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수작전으로 꼽히는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바탕으로 한 놀란 감독의 역작 '덩케르크'입니다. 나치 독일군의 진격으로 수세에 몰린 프랑스군과 영국군은 덩케르크 해변까지 퇴각했습니다. 30만 명의 군인들이 말 그대로 몰살을 당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대규모 철수 작전이었죠. 놀란 감독은 이 과정을 특유의 시간을 오가는 플롯 전개로 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죽음이 다가오는 덩케르크 전장을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 '덩케르크', 당당히 추천드립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
"수고했어. 그거면 충분해." - 극 중 영국 시민의 대사 |
장르 : 액션, 드라마, 스릴러, 전쟁, 시대극, 밀리터리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 톰 하디(파리어), 마크 라이언스(도슨), 케네스 브래너(볼튼), 핀 화이트헤드(토미)
상영 시간 : 106분
영화는 영국군이 시내를 배회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영국과 프랑스군이 적의 공세에 해안가로 밀려났다. 덩케르크에 고립된 그들은 운명을 기다리고 있다. 구조되어 조국으로 돌아가는 기적만을 바라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나타나며 그들의 처지를 설명하죠. 물을 마시던 토미는 갑작스러운 독일군 습격에 정신없이 도망치죠. 그는 프랑스군이 만든 진지를 만나고서야 목숨을 부지합니다.
해변에 다다른 토미는 수많은 군인들이 해안가에 서서 구조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갑작스레 울리는 폭격경보. 독일군의 폭격기가 멀리서 다가오자 서있던 군인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바닥에 엎드립니다. 그리고 떨어지는 폭탄들. 그들이 떨어트린 폭탄은 해안가를 직격 하며 군인들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놓고 있었죠. 겨우 목숨을 부지한 토미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대열에 재합류합니다.
그러던 중 토미는 부상자는 수송 선박에 우선적으로 탑승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방금 해안가에서 만난 깁슨과 함께 부상자를 실은 들것을 잡고는 선박으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하죠. 수송선을 탈 수 있는 부두는 상당히 혼란스럽습니다. 기필코 배를 타고 싶어 하는 프랑스군과 자국인만 태운다는 영국인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심지어 영국 사람도 다 태울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오직 부상자만 태우고 있었습니다. 출항 2분 전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 토미는 포기하지 않고 부상자를 데리고 인파로 복잡한 부두를 헤치고 달려가죠. 성공적으로 환자를 배에 싣고, 자신들도 탑승하려고 은근슬쩍 머물지만... 선원이 눈치채고 그들에게 당장 배에서 내리라고 명령합니다.
도슨의 선박은 영국 해군에게 징발되었습니다. 군용 선박으로는 덩케르크에 있는 군인을 모두 철수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가용한 민간 선박도 차출하여 수송에 활용하고자 한 것이죠. 그들은 군의 명령에 따라 싣고 있던 짐들을 내리고, 구명조끼를 싣기 시작합니다. 짐을 다 실은 도슨은 그들에게 접근하는 해군을 보자 결심한 듯, 닻을 풀고 출항합니다. 그 결심은 바로 직접 덩케르크로 넘어가 본인이 군인을 싣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전의를 잃은 패잔병들을 실은 선박이 도망쳐 나오는 곳,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덩케르크로 그들은 향하고 있습니다.
파리어는 영국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조종사입니다. 덩케르크에서 독일 폭격기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출동했죠. 총 세 대의 비행기가 덩케르크 상공에서 40분 간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연료를 채우고 출동했죠. 파리어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칼레에서 왜 철수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알고 보니 칼레는 독일군이 점령했기에, 어쩔 수 없이 개활지 덩케르크에서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죠.
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그들은 상공에서 독일군 전투기를 마주칩니다. 한차례의 격렬한 전투. 독일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것에 성공하며 한 차례 한숨을 돌렸지만, 지휘 비행선과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주변의 바다를 살피자 추락한 딜러의 잔해를 확인할 수 있었죠. 게다가 파리어 기체의 연료계는 방금의 전투로 고장 난 상태. 앞으로 얼마나 비행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로 그들은 덩케르크로 향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 '감동적인 실화 바탕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다소 잔인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덩케르크 철수작전 |
덩케르크(뒹케르크) 철수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영국-프랑스 연합군 34만 명을 영국 본토로 무사히 생환한 철수작전입니다. 1940년 5월 10일, 나치 독일의 프랑스 침공으로 인해 광기의 전운이 서방에도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는 프-독 국경에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전쟁을 대비하였으나, 나무로 빽빽한 벨기에 숲을 기갑 전차 부대로 돌아 습격하면서 전쟁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죠. 당시 독일 전차의 진격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프랑스 전역이 거진 2주 만에 나치 독일 손아귀에 들어가는 등 놀라운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약 30여만 명의 영-프 연합군이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독일 전차에 무너져버린 상황에 영국 수상 처칠은 그들을 반드시 구출하라고 군대에 지시합니다. 