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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모노노케 히메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걸작 (Princess Mononoke, 1997)

무비서포터 2023. 9. 4.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역작, '모노노케 히메'입니다. 아이누족 설화에 영감을 받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스스로 세운 '아시타카 전기'를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으로, 미야자키 본인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인 작품입니다. 최근에 다시 봐도 1997년도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작화와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와 이를 전달하는 스토리텔링에서 감독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죠. 100년이 지나도 회고될 일본의 역사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 '모노노케 히메', 당당히 추천드립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모노노케 히메 예고편

 

"살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 극 중 아시타카의 대사

 

장르 : 애니메이션, 드라마, 액션, 어드벤처, 고어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주연 : 마츠다 요지(아시타카), 다나카 유코(에보시), 모리시게 히사야(오꼬또), 모리 미츠코(오라클), 니시무라 마사히코(코로쿠), 가미조 츠네히코(곤자), 미와 아키히로(모로), 시마모토 스미(토키), 이시다 유리코(산), 코바야시 카오루(지코)

상영 시간 : 133분

 

 영화는 세계관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합니다. "오래전, 이 나라는 깊은 숲에 둘러싸여 있었고, 태곳적 모습을 한 신들이 살고 있었다."

 

 에미시 부족의 차기 족장이 될 아시타카는 붉은 영양, 야쿠르와 함께 마을 외곽에 있는 감시탑으로 향합니다. 산의 동물들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죠. 아시타카는 탑으로 올라가던 중, 숲 속에서 배회하는 수상한 물체를 확인하고는 활시위를 당겨 쏠 준비를 합니다. 그것은 담장을 파괴하고 달려오는데... 마치 무수히 많은 말미잘 촉수가 동물을 감싸고 있는 형체였죠. 히이 할아버지는 단번에 그것이 재앙신임을 알아차립니다. 지나가는 모든 생물체에 저주를 내리는 악신. 그것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로 향하고 있었죠.

 

 아시타카는 야쿠르를 타고 재앙신과 대화하려고 합니다. 마을을 덮치려고 하는 이유를 묻지만, 이성이 마비된 재앙신은 지나가는 마을 주민을 향해 미친 듯 쫓기 시작하죠. 하는 수 없이 아시타카는 활시위를 당겨 재앙신의 급소를 노립니다. 화살이 급소에 적중하자 발광하던 촉수들이 아시타카의 팔을 감싸고, 결국 그는 오른팔은 마치 화상을 입은 듯한 저주 자국이 생기게 되죠. 아린 고통을 이겨내고 다시 화살을 재앙신에 맞히는 아시타카. 두 번째 일격으로 재앙신은 힘을 잃고 쓰러졌고, "어리석은 인간들아. 자연의 증오와 한을 너희가 알겠느냐"는 의미심장한 망을 남기고 자연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주를 받은 아시타카는 앞서 죽인 재앙신처럼 변할 운명입니다. 때문에 부족과 함께 할 수 없으며, 재앙신처럼 변하지 않기 위해서는 저주의 근원을 찾아 치료해야 합니다. 원흉을 찾기 위해 아시타카는 재앙신이 왔던 방향, 일본 남부로 향하게 됩니다. 남부는 여러 세력들의 무력 충돌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시타카도 가던 길에 군인들에게 당할 뻔 하지만, 압도적인 궁술로 자신을 쫓아오는 군인들의 머리를 날려버리며 전장을 탈출합니다. 이때, 아시타카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한 '지코보'는 서쪽으로 가면 사람이 갈 수 없는 깊은 숲, 사슴신의 숲이 나온다고 알려줍니다. 모든 짐승이 태곳의 모습 그대로 거대하게 살아있는 곳이니 자신이 죽인 재앙신도 이곳에서 왔을 가능성이 있었죠.

 

 깊은 숲에 다다른 아시타카는 계곡가에 사람 둘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숨 쉬는 것을 확인한 아시타카는 곧장 그들을 건져내고 도움을 주려던 순간... 강 건너에서 수상한 기척을 느끼고 달려가게 됩니다. 그곳엔 들개 여신 모로와 그녀의 아들 둘, 그리고 산이 있었죠. 산은 모로가 인간들과 싸우다 생긴 상처의 피를 입으로 뽑아내고 있었습니다. 낯선 인간의 기척을 느낀 모로는 아시타카를 바라보며 으르렁거립니다. 아시타카는 그들이 사슴의 숲에 살고 있는 신이냐고 묻지만, '꺼져'라는 냉담한 반응만 보이고 그들은 사라지죠. 거대한 몸집과 두 개의 꼬리를 지닌 들개. 아무래도 아시타카는 지코보 스님이 알려준 사슴신의 숲으로 온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아시타카는 이 숲에서 저주의 원인을 파악하고,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생각해 보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일본의 역사, 설화 및 문화를 반영한 작품을 좋아하는 분', '애니메이션 작품을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깊은 생각을 요구하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복잡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선악이 불분명한 세력들

 

 

 이 작품의 인상적인 특징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대립 속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한쪽을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미야자키 본인의 인간과 자연을 향한 통찰이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에보시는 인류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굴지에 정착한 마을 주민들을 지도하여 철을 주조할 시설을 마련하였고,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생존할 수 있게 만들었죠. 게다가 여성은 물론이고, 나병 환자까지 편견 없이 기용하며 만인에게 평등한 모습을 보이는 참된 리더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마을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서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마을 주변의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심지어 숲의 주인인 사슴신의 목을 노리는 무자비함이 돋보이죠.

