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 열차'입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빙하기를 피하기 위해 전 세계를 횡단하는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 열차는 돈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머리칸을, 무임승차한 사람들에겐 꼬리칸을 제공하고 있죠. 말 그대로 자본으로 계층이 구분되는 사회를 앞뒤로 쭉 이어진 열차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따라, 출생지에 따라 갈리는 불평등한 사회를 풍자한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설국열차', 추천드립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
"애초부터 나는 앞쪽칸, 당신들은 꼬리칸! 제 자리를 지켜!" - 극 중 메이슨의 대사 |
장르 : SF, 액션, 느와르, 스릴러,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감독 : 봉준호
주연 : 크리스 에반스(커티스), 송강호(남궁민수), 애드 해리스(윌포드), 존 허트(길리엄), 틸다 스윈튼(메이슨)
상영 시간 : 125분
영화는 눈발 날리는 배경에 뉴스 진행자의 말로 시작합니다. 2014년 7월 1일 오전 6시, 지구온난화 해결책으로 개발된 CW-7은 전 세계 상공에 살포되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이 물질 살포를 통해 지구의 적정 기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기온이 너무 감소하여 빙하기가 도래했죠. 'CW-7의 대량살포 직후, 거대한 한파가 세계를 덮쳤다. 새로운 빙하기,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멸종되었다. 끝없이 달리는 운명의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만이 인류 최후의 생존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2031년, 열차 꼬리칸으로 무장 군인 둘이 들어와 인원수를 점검합니다. 정렬한 사람들이 군인의 명령에 따라 앞줄부터 하나 둘 차례로 앉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한 사람, 커티스만이 자리에 앉지 않습니다. 그는 머리칸으로 향하는 문이 닫히는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것이죠. 원하는 시간을 체크한 커티스는 그제야 자리에 앉습니다. 인원체크를 마친 군인은 꼬리칸에서 바이올린 연주가 가능한 사람을 찾습니다. 동시에 꼬리칸 인원들에게 음식 보급을 시작하죠. 에드가는 그들의 말에 기가차다는 듯이 음식 줄에 섭니다. 자신들은 단백질 덩어리를 먹는 상황이지만, 머리칸에서는 스테이크를 썰면서 바이올린 연주를 듣겠다는 심보가 어이없다며 말이죠. 이에 커티스는 우리가 앞 칸에 가면 다를 것이라 답하죠.
한 노부부가 군인에게 다가가 그들이 보스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군인은 할아버지의 손을 보더니 그만 따라오라고 말하죠. 자신의 아내는 데려가지 않을 것이냐고 묻자, 군인은 한 사람만 필요하다며 그만 오라고 명령하죠.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할 수 없다면 가지 않겠다며 뒤돌아갑니다. 그러나 갑자기 군인이 다가와 할머니의 얼굴을 개머리판으로 내려치고, 넘어진 할머니의 손을 발로 밟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 나머지 군인들은 꼬리칸 사람들에게 당장 자리에 앉으라고 명령합니다. 에드가는 불합리한 상황에 분개하지만, 커티스는 곧 때가 올 것이라며 참으라고 말하죠.
간이침대에서 잠을 청하던 커티스와 에드가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에 놀라 고개를 숙입니다. 그들은 건강 점검이라고 말하며 꼬리칸 아이들을 데려가죠. 아이들이 모이자 앞 칸에서 노란색 옷을 입은 인물이 다가와 아이들의 키를 줄자로 하나하나 재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타냐가 숨긴 아이를 찾고는 강제로 데려오죠. 꼬리칸의 부모들은 난리가 납니다. 특히, 앤드류는 앤디를 데려가는 것에 분노해 노란색 옷을 입은 여성의 머리에 신발을 던지죠.
앤드류는 즉시 신발을 던진 대가를 치릅니다. 팔에 무언가를 바르고, 모든 것이 얼어붙은 열차 밖으로 손을 내밀게 되죠. 동시에 열차의 이인자, 메이슨 총리가 방문해 연설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이것이 신발이 아닌, 혼란을 유발하는 위험한 물건이라고 말합니다. 얼어붙을 추위 속에서 열차를 지킬 것은 오직 질서뿐이라며,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디 신발은 발에 귀속된 물건이며, 머리에 올라설 수 없다고 말합니다. 자신은 모자, 꼬리칸 사람들은 신발이니, 자리를 지키라고 말합니다. 7분의 시간이 흐르자, 군인들은 앤드류의 팔을 다시 안으로 넣습니다. 잘 얼었는지 확인하고, 망치로 그의 팔을 박살 내죠.
