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바다에 닿다'를 보고 왔습니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쉬운 감이 있어 따로 추천글을 작성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아마 이 글이 이 영화에 대한 제 해석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동일본대지진의 희생자와 남겨진 이들을 보듬으며, 남겨진 자들이 희생자의 넋을 마음대로 기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주된 영화의 주제입니다. 최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도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는데, 다루는 방식 자체는 예술적으로, 서정적인 방식을 채택한 '이윽고 바다에 닿다'가 제게 더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영화에 사용된 소재가 독특하고, 마음에 드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극 진행에 있어 캐릭터의 매력이 부각되지 않으며, 미사여구가 많고, 애잔함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 남들에게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네요.
들어가기에 앞서 원작이 있는 영화이지만, 저는 오직 영화만을 다루고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바다에 닿는다? |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등장인물이 바다로 여행 가는 여정을 다룰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대학교 동아리 술자리에서 부쩍 친해진 코타니와 스미레는 푸른색 계열 옷을 입고 바다로 가기도 하죠.
그러나 본 의미는 단순히 바다로 여행 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극 중간에 후쿠시마 인근 바다로 여행 간 코타니는 민요 하나를 듣습니다. 하늘로 치솟아, 이윽고 바다에 닿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였는데, 돌아오지 않는 선원을 기리기 위한 민요였습니다. 즉, 지진 이후 살아가고 있는 코타니는 땅에서 해안선으로, 사망한 스미레는 바다에서 해안선으로 움직여야 둘이 이윽고 맞닿을 수 있다는 뜻을 함유하고 있죠.
실제로 둘이 바다 여행을 가서 벤치에 앉아, 서로 생각에 빠져있을 때도 코타니는 바다를 바라보았고, 스미레는 바다에서 등진 지상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미 여행에서부터 둘의 입장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 표현이죠.
영화 자체도 산자와 망자가 맞닿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산자 코타니가 해안선에 다다르자, 망자 스미레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죠. 그들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해안가에 닿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망자의 시점에서 다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야기 자체의 매력이 없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산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망자의 이야기를 이미 유추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번 직접 보여주는 것이 관객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어 주제 이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오히려 직접 보여주어 처음 민요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의 여운이 반감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의 단면만 볼 수 있다 |
바다 여행에서 스미레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깁니다. 우리는 세상의 단면만 볼 수 있다는 말이었죠.
위에서 해석을 이어서 해보자면, 생존자 코타니는 사망자 스미레의 세상의 표면밖에 볼 수 없습니다. 파도소리, 냄새, 출렁임. 그러나 바닷속에 담긴 스미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역으로 사망자 스미레도 코타니의 단면만 알 수 있습니다. 해안선에서 자신을 그리워하는 코타니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그녀가 이전에 다녔던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를 확장해서 본다면 스미레의 유족들 행동에 코타니가 흥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면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스미레의 뜻을 지레짐작하여 '뭘 하면 스미레가 좋아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행위가 무례하기 그지없다는 것이죠.
영화에서 사회로 확대해 본다면 '동일본대지진 참사를 기린다고 말하지만, 희생자들을 함부로 말하는 몰개성 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그들의 진정한 뜻을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주어지는 사소한 이야기들은 마지막의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제시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자살한 레스토랑 지배인이 사실 헤비메탈을 좋아했다는 것, 코타니가 사실 유피의 노래를 좋아했다는 것, 사망한 스미레와 심적으로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는 어머니와 토노 등 자잘한 파편들이 우리가 그 누구도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된 예시들이죠. 민요로부터 확대되어 일본 전반을 아우르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아이디어 자체는 상당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완성도면에서 아쉬움은 분명히 남는 영화였습니다. 등장인물 각각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코타니와 스미레 둘 다 기능적으로 활용된 캐릭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며, 첫 만남에서 코타니가 주운 인형의 의미가 오직 '서로 다른 관점의 차이' 혹은 '둘 간의 연결 고리'로만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방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완벽해질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든다는 것이 아쉽달까요.
제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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