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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그린 북 - 흑인의 생존을 위한 안내서 (Green Book, 2018)

무비서포터 2023. 9. 8.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2019년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그린 북'이라는 영화입니다. 링컨 대통령의 독립선언문으로 노예제가 제도적으로 철폐되었지만, 미국 남부지방에는 여전히 차별이 만연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그린 북'으로 흑인이 식사할 수 있는 식당, 머물 수 있는 호텔을 안내하는 가이드 책이 존재했던 것이었죠. 공공연하게 차별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흑인들의 삶이 궁금한 분들에 영화 '그린 북', 당당히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그린 북 예고편

 

"그래, 난 성에 살아요 토니! 혼자서!"

- 극 중 돈 셜리의 대사

 

장르 : 드라마, 코미디

감독 : 피터 패럴리

주연 : 비고 모텐슨(토니 발레롱가), 마허샬라 알리(돈 셜리)

상영 시간 : 130분

 

 영화는 1962년 뉴욕의 한 레스토랑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토니는 멋지게 차려입은 신사와 숙녀를 좌석으로 안내하며 팁을 받는 종업원입니다. 그는 중요한 고객, 로스쿠도가 모자와 재킷을 맡긴 것을 확인하고는 잔꾀를 부립니다. 그리곤 당장 옷을 받은 직원에게 달려가 로스쿠도의 모자를 달라며 돈을 건네죠. 시간이 지나고 로스쿠도는 난리가 납니다. 모자를 당장 찾아오지 못하면 식당 태워 버리겠다며 매니저를 위협했죠. 토니는 나중에 처연히 모자를 들고 로스쿠도의 도박장으로 찾아가 모자를 돌려 드립니다. 그는 그렇게 로스쿠도의 신뢰를 쌓게 되죠.

 

 아침에 집에서 일어난 토니는 온 친척이 자신의 집에서 야구를 보고 있는 광경을 봅니다. 이곳에 왜 왔냐고 묻자, 토니의 아내를 지키기 위해서 왔다고 답하죠. 토니는 아내, 돌로레스가 있는 주방을 잠시 살펴보니... 그곳엔 집수리를 위해 흑인 기술자 두 명이 와 있던 상태였죠. 돌로레스는 고생한 기술자분들에게 물 한 잔을 건넸고, 토니는 그들이 사용한 컵을 쓰레기통에 버립니다.

 

 집에서 쉬고 있던 토니는 전 레스토랑 지배인의 연락을 받습니다. 운전사가 필요하다는 요청. 토니는 그가 요청한 대로 카네기홀로 향합니다. 위층으로 향하자 복도엔 그와 비슷한 복장 차림의 여럿이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차례대로 면접을 보고, 마침내 토니의 차례가 됩니다. 안으로 들어간 토니는 금 목걸이에 화려한 아프리카 전통 복장을 입은 셜리 박사와 악수를 합니다. 사실 셜리 박사는 남부 순회공연을 할 때 차를 몰 운전사가 필요해 그를 불렀습니다. 주급 100달러에 숙식 제공이라는 괜찮은 보수. 다만 여러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이 공연은 8주에 걸친 강행군.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시 뉴욕에 돌아 올 예정입니다. 기혼자인 토니가 가족과 떨어지기엔 무리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스케줄 관리도 하는 매니저 역할도 겸해야 했습니다. 이 말에 토니는 최소 주당 125달러는 받아야 그 일을 맡겠다고 외치고는 방을 나가죠.

 

 집으로 돌아온 토니는 면접에 대해 아내와 얘기합니다. 닥터라길래 의사인 줄 알았는데, 음악가였다던가. 그가 카네기홀 꼭대기에 살고 있는 것. 밀림의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가 흑인이라는 것에 대해서요.

 

 다음 날 아침, 토니는 한 전화를 받고 잠에서 깹니다. 바로 셜리의 전화였죠. 셜리 박사는 아내 돌로레스와 통화하고 싶어 합니다. 셜리 박사는 친절하게 토니가 할 일을 설명합니다. 두 달의 긴 여정이며, 돈은 토니가 말했던 주 125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설명하죠. 토니는 음반회사 직원들에게 전용 차량을 제공받습니다. 그와 동시에 몇 가지를 전달하죠. 금액은 선금 50%, 잔금은 공연을 마치고 지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하나라도 못하면 잔금은 지급받을 수 없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을 지급받습니다.

