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피터 손 감독의 '엘리멘탈'이라는 작품입니다. 흥행이 부진한 디즈니의 구원투수 격으로 등장한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은 불, 물, 흙, 공기 4 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탈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귀여운 원소들의 좌충우돌이기는 하나, 미국 사회를 반영한 작품임을 알고 본다면 와닿는 바가 달라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픽사 애니메이션답게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영상미를 보여주어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돌아온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화제작 '엘리멘탈'.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여기 규칙은 아주 간단해. 원소끼리 섞이면 안 돼" - 극 중 의 대사 |
장르 : 애니메이션, 판타지 로맨스, 어드벤쳐, 성장, 드라마, 가족, 재난
감독 : 피터 손
주연 : 레아 루이스(엠버), 마무두 애시(웨이드), 메이슨 베르트하이머(클로드)
상영 시간 : 109분
이야기는 엠버의 부모님이 고향을 떠나 엘리멘탈 시티로 이민오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이미 물, 흙, 공기는 입주해 살고 있지만, 불은 처음으로 도시에 입주하는 상황. 엠버 부모님은 어려운 이름 때문에 입국 관리인에게 강제로 개명당하고, 타오르는 성질 때문에 다른 원소들 거주지에 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그들이 겨우 정착한 곳은 오래전에 버려져 아무도 살지 않는 폐허. 그들은 폐허를 재건하고 불만의 거주지인 '파이어 타운'로 탈바꿈시킵니다.
시간이 흘러 엘리멘탈 시티로 이주한 다른 불들도 파이어 타운에 모여살고, 어린 엠버도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아빠를 도와 가게 일을 하나씩 배워가는 엠버는 먼 이국땅으로 건너와 고생한 부모님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생계를 지탱해 주는 가게와 그들의 전통을 상징하는 푸른 불은 엠버가 평생 가꿔야 할 대상들이었습니다.
나이가 든 아빠가 노쇄해지기 시작하자, 가게를 엠버에게 물려주고 은퇴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엠버 또한 아버지의 꿈인 가게를 물려받는 것을 기대하지만, 아버지는 늘 엠버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하며 은퇴를 계속해서 미룹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엠버는 자신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진상 손님을 만날 때마다 화를 폭발하고는 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유순하게 대처하는 아빠의 눈에는 준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일 뿐이죠.
그런 엠버에게도 기회가 찾아옵니다. 가게에서 특별하게 진행되는 레드 닷 행사에서 아빠 없이 훌륭하게 일처리를 하면 가게를 물려주겠다는 아빠의 제안이었죠. 엠버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심기일전하며 몰려든 손님들을 하나하나 처리합니다. 몰려온 손님들과 그 사이에 섞인 무수히 많은 진상들. 엠버는 진정하고 심호흡하며 화를 다스리려 하지만, 그녀의 불꽃 색깔은 점차 폭발할 듯한 보라색으로 서서히 바뀌어가기 시작합니다.
결국 지하실로 도망치는 엠버.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화를 분출합니다. 당연히 폭발의 여파로 지하실은 난리가 났고, 파이프에서는 물이 줄줄 새기 시작합니다. 둥둥 떠다니는 물건을 발판 삼아 구멍 난 파이프를 용접한 엠버는 물이 자신의 집에 들어온 것을 확인합니다. 그의 이름은 웨이드. 시청 감시관으로 하수관 불량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었죠. 엠버의 집에 오자마자 임의로 건축된 불량 하수관에 대해 벌점을 부과하고는, 내일 영업이 정지될 것이라는 살벌한 예고를 남기고 시청으로 향하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전부인 가게가 정지되는 것은 엠버에겐 절대로 있어선 안될 일. 그녀는 어떻게든 웨이드를 붙잡고 가게 정지를 막아야 합니다. 과연 엠버는 웨이드가 시청에 도착하는 것을 막고, 가게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화려한 영상미를 가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 '인물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를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단조로운 서사를 싫어하는 분',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기대한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시죠!
