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너의 이름은.'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 중 첫 작품으로 개봉 당시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죠. 최근 3부작 마지막 작품인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하는 것을 보고, 복습할 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보면서 기억이 안 나던 부분을 보고, 정성스럽게 놓인 세세한 디테일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좋은 작품인 '너의 이름은.'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 다음영화 '너의 이름은.' 소개 문구 |
장르 : 드라마, 로맨스, 미스터리, 판타지, 재난물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주연 : 타키(카미키 류노스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
상영 시간 : 107분
이야기는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구름을 뚫고 떨어지는 운석.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빛을 내뿜으며, 어두운 하늘에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을 맨 눈으로 목도합니다. 타키도 도쿄 옥상에서 아름답게 수놓인 운석이 만들어준 야경을 눈을 떼지 못하며 구경합니다. 이어지는 타키의 내레이션. '아침에 눈을 뜨면 종종 울곤 했다. 꿈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언가를 잊어버린 듯한 기분. 나는 누군가를 찾고 있다.'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눈을 뜨는 미츠하. 아니, 미츠하의 몸에 들어간 타키. 낯선 여자 몸에 들어간 고등학생 타키는 가슴을 만지며, 평소 남자 청소년이 가지고 있을만한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이어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미츠하의 동생은 미츠하의 이상 행동에 치를 떨며, 아침을 먹으라고 말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교복을 깔끔하게 입고, 머리를 묶은 채로 내려오는 미츠하. 가족들은 어제와 다르게 정상적인 행색으로 내려왔다며 놀라움을 표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미츠하는 등굣길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가족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수업을 듣는 와중에 펼친 공책에는 '너는 누구야?'라는 의문의 문구가 적혀 있었죠. 선생님은 황혼의 옛날 표현 방식과 의미를 알려주고는 수업에 집중하고 있지 않는 미츠하를 부르며, 오늘은 정상이냐고 묻습니다.
미츠하는 오래된 신사의 무녀입니다. 베를 이용해 끈을 만드는 것은 천년이 넘은 전통이며 이를 이어가고 있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쌀을 입으로 씹고, 다시 뱉어 발효주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하고, 일본 전통 춤을 추며 의식을 치릅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미츠하를 하나의 구경거리로 보는데, 미츠하는 이런 삶에 환멸을 느끼고 있어, 다음 생에는 도쿄 꽃미남으로 태어났으면 한다고 신사 앞에서 외칩니다.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미츠하. 그러나 주변의 풍경이 매우 낯섭니다. 거울을 보자 보이는 한 남자의 몸. 역시 미츠하도 여자 고등학생이 품을만한 남자의 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합니다.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자 펼쳐지는 도쿄의 풍경. 도시 생활을 꿈꾸었던 미츠하의 마음은 부풀어 오릅니다. 어찌어찌 자신의 학교에 도착한 미츠하.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꿈꿨던 카페를 가고, 레스토랑 알바도 가게 됩니다. 몸은 베테랑 타키이지만, 정신은 초짜 미츠하인 상황. 미츠하는 손님과 주방장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겨우 일을 수행합니다. 그러다가 만난 진상 손님. 피자에 이쑤시개가 꽂혀 있다며 불평을 표합니다. 미츠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그때, 오쿠테라 선배가 미츠하를 대신하여 진상 손님을 해결합니다. 레스토랑 마감 시간, 오쿠테라 선배의 치마가 찢어진 것을 확인하자, 미츠하는 선배를 데려가 치마를 수선해 줍니다. 이에 선배는 까칠하고, 과격한 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세심한 면이 있어 놀랐다는 말을 미츠하에게 건넵니다.
집에 돌아온 미츠하는 타키 핸드폰에 저장된 선배의 사진을 보고 그의 마음에 선배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왕 다른 사람 몸에 들어온 김에 사랑의 큐피트 역을 자처한 미츠하. 타키와 미츠하는 일주일에 두세 번은 서로 몸이 바뀌며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룰을 정하죠. Do not 리스트를 만들어 남의 몸에 들어갔을 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지정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반드시 룰대로 살아가지는 않죠. 서로의 마찰이 심해지는 둘. 과연 둘은 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화려한 작화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좋아하는 분', '현대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분', '떡밥 회수를 잘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비현실적인 상황을 공감하지 못하는 분', '사소한 개연성 파괴를 용납할 수 없는 분', '일본 애니메이션 감성을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를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겠습니다!