 

 과연 그들은 인종차별이 만연한 남부에서 무사히 모든 공연을 마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인종차별이 만연한 1900년대 미국 사회를 다룬 영화를 보고 싶은 분', '저절로 기분 좋아지는 영화를 보고 싶은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잔잔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900년대 미국의 흑인 차별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은 1863년 1월 1일에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해당 내용은 미국 수정 헌법 제13조에서 공문화되어 법적으로 노예제도는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제1항, 어떠한 노예 제도나 강제 노역도, 해당자가정식으로 기소되어 판결로써 확정된 형벌이 아닌 이상, 미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

 

 명목적인 노예제도는 철폐되었으나 유색인종을 향한 차별은 1900년대에도 여전했습니다. 일례로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흑인 운전자를 위한 그린 북'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꾸준히 출판되었던 책입니다. 흑인을 차별하는 책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저자는 흑인을 고려하여 책을 출간하였다고 합니다. 당시엔 흑인들은 인종차별과 빈곤 때문에 차를 구매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산층 흑인이 발생함에 따라 차량을 소유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차를 타고 미 전역을 여행하기도 했죠. 다만 그들이 남부를 방문했을 땐 거센 인종차별을 겪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 접대 거부, 모텔에서 투숙 거부, 이유 없는 경찰서 구금 등 온갖 수모를 겪었다고 하죠. 그래서 저자 'Victor Hugo Green'은 상대적으로 흑인 친화적인 시설들을 안내하는 책을 작성하여 그들의 안전한 여행을 도모한 것이었죠. [1]

 

 흑인들은 경제적인 활동도 크게 제약이 있었습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주택융자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 소유자 융자 공사'를 설치해 '주택 융자 안전성 관련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소득 분위를 네 개로 구분하여 지역을 구분했는데, 흑인이 거주한 지역은 빈곤층이 많았기 때문에 하위 등급인 '빨간 주택지'로 분류되었습니다. 빨간 주택지와 노란 주택지 지역은 융자를 받을 수 없었고, 주택 매매가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는 중산층 주택 보급의 황금시대로 불리지만, 융자가 막힌 흑인들에겐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죠. 그들은 1968년도에 공평주거권리법이 등장할 때까지 경제적 불평등을 누려 온 것입니다. [2]

 

 이외에도 여러 차별이 존재했었죠. 버스에서 인종 간 탑승 공간이 분리되어 있었다던가 [3], 유색 인종 전용 화장실이 존재했던 문제를 다룬 영화 '피든 피겨스'를 보았을 때 흑인에 대한 차별이 상상이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늘 맡았던 냄새처럼

 

 

영화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 다른 하나는 간접적으로 사건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전자의 장점은 사건을 직접적으로 조명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문제의 심각성을 단번에 부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가 당하는 수모를 직접 보고, 실감하며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죠. 예를 들어 노예제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영화 '노예 12년'이 적절한 예시가 될 것입니다.

 

 간접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영화의 경우에는 해당 사건의 파편을 모아, 해당 사건을 객관적으로 다룰 때 사용합니다. 대표적으로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그랬죠. 가톨릭 아동 성범죄의 전말을 드러낼 때, 실제 성추행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증언과 발견되는 증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거대 종교 단체의 책임을 재고하려는 의도도 함께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영화 '그린 북'의 경우에는 명확하게 하나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제3의 방법을 사용했죠. 그것은 바로 인종차별이 마치 늘 함께했던 냄새가 풍겼던 것처럼 사회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셜리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음악으로 박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입니다. 심지어 인종차별이 심각한 남부에서도 유색인종인 그를 초대해 피아노를 쳐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죠. 남부의 백인들은 셜리의 멋진 연주에 망설임 없이 박수를 보내며 그를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셜리가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식당을 사용할 때는 그들의 태도가 일변합니다. 고급 화장실을 사용하려는 셜리를 막아서고는 마당에 있는 측간을 이용하라며 정중하게 권유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려는 셜리를 막아서고는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않으며 식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백인들의 모습에서 당대 사람들의 사고방식 기저에 은근히 깔려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악취가 풍겨오는데, 이전부터 맡아왔던 것이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지성인인 셜리는 어처구니없는 인종차별에 온건하게, 올바르게 대처합니다.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마당에 마련된 측간이 아닌, 머무르고 있던 호텔로 돌아가 화장실을 사용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흑인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마칩니다. 그는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사람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접을 요청하며, 그렇지 못하는 경우엔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품위를 유지하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비록 그 길이 멀지라도, 비록 그 길이 굴욕스러울지라도, 그는 굴복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흑인으로서 최정점에 있는 자신이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체면을 깎아내리게 된다면, 돌아올 야유를 알고 있으며, 하류인생을 살고 있는 흑인들의 존중을 회복할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셜리의 보이지 않는 세상과의 혈투는 더 처절하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1] Wikipedia -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 : https://en.wikipedia.org/wiki/The_Negro_Motorist_Green_Book

[2] 프레시안 - 미국 인종 차별의 역사: 빨간 주택지와 인종 차별 :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0214011639387

[3] History - Montgomery Bus Boycott : https://www.history.com/topics/black-history/montgomery-bus-boycott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무례에 대적하는 꼿꼿한 품위"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