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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리턴 투 서울 (Return to Seoul, 2022)

무비서포터 2023. 5. 11.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리턴 투 서울'이라는 작품입니다.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으로 초청받은 작품이며, 한국 입양아의 이야기를 캄보디아계 감독이 풀어내는 프랑스 영화죠. 당최 얽히지 않을 것 같은 국적 셋이 엮여 만들어진 영화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고, 로튼 토마토 전문가 평점에서 96점을 받은 것도 특이해서 직접 영화관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소 난해한 영화였지만,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외 입양아의 심리를 단편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독특한 영화, '리턴 투 서울'.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리턴 투 서울 예고편

 

"한국은 나에게 해로워."

- 극 중 프레디의 대사

 

 

장르 : 드라마

감독 : 데이비 추

주연 : 박지민(프레디), 오광록(한국 아빠), 김선영(한국 고모), 허진(한국 할머니), 손승범(동완)

상영 시간 : 119분

 

  이야기는 프레디가 한국 게스트 하우스에 체크인하며 시작됩니다. 게스트 하우스 주인, 테나가 듣고 있는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는 프레디. 그녀는 옛 한국 노래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프레디의 여권을 확인한 테나는 익숙하다는 듯, 프랑스로 말을 겁니다.

 

 이후, 테나와 전형적인 한국 식당으로 향하게 되죠. 프랑스 가정으로 입양된 프레디의 이야기를 듣던 테나는 하몬드라는 전문 입양기관에 찾아갈 것을 추천합니다. 프레디는 경계심을 보이며 '그걸 왜 자신에게 말하냐'며 묻습니다. 테나는 자신이 봤던 입양아들은 한국에 친부모를 찾기 위해 온 경우였다며, 프레디도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합니다. 이에 프레디는 부모를 만나는 것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공포라며, 이를 테나에게 직접 보여주려고 합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 셋이 앉아있는 자리로 가는 프레디.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술자리를 함께합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모서리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던 여자 둘도 데려와 즉석 만남을 성사시키죠. 대충 자리에 사람을 앉혔더니, 자신이 원하지 않는 형태의 불협화음이 보입니다. 즉각 자리를 수정하고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는 프레디. 테나와 그녀의 친구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낯선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즐깁니다.

 

 다음날, 테나의 추천대로 하몬드 입양기관을 찾아가는 프레디. 그녀는 친부모를 찾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습니다. "첫째로는 하몬드 기관이 친부모에게 입양아가 부모를 찾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둘째, 친부모가 보고 싶다는 답장을 하몬드 기관에 전달합니다. 셋째, 친부모의 연락처 및 주소를 입양아에게 제공합니다. 다만, 친부모가 요청을 세 번 거절하면 기관은 최소 1년간 다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프레디에게 묻죠. 정말로 부모님에게 연락을 보낼까요? 쉽게 대답하지 못하는 프레디. 과연 그녀는 친부모와 연락하여, 상봉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해외 입양아의 사연을 독특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궁금한 분', '영화의 의미 해석을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다소 난해한 영화를 보기 싫어하는 분', '불친절한 서사를 싫어하는 분',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 나오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죠!

 

 

  •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프레디는 제멋대로이며, 강압적인 사람입니다. 원치 않는 합석을 만들어 도움을 주려는 친구들을 난처하게 만들고, 상대방의 정보를 맞추는 게임을 강제로 하게 만들며, 제멋대로 친구와 함께 이태원으로 향하는 사람입니다. 이는 낯선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보이는 경향도 아닙니다. 프랑스의 양부모가 프레디와 영상 통화를 할 때도 적응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프레디의 날카로운 말을 지적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죠.

 

 무엇이 그녀를 날카롭게 만들었을까요? 이태원으로 향하던 프레디는 자신의 친구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내가 원하면 널 안 만날 수도 있어'. 이는 키스를 할 정도의 진중한 관계를 맺던 친구이지만, 그럼에도 손쉽게 버릴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관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쿨하고 싶어 하는 듯한 느낌. 역으로 말하자면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쿨하지 못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녀가 신경을 끊지 못하는 감정의 종류는 알 수 없습니다. 슬픔인지, 사랑인지, 원망인지, 그리움인지, 그 감정은 오직 프레디만 알고 있겠죠. 그저 우리는 그 원인이 한국이라는 사실만 알 뿐입니다.

