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여러분들에게 추천드리고 하는 영화는 작년 22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입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며, 2001년도 이란의 종교적인 도시 '마슈하드'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범 '사이드 하네이'를 다룬 작품입니다. 이 작품으로 주연 배우인 이란계 배우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2년도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 작품 중에서 주제에 끌려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마침 국내에 개봉하게 되어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다소 무거운 영화였으며, 이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순교자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이란 최대의 종교도시, 마슈하드 그 곳에서 1년 사이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연쇄 살인마 '거미'는 자신의 범행과 시체 유기 장소를 직접 언론에 제보하는 대담한 행동을 이어간다. 살인마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여론이 일고 정부와 경찰마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는 가운데 여성 저널리스트 '라히미'만이 홀로 살인마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그의 뒤를 쫒는데... - 다음영화 성스러운 거미 소개 문구 |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감독 : 알리 압바시
출연 : 자흐라 아미르 에브라히미 (라히미 역), 메흐디 바제스타니 (사이드 역)
상영 시간 : 1시간 56분
이야기는 저널리스트 '라히미'가 마슈하드에 여성 연쇄 살인마를 취재하기 위해 들어오며 시작합니다. 이미 10명이 넘는 여성 매춘부가 살해를 당한 상황. 경찰은 어떤 단서조차 찾지 못해 살인마의 정체는 오리무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인마는 뻔뻔하게 자신의 범행 직후, 시신 위치를 범죄 기사 전문 기자에게 제보를 하기까지도 하죠...
전반부 스토리는 여기까지 말씀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이후부터는 본격적인 서사가 펼쳐지는데, 스포일러 없이 관람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제목이 왜 '성스러운 거미'가 되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살인마 사이드의 살해 방식은 여성의 차도르(전신 베일)를 이용하여 목을 졸라 살해하는 교살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시체는 차도르로 감싸진 채로 으슥한 길거리에 버려졌습니다. 살해하는 방식이 거미와 같다하여 살인자는 '거미'로 사람들에게 불리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의미는 도시의 모양에 있습니다. 살인이 일어나는 도시 '마슈하드'는 중심에 원형의 도로가 있고, 사방으로 거미줄 처럼 퍼져나가는 도로가 놓여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 도시의 야경을 유심히 보시면 그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심 원형 도로 안에는 이슬람교의 성스러운 장소 '이맘 레자 성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즉, 성스러운 도시 마슈하드가 거미가 활동할 수 있는 거미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점들은 알고 영화를 보시면, 영화를 배로 즐길 수 있으실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16명의 여성을 살해한 이란의 연쇄 살인마, 사이드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 '이란의 사회상이 궁금한 분',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살해 장면을 보기 힘들어 하는 분', '직접적으로 노출된 전라, 성교 장면을 보기 힘들어하는 분', '고구마 전개를 싫어하시는 분', '전형적인 살인마 스릴러물을 기대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는 이유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살인마 사이드
영화에서 살인마를 묘사하는 방식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보통의 살인마 스릴러 영화의 경우는 살인마의 정체를 숨기고, 의심되는 용의자를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살인마 사이드를 보여줍니다. 살해를 저지르고, 유유히 시체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유기를 하는 모습, 그리고 전혀 이 사실을 모르는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는 모습까지. 그의 이중적인 모습을 영화 초반부터 보여주며 시작하죠.
사이드는 건설 인부입니다. 하루 종일 건물 외벽을 허물며, 먼지에 뒤덮이는 것이 일상이죠. 그런 고생을 하는 이유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함입니다. 사랑스러운 아내, 아들, 그리고 딸을 위해서 갖은 고생도 마땅히 할 생각을 가진 가족의 가장입니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별볼 일 없는 3D 직종 근무자이며, 처가댁에서도 무시를 당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 사회적 지위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처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가 선택한 자존감을 채우는 방식은 스스로를 종교 투사로 칭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성한 도시 '마슈하드'에서, 그리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용납할 수도, 손을 대기에도 불결한 밤거리의 매춘부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러한 캐릭터의 설정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사람의 뒤틀린 정의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살인마의 관점을 제시하여, 해당 문제를 다각도로 비추려는 시도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연쇄 살인마를 다룬 영화에서 끔찍한 살인을 자행하는 살인마에게 동정의 여지, 다른 관점으로 생각할 여지를 잘 남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실제 사이드 살인마는 여성을 살해하기 전에 성관계를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에, 성스러운 도시를 정화하고자 했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영화가 실제 사건에서 '매춘부와 성관계를 가짐'이라는 파트를 빼버린 것은 교화불능의 살인마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문제를 대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래 파트들에서 다뤄보도록 하죠.
- 살인마의 살해 방식과 이란의 여성인권
이슬람 문화권의 여성 인권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으로 히잡이 있죠. 여성이 집 밖으로 돌아다닐 때는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하며, 머리카락을 내보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실제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당한 여성이 있으며, 영화에서도 주인공 라히미에게 히잡을 제대로 쓰라며 참견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살인마의 살해 방식이 여성이 착용해야 하는 차도르를 이용해 살해했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마치 이슬람 문화권에서 종교적인 의무로 여성만이 착용해야 하는 복장이, 도리어 여성의 목을 조르는 살해 무기로 변모했다는 것입니다. 이를 대범하게 해석해 보자면 '종교가 여성을 죽이고 있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기도 합니다. 혹은 사회가 여성에게 차도르를 착용을 강제하고, 언제든지 반종교적인 행동, 사회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한다면 손쉽게 죽여버릴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방향이든 간에 '차도르'라는 복장을 착용하는 것이 '종교적으로 올바른 행위'라기보다, '족쇄를 착용하는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윤리, 종교적인 문제
살인마 사이드의 살해 동기는 '성스러운 도시, 마슈하드에서 창녀들을 청소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슈하드 도시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의미가 깊은 도시입니다. 그럼에도 밤만 되면 무수히 많은 여자들이 화장을 짙게 하고, 길거리로 나와 낯선 남자들의 차에 올라탑니다. 이슬람 율법과는 상당히 어긋나 있는 도시의 밤거리는 성스러운 도시와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라히미가 종교 단체가 계획적인 살해를 지시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살인마는 지속적으로 기자에게 '성스러운 도시를 정화한다'라고 말해왔기 때문에 종교 투사의 항쟁처럼 사람들에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성을 파는 행위와 살인 중에서 어떤 것이 불결한 행동일까요? 어떤 행동이 더 고결한 행동일까요? 영화 속 이란 사회는 매춘 행위가 더 불결한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살인마가 붙잡혔을 때, 사람들이 투사 사이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사회. 심지어 사이드의 아내마저도 자신의 남편이 한 행위는 정당하며, 종교적으로 숭고한 행위라고 말하는 사회. 이와 같은 시사점은 비단 이란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문제를 한국에서 들고 와 사람들과 토론한다고 해도 찬반이 나뉠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토론에서 찬반이 나뉜다는 것은 죄의 우열을 가린다는 뜻이겠죠. 더 나아가, 그 우열에 따라 사적 제재를 해도 좋다고 말하는 사회는 상당히 무서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려진 이란 사회는 그랬고요.
영화에서 살인마 사이드는 교수형을 받고 사망합니다. 그 장면에선 '살았다면 영화가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도 교수형을 받고 사망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란의 사회상을 옅보면서, 찝찝한 감정을 느끼게 했던 영화 '성스러운 거미'였습니다.
"살인마 오토바이보다 무서운 것은,
그 오토바이가 돌아다니는 것을 용인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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