 시간 : 99분

 

 영화는 케이코가 다니는 낡고, 허름한 체육관을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케이코는 숨소리와 샌드백을 두들기는 소리로 가득 찬 체육관을 가로질러 탈의실로 들어갑니다. 탈의실은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음악을 듣고 있던 사내는 케이코가 어깨를 두드리자, 그제야 그녀가 탈의실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자리를 비워줍니다. 그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케이코는 외투를 벗고, 훈련 준비를 마칩니다. 글러브를 착용한 채로 링 위에 오르는 케이코. 그녀는 트레이너와 눈빛으로 합을 맞춰가며 훈련을 진행합니다. 기억력을 좋아 트레이너가 가르치는 자세는 곧장 따라 하지만, 아직은 미숙해 트레이너의 펀치를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합니다. 비록 피하지는 못하더라도, 즐거운 케이코는 트레이너에게 미소를 보입니다.

 

 훈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케이코는 동생과 그의 여자 친구가 자신의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둘은 함께 노래를 들으며 데이트를 하고 있었죠.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내던 동생의 여자 친구는 케이코를 어려워하는지 별다른 인사 없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케이코는 이내, 동생에게 월세를 재촉합니다. 사정이 어려운 동생은 케이코에게 월세의 일부만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다음 달에 준다고 말하죠.

 

 케이코는 동이 트기 전, 강둑으로 달려가 운동을 합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시끄러운 열차 소리에 오고 싶지 않은 공간이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케이코에겐 한적하고 완벽한 훈련장소입니다. 한창 몸을 풀고 있던 그때, 체육관 회장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 곁에 섭니다. 함께 몸을 푸는 회장과 케이코. 같이 보온병의 물을 나눠마시며 훈훈한 사제 관계를 보여줍니다.

 

 체육관의 사정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재개발로 체육관이 허물어진다는 것과 귀가 들리지 않는 여자 복서만 신경 쓰는 것 같다는 생각에 회원들은 하나 둘 떠나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귀가 먼 케이코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로 시합 준비에 매진합니다.

 

 피나는 훈련 끝에 케이코는 링 위에 서게 됩니다. 상대에게 맞은 것이 분한지 감정을 쉽게 조절하지 못하는 케이코. 연속으로 처맞게 되는데... 이를 본 엄마는 손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숙입니다. 이를 본 아들이 대신 카메라를 들어줄 것인지 묻지만, 엄마는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피 말리는 케이코의 승부는 과연 어떻게 끝이 나게 될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물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농인의 삶을 그린 작품에 관심 있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잔잔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스포츠 영화를 기대한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농인 복서

 

 

 지금껏 복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많이 봐왔습니다만, 농인 복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져 이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무릇 복싱이란, 마주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해 적절한 가드, 공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운동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귀가 들리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영화 중간에 나오는 체육관 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어려움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경기의 세세한 부분을 조정하는 심판의 외침, 집중한 선수가 놓칠 수 있는 전략을 지도해 주는 코치의 외침을 듣지 못한다는 것. 사소한 부분이지만 큰 차이를 줄 수 있기에, 귀가 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변치 않을 의지

 

 

 케이코가 복싱에 빠진 이유는 오직 케이코 본인만 알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오직 회장의 추측만 들을 수 있을 뿐이죠. 그가 생각하건대 케이코가 복싱에 몰두하는 이유는 어린 시절에 따돌림을 당해 삐뚤어진 후, 혹은 링 위에서 숨 막히는 혈전을 겨루며 무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분명한 것은 그녀는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매일같이 체육관에 들려 복싱을 연습하는 복싱에 진심인 인물입니다.

 

 그녀의 애정에도 불구하고 케이코에겐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몸도 짧고, 귀도 들리지 않는 자질을 가진 비운의 복서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감정적이며, 상대방의 펀치를 두려워해 계속해서 물러나기까지 합니다. 코치들은 물러서기만 하는 케이코를 갑갑해합니다. 겁먹지 않고, 가드를 올리며,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짧은 리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대방에게 어퍼컷을 꽃을 수 있을 것인데... 계속해서 도망만 치니까요.

 

 케이코는 한평생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습니다. 회장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었습니다. 주변에서 지나가는 차량의 경적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자신의 뒤에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의 외침도 들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겐 별 것도 아닌 세상이지만, 케이코에게는 언제나 자신의 면상으로 주먹을 날리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녀가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는 이유는 단순히 겁이 많아서가 아닌, 세상이 그녀에게 물러서라고 강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케이코에게 복싱은 큰 의미를 가집니다. 링 위에서의 사투는 그녀가 한평생 느껴왔던 혈투와 결이 같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 복싱에서 승리한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성취입니다.

 

 

 이전까지 케이코의 세상은 온전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진심 어린 관심을 보여준 체육관 동료들. 그들은 케이코의 귀가 되어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케이코에게 세상과 맞설 용기를 주던 체육관 회장과 코치들은 점차 세상에 굴복하며 그녀의 인생에서 퇴장하려 합니다. 케이코가 체육관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녀가 겪은 충격은 상상이상이었을 겁니다. 자신에게 강해지라고 말했던 사람들이, 정작 세상의 변화에 저항조차 하지 않는 나약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겁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그녀가 감정적인 모습을 보인 까닭은 자신을 버린 원망과 그들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그녀의 머릿속에 교차되어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세상은 어쩌면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케이코가 강해지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죠. 번잡스러운 세상 속에서 권투를 통해 싸우는 법을 배우고, 챔피언이 된다면 거침없는 세상 속에서 굳건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신을 이긴 상대 선수가 공사판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 케이코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복싱에서의 우승보다도 세상에 굴복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 자신을 밀어내는 세상 속에서 굳건히 서 있기만 해도 남들보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상대 선수와 인사를 마친 케이코가 슬픔을 거두고, 다시 훈련에 들어간 까닭은 결국 세상은 혼자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아케 쇼 감독의 작품을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의 맛이 상당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출적으로도, 각본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차후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이기도 하고요. 추후 개봉되는 이 감독의 영화는 모두 챙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치 않을 의지"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