- 일본 문화와 전통
작중 미츠하는 천년이 넘은 신사의 무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 앞에서 밥을 씹고, 뱉어 내어 발효주를 만드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하고, 할머니를 따라 베로 끈을 짜내기도 하죠. 그녀가 머리에 하는 끈은 붉은 끈으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끈입니다. 이 붉은 끈은 단순한 끈이 아니라 사람의 인연을 의미하며, 작중에서는 미츠하와 타키의 인연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일본이라는 나라의 문화 및 전통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 탁월한 떡밥 회수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무수히 많은 떡밥이 초반에 펼쳐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하나하나 회수를 하는 것이 작품을 쉬이 만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면서 인상 깊었던 떡밥을 나열해보자면...
1) 초반 미츠하의 학교에서 선생님이 "옛사람들은 황혼을 '누군가 거기'라고 표현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 사물의 분간이 힘든 그때, 신비한 존재를 만나는 기적의 황혼"이라고 언급 - 이후, 미츠하와 타키가 산 정상에서 황혼의 시간에 만나는 것으로 회수
2) 사람과 사람 사이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함. 이는 그리고 미츠하의 머리끈이 그 역할을 하고 있음. - 이후, 도쿄로 올라가 타키에게 끈을 건네주는 순간부터 타키와 미츠하의 관계가 끝이 남
3) 무녀가 씹은 술은 몸의 일부. 술을 무스비에게 재물로 바침. 실을 잇는 것도, 사람을 잇는 것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하느님의 힘이라는 것 - 추후 타키가 술을 마시고 과거의 미츠하의 몸으로 되돌아감.
4) 음모론자 친구, 테시. 영화 초반 유난히 다른 행동을 보인 미츠하가 어제의 기억이 없고,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자 '에버렛의 다중우주론에 나오는 무의식 접속이지!'라고 말하며 음모론적인 가설을 제시 - 추후 미츠하가 운석이 분리되어 마을을 덮칠 것이라는 말에 941년도 혜성을 언급하며 미츠하를 도와주는 계기로 작용
등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떡밥은 4번 떡밥인데, 발전소 폭파라는 어마무시한 일을 일반인이 선듯 도와주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음모론을 믿는 사람이라면, 논리적인 사고방식이 결여되어, 맹목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고, 테시가 미츠하를 도와주는 이유에 충분한 당위성을 부여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상업영화로서의 재미
아무리 일본의 전통을 담고, 떡밥을 잘 회수한다고 해서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죠. 기본적으로 '너의 이름은.'은 상업영화의 특징을 곳곳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요소가 대중에게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올 요소가 많죠. 우선 '남녀의 몸이 바뀐다면?'이라는 상상을 구현한 작품인데, 몸이 바뀌었을 때 생기는 해프닝들이 지루하지 않고, 진부하지 않아 관객을 즐겁게 해 줍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의 작화는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사실적인 도쿄와 일본의 지방 묘사라던가, 운석이 떨어질 때의 다채로운 색감이 입혀진 풍경은 마치 영화 아바타에서 전경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인물의 모션과 배경에 놓인 세심한 디테일들은 감독이 한 컷, 한 컷 정성스럽게 공을 들여 그린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화려한 작화가 합쳐져 상업 애니메이션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죠.
재난 3부작의 모든 작품을 하나씩 보면서 느껴진 생각은 '너의 이름은.' 이후의 작품들은 뭔가 무척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 영화를 볼 때, 스토리는 평가하지 않으면서 봅니다. 스토리가 강한 감독이 아닌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는 다릅니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감독이며, 영화 내적으로 떡밥을 심거나, 서사 전개를 할 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달 방법을 압니다. 그럼에도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메세지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하고 서사를 진행하는 것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무언가 상당히 아쉽습니다. 예컨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와 같은 작품을 이어나간다면, '흥행 수입은 지브리를 뛰어넘을지는 몰라도, 작품성은 지브리를 뛰어넘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추천한 '너의 이름은'이라는 작품은 분명 완성도가 괜찮고,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엔 충분한 작품입니다. 재난 3부작 중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제가 인상 깊게 봤던 작품이기 때문에 추천하기도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한줄평과 함께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을 기억해 내야 하는 까닭은, 그 이름을 잊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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