인종의 샐러드 |
예전에는 미국 사회를 인종의 용광로라고 불렀습니다. 다양한 인종, 출신들이 '미국'이라는 이름 미명하에 공존하며 지내는 사회였기 때문에, 그들의 화합이 여러 쇠붙이가 용광로에서 섞이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불과 물처럼 섞이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인종 차별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미국 사회 곳곳에서는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타 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살해하는 등 '다름'이 위협받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를 쓰며, 미국 교육을 받았으나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죠.
'미국'이 그들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면, 무엇이 그들을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먼 옛날, 미국으로 건너온 조상들의 출신지가 그들을 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외모도 출신지 사람들과 유사하며, 이곳의 사람들도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자신의 정체성을 그곳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타 인종과 반복적으로 만남을 지속하게 되면, 출신지로 부터 부여되는 자신의 정체성이 견고해지며, 자신이 수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됩니다. 즉, 미국이라는 나라는 섞일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진 다양한 인종이 한데 모여사는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인종의 용광로라는 말은 사라졌고, 인종의 샐러드라는 표현이 현 미국 사회를 대변하는 표현이 되었죠.
영화 엘리멘탈에서도 미국 사회를 잘 녹여냈습니다. 각기 다른 출신, 문화, 인종을 원소라는 하나의 성질로 표현했죠. 원소의 특성이 인종의 정체성을 반영한 결과이며, 그들은 엘리멘탈 도시에 거주하지만, 각자의 특성 때문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인종 간의 문화 충돌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중심엔 무엇이 놓여야 하는가? |
엠버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낯선 땅에 건너와 가족을 위해 고생한 아버지의 꿈은 멋진 가게를 가꾸어, 엠버에게 물려는 주는 것. 엠버 또한 아빠의 노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빈번히 화를 참지 못하고,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아빠를 실망시키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엠버는 자신이 화를 참지 못하는 이유가 억지로 맡고 싶지 않은 가게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있는 유리공예 능력은 가게에서 일하며 썩히기에는 아쉬운 재능이었죠. 웨이드는 그녀가 공예 예술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주선해 보지만, 엠버의 삶에는 가족이 중심에 있었습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의 꿈을 미뤄내고, 자신의 꿈을 자신의 삶에 중심에 세우는 것을 그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세상의 중심에 자신이 놓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폐쇄된 가든 센트럴역으로 비비스테리아를 보러 간 순간입니다. 공기방울을 보호막 삼아, 물속 깊은 곳에 존재하는 비비스테리아로 향하는 엠버와 웨이드. 엠버가 비비스테리아에 다가가자 잠자고 있던 꽃들이 개화하기 시작하며, 환하게 물속을 장식하기 시작합니다. 비로소 비비스테리아 중심에 선 엠버의 불빛은 어두운 심연 속에서 잠자고 있던 비비스테리아의 아름다움을 깨우죠. 공기, 물, 그리고 흙으로 둘러싸인 세상의 중심에서 밝게 빛나는 엠버의 불빛. 지금까지 그녀가 알지 못했던 본인의 가치를 일깨우는 찬란한 순간이었습니다.
화학작용 (Chemistry) |
불이 물과 엮이지 않으려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물에 소화되면 본인도 죽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도 소멸하게 됩니다. 이를 미국 사회로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게 되면, 한 문화는 소멸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는 각 인종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소중한 것이고요. 그렇기에 문화, 인종 간의 만남이 이끌어낼 부정적인 예측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엠버와 웨이드의 손 잡음으로 그런 두려움에 대해 반박합니다. 물과 불이 만나 수증기로 변하는 화학작용은 불을, 물을 소멸시키지도 않았고, 오히려 짜릿한 경험을 그들에게 선사했습니다. 남녀 간의 이끌림(Chemistry)를 원소 간의 시청각적인 화학작용(Chemistry)으로 표현했으며, 확장해서 문화 간의 교류를 통해 파생되는 화학작용(Chemistry)을 표현한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죠.
감독은 제시합니다. 각자의 문화를 교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았으면, 오히려 의외의 화학작용이 발생해 멋진 세상을 탄생시킬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보통 픽사 영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번 영화도 미국 이민자들의 정체성과 충돌에 대해 다루고 있어 생각보다는 무거운 주제를 함유하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사다운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무거운 주제를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접할 수 있어 좋은 영화라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금기의 만남, 의외의 화학작용"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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