꼬리칸의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그들은 본격적으로 앞 칸으로 갈 계획에 시동을 겁니다. 차근차근 물건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군인들이 또다시 갑작스럽게 꼬리칸에 등장합니다. 이전처럼 앉으면서 인원점검을 시작하지만, 사람들이 전부 앉는다면 장비가 군인들에게 들킬 수밖에 없는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에드가는 커티스에게 행동을 촉구합니다. 과연, 커티스는 어떤 결단을 내리게 될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사회 풍자물을 좋아하는 분', '참신한 설정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 '디스토피아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무거운 영화를 싫어하는 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계층 사회를 바라보는 봉준호 감독의 시선 |
열차는 현실의 계층 피라미드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장치입니다. 영화에서도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죠. 티켓을 구매하고 탑승한 승객은 머리칸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은 꼬리칸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주하고 있는 객실에 따라 편안한 침대에서 잠을 자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거나,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청하며, 단백질 블록을 먹어야 합니다. '나는 머리칸에 속해있고, 너희들은 꼬리칸에 속해있다'는 메이슨 총리의 말이 시의적절하게 맞는 상황이죠.
열차 내 자원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외부에서 식량을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부에서 생산해야 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수는 제한적일 것입니다. 예시로 스테이크를 먹고 싶으면 소를 키워야 하는데, 객차가 좁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을 만큼 소를 키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만들 수 있는 스테이크 수량도 줄어들게 되고, 오직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만이 소유할 수 있겠죠.
스테이크의 달콤함을 맛본 기득권층들은 미래에도 확실히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치는 '질서'입니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꼼짝하지 않고, 체제를 전복시키지 않을 '질서'가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들은 '질서'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서 약자들에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하나는 희망 차단입니다. 현 체제하에서도 꼬리칸 인물들은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만일, 머리칸에서 스테이크를 나눠준다면 말이죠. 그러나 잠깐의 관용은 큰 화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스테이크를 맛본 꼬리칸 사람들이 다시 단백질 블록을 먹을 때, 반발이 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내내 꼬리칸에 머리칸 인물들이 무관용으로 일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폭력입니다. 앞서 언급한 스테이크 차단은 엄밀하게 말하면 희망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 폭력은 약자에게 패배주의를 심어주며, 그들이 감히 머리칸을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주죠.
하지만 꼬리칸 인물들도 순순히 당하지 않습니다. 무관용, 폭력으로 일관한 비인간적인 머리칸의 태도는 그들에게 패배주의를 심기는커녕, 오히려 반감과 악바리를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분노는 머리칸의 엔진을 차지할 때까지 폭주합니다. 기득권과 피지배층의 혈투. 그들은 메이슨 총리를 인질로 잡을 때까지 서로 피 흘리며 무기를 휘두릅니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수많은 목적을 상실을 하게 되죠. '이렇게까지 피를 흘려서 엔진을 차지하는 이유가 뭘까?'라는 질문이죠.
꼬리칸 인물들은 그런 상상을 해왔습니다. '만일 우리가 지도자가 된다면 더 좋게 통치할 거야.'와 같은 막연한 상상이었죠. 머리칸에 도달한 커티스는 지도자가 될 기회를 얻습니다. 윌포드에게 권한을 위임받거나, 그를 죽이거나.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열차의 지도자가 될 운명. 말 그대로 불평등한 사회를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상황에 도착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열차의 지도자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열차는 이미 낡았으며, 어린아이를 착취해야 작동하는 하자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이런 시스템 속에서 자신이 리더가 되어봤자, 제2의 윌 포드가 될 뿐입니다.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은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7인의 반란과 남궁민수이죠. 평범한 사람들은 열차 외부를 얼어 죽는 공간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은 남들과 달랐습니다. 불합리한 열차 시스템에서 탈출해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이죠. 그 길은 위험한 길이 될 것입니다. 시도했다가 얼어 죽은 사람도 있고,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는 길입니다. 하지만 열차 시스템보다 더 좋은 사회를 발견할 수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시도가 될지도 모르겠죠.
봉준호 감독의 관점은 여기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 왔습니다. 계층에 따라 그 자원 획득에 차등이 발생해 왔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지도자를 끌어내보지만, 계층 사회는 여전히 유지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층을 초월해, 이상적인 시스템을 찾기 위해 열차 외부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정답일지는 의문이기는 하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열차의 지도자가 된다 한들 무엇이 바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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