 

 

 프레디는 그 감정이 싫습니다. 자신은 프랑스인이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자신을 계속 고통스럽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프레디는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내 감정인데, 왜 내가 제어하지 못하지? 만약 내가 감정을 온전히 제어한다면, 아플 일이 없지 않을까?'라고요. 그렇기에 프레디는 강압적인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타인을 제어한다는 것이,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타인을 끊어버리는 것이, 자신의 아픔을 끊어버리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녀는 막말을 내뱉습니다.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불쾌할 말들을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혹은 어쩌면 감정하나 조절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혐오를 느껴서 그런 말을 내뱉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말은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프랑스어를 알아듣는 테나는 프레디의 말을 그녀의 아버지에게 완곡한 표현, 또는 왜곡하여 전달합니다. 영어를 알아듣는 고모는 많은 말을 생략해 아버지에게 전달해 버립니다. 강압적인 태도로 타인을 제어하고자 하지만, 정작 그녀가 제어하는 인물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한 술집에서 프레디가 DJ에게 선곡을 의뢰하고는 막 춤을 추는 장면이 있습니다. 상당히 긴 원테이크씬으로 아버지를 만나고 온 프레디의 감정을 여실히 나타내는 장면인데요. 술집에 있는 인물들이 디포커스 되고, 프레디를 조명하는 카메라 구도와 함께 '누구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다, 나 혼자 할 수 있다'는 노래 가사가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프레디. 그것은 정렬되지 않은 막춤처럼 보입니다.

 

 세련되고, 정돈된 춤은 노래를 압도합니다. 예시로 클래식 음악은 발레리나의 몸짓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조력자처럼 작용하는 것처럼요. 프레디도 그것을 꿈꾸었을 수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음악. 마치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과 유사해, 제어하고 싶은 것. 그녀는 춤을 춤으로서 머릿속에 반복되는 음악을 제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춤은 감정을 제어한 춤이라기엔 다. 제어하지 못해 볼품 없어지는 그녀의 춤은, 마치 그녀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비참해지고 있는 그녀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

 

 

 이 영화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이유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프레디의 심정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프레디는 도쿄행 비행기가 불발되어, 우연히 서울로 입성하게 됩니다. 이는 어릴 적 프레디가 프랑스에 입양하게 된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가족의 계획대로 프레디가 살 수 있었다면, 프랑스가 아닌 군포에서 한국인처럼 지내고 있었겠죠. 그러나 원치 않는 사유로, 수많은 국가 중 우연히 프랑스로 가게 된 프레디의 모습이 겹치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로는 군포행 버스에서 프레디가 기사에게 서울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는 친부를 만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도피하고자 서울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2년 뒤에 프레디가 서울에 거주하는 시점입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체류한 것인데요. 결국 프레디는 어머니가 자신을 만나기 싫어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클럽에서 미친 듯이 날뛰며 좌절로 인한 공격성을 표출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무기를 판매하기 위해 서울로 돌아왔는데요. 친구에게는 한국이 자신에게 해롭다면서, 가족들에게는 운명같이 돌아왔다고 말하는 프레디. 이는 아직 자신이 청산해야 할 운명인, 어머니를 만나는 일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몸에 박힌 못이 시리고, 상처가 남들에게 드러나게 하는 해로운 서울에 다시금 돌아오게 되는 것이죠.

 


 영화의 마지막, 프레디는 어머니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꼬깃하게 접혀있는 종이를 펼쳐, 정성스레 메일을 전송하는 그녀.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메일 주소라며 전송에 실패합니다. 어머니가 프레디에게 가짜 메일 주소를 주었을까요? 아니면 하몬드가 연기자를 고용해 프레디를 위로한 것일까요? 아니면, 어머니가 사망해 메일 주소가 말소된 것일까요? 진상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에 프레디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서울로 다시금 돌아오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