이틀에 4만 5천 명 구출을 목표로 열심히 구축함을 보내 군인들을 태웠지만, 독일의 폭격, 잠수함의 방해로 3만여 명을 태운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적뿐이었습니다. 첫 번째 기적은 민간 선박들의 자발적 구출 작전 참여입니다. 원래는 해군들이 배를 대여해 군인을 이송하고자 했지만, 선주들은 자신의 배를 함부로 건네줄 수 없다며 직접 도버해협을 건넌 것이죠. 심지어 차출되지 않은 선박들도 바다를 건너 구출 작전에 참여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호송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기적은 독일군의 진격 중단 및 프랑스 군의 전선 사수였습니다. 탱크를 앞세웠던 기갑부대는 쾌속으로 질주하고 있었으나, 아라스 전차 전에서 보급 부대가 습격당하며 전차 부대만 진격했을 때 발생하는 위협에 대해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병 부대의 지원을 받기 전까지는 무리해서 진격하지 말라는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에 따라 덩케르크에는 폭격만 가하고 있던 것이었죠. 게다가 3만여 명의 프랑스군은 연합군이 철수할 수 있게, 덩케르크 전선에서 목숨 바쳐 싸웠습니다. 그들은 모든 군인들이 철수하고 나치 독일에 투항했죠.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30여만 명의 군인을 지키기 위해 프랑스군이 보여준 고귀한 희생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편, 수많은 상선의 지원을 받아, 왕립해군은 영국군과 연합군의 구출에 총력을 다했고, 220척의 군함과 650척의 선박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악천후 속,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탄과 증가하는 포병 사격의 집중 아래에, 해안 위에서 어려운 작전을 수행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바다는 기뢰나 어뢰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병사들은 며칠 밤을 쉬지 않고 위험한 바다를 건너, 사람들을 옮기며 구조해 냈습니다. 그들이 되찾아 온 숫자는, 그들의 헌신과 용기의 척도입니다." - 덩케르크 퇴각 작전 이후 윈스턴 처칠의 연설
시간의 마술사, 놀란 |
이 영화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각기 다른 세 개의 플롯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것에 있습니다. 하나는 덩케르크에서 탈출하는 군인, 두 번째로는 전투기 조종사, 마지막으로 자가 선박을 이끌고 군인을 구하기 위해 해협을 건너는 민간인입니다.
영국 군인은 거듭되는 패전으로 기세가 꺾인 상태였습니다. 나치에게 쫓기고, 쫓겨 결국 덩케르크 해변으로 몰린 상태였죠. 본국에서 퇴각을 위한 선박을 보내주고 있지만, 계속되는 나치 폭격기의 습격으로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부상자를 이송하면서까지 배에 탑승하고자 발악하지만, 그들은 탈 수 없었죠.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려놓으면서까지 살아보려는 모습은 그들의 좌절감과 패배감을 엿볼 수 있는 면목입니다.
영국 전투기 조종사는 그들을 구원하는 한줄기 빛과 같습니다. 선박에 폭격을 날리는 나치의 비행기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자신의 선박을 이끌고 해협을 건넌 민간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입니다. 비록 PTSD를 호소하는 군인에게 친구를 잃더라도, 그를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덩케르크로 향하는 사람들이죠.
놀랍게도 세 개의 플롯이 진행된 시간은 상이합니다. 영화 내에서 실제로 흐른 시간은 군인의 경우 일주일, 선박은 하루, 비행기는 단 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적절히 버무려져 거대한 사건 하나를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놀란 감독이 세 개의 플롯을 기, 승, 전, 결로 각기 잘라두었고, 서로의 시간대가 교차하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큰 줄기로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군인 : (기) 해협에 갇힘 - (승) 탈출 선박에 탑승, 그러나 침몰당하고 다시 덩케르크로 복귀 - (전) 버려진 배에 숨어있다가 독일군 공격에 당함 - (결) 민간 선박에 탑승하고 영국으로 탈출.
2) 민간인 : (기) 덩케르크로 출발 - (승) 침몰 선박에서 군인 구출, PTSD 호소 및 조지 살해 - (전) 추락한 스핏파이어 조종사를 구하러 향함 - (결) 군인들을 배에 싣고 구출.
3) 조종사 : (기) 덩케르크 전장으로 출격 - (승) 리더를 잃음. 연료계 고장 - (전) 동료 비행기 추락. 연료계 확인 불가 - (결) 마지막까지 군인들을 보호하고, 자신은 덩케르크 해변에서 독일군에게 포로가 됨.
이처럼 각기 다른 사람들이 여러 위기를 겪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해당 작전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간대로 인해 그들이 거대한 전장에 참전한 인물들임을 강조하고 있죠. 이는 놀란 감독 특유의 자유로운 시간 플롯 전개가 빛을 발한 케이스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전개방식을 이용해 해당 철수작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군인의 플롯은 패배의 플롯입니다. 독일군으로부터 도망치고, 자존심마저 내팽개친 상황 속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패배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국에서 환영은커녕 돌이라도 맞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민간인과 조종사의 플롯은 구원의 플롯입니다. 그들에겐 패배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도 전장으로 향하며 괴로움에 몸부리 치는 군인들을 겪으며, 간접적으로나마 전쟁의 잔혹감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이쯤되니 몸 하나 성한 군인을 구출하는 것도 대단하게 느껴질 지경인데, 30여만 명의 군인이 살아 돌아온 것은 그들에게 기적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위대한 패배, 기적의 구출.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훌륭한 플롯 배치라 볼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저 살아있어 주어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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