 

 옷코토누시를 비롯한 여러 신들은 자연을 대표합니다. 욕심 없이 살아오던 그들은 인간의 침탈로 인해 보금자리를 빼앗겼고, 목숨을 위협받고 있죠. 자연을 복구하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은 인간의 방해로 부질없었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생존을 위해 목숨 바쳐 인류에게 저항하지만 발전된 인류의 무기에 힘써보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집니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인간을 향한 원한뿐입니다.

 

 사슴신은 생과 사를 관장하는 신입니다. 모든 생물들은 그의 의지에 따라 생명을 얻거나, 잃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슴신의 속성은 생명의 오고 감에는 이유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자신에게 충성했다고 생명을 주는 것도 아니며, 자연을 파괴한 인류의 구성원이라고 생명을 뺏지 않습니다. 그저 이 시대를 흘러 지나가는 인연들의 이유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인간과 자연 간의 다툼 속에서도 특별한 행동 없이 모든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원을 위해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 그들을 증오하는 자연, 그리고 모든 것을 관망하는 사슴신. 이 셋의 충돌로 인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통찰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얘기하도록 하죠.

 

아시타카와 산

 

 

 인간과 자연의 갈등 사이에서 빛을 발하는 인물은 바로 아시타카와 산일 것입니다.

 

 아시타카는 본래 에미시 부족의 족장이 될 운명이었습니다. 그에 걸맞게 궂은일을 도맡으며,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죠. 비록 저주 때문에 마을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게 되었지만, 특유의 근면 성실함과 넉살 좋은 성격으로 남들에게 환영받습니다. 심지어 그의 편향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은 인간과 자연, 둘 다에게서 사랑하며, 사랑받게 되는 이융입니다.

 

 산은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받아 들개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들개처럼 생각하고, 행동했지만, 외모 때문에 짐승들에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죠. 인간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을 구하기 위해 산을 벌목해야 하는 인간들에게 늘 맞서 싸우며 저항하는 들개 무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인간이면서, 동시에 짐승인 인물이며,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시타카가 산에게 '아름답다'라고 말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치우침 없이 모두에게 동등한 사랑을 주는 아시타카에겐 산은 더러운 인간이거나, 원혼이 씐 들개의 자식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소녀일 뿐이었죠. 그리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모두에게 버림받고 악착같이 살아왔던 산에겐 색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세력을 초월한 아시타카의 순수한 사랑이 자신의 존재를 처음으로 인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편견 없이 사랑해 줄 아시타카와, 모든 것들에게 버림받았던 산의 만남. 운명적인 둘의 사랑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입니다.

 

자연 속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사슴신의 목을 베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목을 찾아 방황하는 그의 몸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오는 장면이 무시무시하게 연출되기 때문입니다. 에보시와 스님이 사슴신의 목을 가져가는 이유는 '사슴신의 목을 먹으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들은 왕의 명령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사슴신은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며, 해당 소문이 진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사슴신의 폭주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자연의 도움 요청에도 묵묵부답이었던 사슴신이, 자신의 목이 잘리자 세상에 종말을 내리는 장면은 다소 이기적인 면이 있지 않는가 생각이 들기도 하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개척합니다. 숲을 벌목하고, 철을 구하기 위해 땅에 굴을 파고, 신들의 거처 파괴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에 자연은 분노합니다. 결국 원한만 남아 재앙신으로 변해 인류에게 복수를 합니다. 이는 현 인류의 세태를 직접적으로 비유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예시로 무분별한 화력발전을 통해 인류는 발전을 이룩했지만, 늘어난 이산화탄소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상승, 기상이변이라는 재앙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한 인물이 바로 '아시타카'입니다. 그는 남부 지역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발생한 재앙의 나비효과를 겪게 되었죠. 본인이 저지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치르게 된 것입니다. 진실을 알고 있는 그는 재앙의 근원이 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간절히 외쳐봅니다. 그러나, 자연의 아픔은 그 골이 깊었고,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었습니다.

 

 사슴신의 목을 끊어낸 것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탐욕의 최고점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연은 이미 손아귀에 넣었다는 생각에, 이제는 생사에 관여하는 힘을 탐하는 것이죠. 자연을 창조하고, 거둘 수 있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의 권능에 도전한 인간들 또한 생사의 흐름에 속박된 나약한 생물일 뿐이었습니다. 이를 깨닫게 되는 것은 사슴신이 폭주하여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미야자키 감독은 인간과 자연의 본질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선 없이 탐욕스러운 인간은 더 많은 것을 갈구할 것이며, 이는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공존을 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그것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오랜 시간 세상을 관찰해 오며 내린 결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동시에 품고자 한 미야자키 감독의 걸작"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