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작년 22년 5월달에 처음으로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많은 사람들의 화두로 오른 화제의 신예 감독 '샬롯 웰스'의 데뷔작입니다. 국내에서는 23년도 2월달에 개봉되어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었는데요, 102분의 짧은 시간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영화를 보고 온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머릿속에서 영화 장면이 아른거리네요 ㅎㅎ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아빠와 20여 년 전 갔던 튀르키예 여행. 둘만의 기억이 담긴 오래된 캠코더를 꺼내자 그해 여름이 물결처럼 출렁이기 시작한다." - 다음영화 애프터썬 소개 문구 |
장르 : 드라마
감독 : 샬롯 웰스
주연 : 폴 메스칼(캘럼 역), 프랭키 코리오(소피 역)
상영시간 : 102분
이야기는 어린 소피와 아빠 캘럼이 다녀왔던 튀르키예 여행을 어른이 된 소피가 캠코더 영상을 통해 회상하고, 되짚어 보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소피의 부모는 이혼을 한 상태이고, 아빠 캘럼은 고향 스코틀랜드에서 떠나 타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이혼한 아빠와 함께 여행을 가게 된 것이죠. 둘은 낯선 땅인 튀르키예로 떠납니다. 아빠는 거주할 호텔이 친구에게 강력한 추천을 받은 호텔이라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행사의 실수로 침대가 두 개가 아닌 하나밖에 없는 방에서 숙박하게 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호텔은 공사 중어서 낮에 여유로운 선탠을 하기엔 영 아니었죠. 보통의 아이였다면 아빠에게 성내며 자신의 여름 여행을 망쳤다고 말했을 터이지만, 소피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피는 아빠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고, 자신 또한 아빠를 사랑하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은 여행내내 웃고, 떠들고, 다투고, 깊은 속 마음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캠코더 영상은 아빠와의 추억이 서린 여행의 일부분을 담고 있었고, 성인이 된 소피는 20년 전의 아빠와의 추억을 캠코더 영상을 통해 다시 마주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부녀의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 '세련되며,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하시는 분', '독창적인 영화적 표현을 좋아하시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큰 사건 없는 잔잔한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 '직관적이지 않은 표현을 싫어하시는 분', '정적인 화면이 지루한 분', 'PC적 요소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하시죠!
- 영화의 관점
이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분명 두 주인공 아빠와 딸이 비슷하게 영상에 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딸 관점에서의 영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영화는 마지막에 어른이 된 딸이 캠코더 영상을 스크린에 띄어 보는 장면을 보여주며, 여행 이야기는 딸이 기억해내고, 회상한 내용들이라는 것을 확인 시켜줍니다. 그럼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게 되는데, '딸 없이 혼자 있는 아빠의 장면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입니다.
어린 딸은 아버지를 완전히 공감하지 못합니다. 엄마와 이혼했음에도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했음에도 가족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빠가 왜 스코틀랜드를 떠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그가 추는 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소피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된 소피는, 20여년 전 아빠의 나이와 같은 나이가 된 소피는 비로소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캠코더 영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린 소피의 시점에서 완성되지 않았을 영화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완성될 수 있던 것입니다.
-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들
아빠의 11살 생일은 가슴 아픈 날이었습니다. 마을 친구, 그 누구도 그의 생일을 축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직 그의 전 아내, 소피의 엄마만이 그의 손을 붙잡아 장난감 가게로 데려갔으니까요. 아빠가 엄마와 결혼하게 된 계기도 여기서 생기지 않았을까 추측이 됩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혼을 했고, 고향 스코틀랜드를 떠났습니다. 정확한 이혼 사유는 작품에서 나오지 않지만, 전 아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아 캘럼의 게이 성향을 아내가 존중해 합의하에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됩니다. 아무튼 그는 '태어나서 자란 곳을 일단 떠나고 나면 다시는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달까'라는 말을 딸에게 합니다. 그리고 외톨이 생활을 하며 소속감이라는 것 자체를 느껴본 적이 없기도 합니다.
소피는 어린 아이 같지 않습니다. 위에서 서술했다시피 소피는 큰 불평불만 없이 아빠와 여행을 즐깁니다. 아빠가 다른 어린 친구들과 물장난이라도 하고 오라는 말에, 그들이 너무 어리다고 가지 않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또래임에도 말입니다. 소피는 포켓볼을 치는 대학생 나이 또래의 무리와 어울리려고 합니다. 그들의 술자리까지 따라갔던 소피는 결국 그 자리에서도 나옵니다. 역시 어른 세계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말입니다. 결국 딸인 소피는 어린이도 어른에도 속하지 않는 불안전한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 다양한 사랑의 모습
영화는 중간중간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족부터, 연인까지. 아버지와 딸만 있는 커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커플들이 소피에게 심적으로 어떻게 다가 왔을지는 저로서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만, 이혼 가정의 자녀로서 부러움, 자신도 저런 가정이 되었음 하는 바램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피는 아빠와 엄마의 관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 가족이라고 말하지만, 왜 같이 살지는 않는 걸까?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스코틀랜드에 와서 같이 살고 싶어하지 않는 아빠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작중 소피는 자신이 노력하면 아빠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며, 아빠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가지면 아빠가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소피의 행동은 어른스러웠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 자체는 어린 아이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다툼이 나 때문에 생긴 것 같아요.'라고 본인 위주로 생각하는 어린 아이의 사고 오류가 소피에게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소피는 아빠를 사랑하기에, 아빠를 붙잡고 싶기에 최선을 다합니다.
아빠 캘럼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딸과의 시간을 멋지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수구와 같이 거친 운동을 하며, 딸을 고생시키는 아쉬운 장면이 있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그는 마음 속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딸에게 한껏 웃어주며 자신의 사랑을 위해 노력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무대 앞 테이블에 앉아 있는 두 부녀를 보면, 주위에 있는 보통의 사랑과는 달라보였습니다. 무언가 엇나간, 그럼에도 서로 이어진 두 부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폴라로이드에 사진을 찍으며 '이 순간에 평생 머무르고 싶다'는 소피의 말은 두 사람의 노력이, 사랑이 맞닿은 그 순간에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 어두운 클럽 (Rave)
영화에서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는 어두운 클럽일 것입니다.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데, 중간중간 조명이 비치면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망막에 현상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른이 된 소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녀는 춤추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간절히 누군가를 찾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아빠. 놀랍게도 아빠는 20여년 전 모습 그대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클럽이 초현실적인 공간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캠코더를 접고, 다시 클럽으로 들어가는 아빠의 모습에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 소피가 휘적이던 어두운 클럽은 소피, 자신의 기억이라는 것을요.
기억이라는 것은 지속적으로 녹화되는 영상과는 차이가 분명합니다. 단편적이고, 강렬한 기억과 아닌 기억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두운 클럽은 그런 기억의 속성을 너무나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잠시 비춰지는 불빛은 우리가 기억한 순간이며, 기억의 강도가 강할 때는 더욱더 많이 불빛이 비춰지게 될 것입니다. 영화의 막바지에 나오는 아빠의 댄스처럼 말이죠.
애프터썬은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꺼내어, 관객에게 선사한 영화입니다. 이외에도 영화적 연출이 상당히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카메라 구도는 물론이고, 노래를 상당히 잘 사용해서 Queen의 'Under pressure' 노래만 들어도 영화가 아른거리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제 영화 감상평을 남기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피, 넌 31살이 되면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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