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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스포트라이트 - 곪은 사회 문제를 밝혀내는 언론 (Spotlight, 2015)

무비서포터 2023. 7. 14.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2002년도에 가톨릭 아동 성범죄 논란을 보도한 기자들의 이야기, '스포트라이트'를 가져왔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글로브 신문 소속으로 주로 거대한 특종을 보도하는 팀입니다. 이 영화는 사소한 사건인 줄 알았던 게오겐 신부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다가, 보스턴 기독교 전체가 성폭력 문제를 묵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며, 이를 효과적으로 폭로하기 위해 노력하는 긴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밀도 있는 템포와 명배우들의 명연기가 만나 보고 나면 여운이 깊게 남는 영화, '스포트라이트'.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스포트라이트 예고편

 

"사제가 당신에게 관심을 준다면 대단한 일이에요.
어떻게 하느님을 거절할 수 있겠어요?"

- 극 중 필의 대사

 

장르 : 전기, 드라마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주연 : 마이클 키튼(로비), 마크 러팔로(마이크), 레이첼 맥아담스(사샤), 리브 슈라이버(마티), 존 슬래터리(벤), 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맷), 더그 머레이(피터), 닐 허프(필)

상영 시간 : 128분

 

  이야기는 1976년 보스턴에 한 경찰서에서 시작합니다. 기독교 주교와 아이를 가진 한 가족이 방 안에 있었죠. 이때 들어온 변호사는 늘 있던 일처럼, 그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갑니다. 약간의 대화를 나누는 그들. 이내 게오건 신부와 주교는 경찰서를 나와, 차를 타고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시간이 흘러 2001년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에는 새로운 편집장이 취임합니다. 그의 이름은 마티 배런. 표정 변화가 거의 없고, 냉담해 보이지만, 차가운 이성으로 무장한 비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곧장 로비와 식사를 하며, 로비가 이끄는 스포트라이트 팀에 대해 묻죠. 스포트라이트 팀은 거대한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취재해 폭로하는 팀으로, 기사 하나를 내기까지 두 달, 혹은 그 이상으로 시간이 소요되지만, 파급력은 어마어마하죠. 마티는 스포트라이트 팀이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싶은 기사를 낼 것이라 기대합니다.

 

 새로운 편집장이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제안한 기사는 한 칼럼 기고에 올라온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었는데요. 아직은 의혹뿐이지만, 실체가 드러나면 거대한 기사가 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로비는 수긍합니다. 곧장 팀으로 돌아간 로비는 팀원들에게 조사하고 있던 경찰비리 건은 덮고, 성추행 사건에 착수하자고 말하죠. 마이크는 피해자를 변호하는 개러비디언 변호사를 찾아가고, 사샤는 성추행 피해자들을 직접 조사합니다. 맷은 그들이 모아 온 자료와 문헌 자료를 종합하여 피해를 추정합니다.

 

 결과적으로 팀이 추려낸 보스턴 내 성추행 신부는 13명. 그들은 전 교회 치료 센터(신부 정신과) 근무자이며 현 성추행 신부들과 피해자를 30년간 연구한, 리처드 사이프에게 이 수치가 맞는지 확인받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놀랍게도 그 숫자가 적어서 틀렸습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보스턴에는 13명이 아닌, 90명의 신부가 성추행을 저지르고 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대답. 사건의 윤곽을 잡아냈다고 생각한 스포트라이트 팀의 낙관적인 생각이 처참하게 박살 납니다.

 

 과연 그들은 교회 성추행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잔잔하게 진상을 밝혀내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멋진 연기를 보고 싶은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어두운 주제를 싫어하는 분', '무수히 많은 이름들이 부담스러운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정적이지 않은 인물들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강력한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인물들이 사건에 크게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영화는 감정적인 경찰, 기자, 영웅이 등장하여, 피해자의 사연에 눈물을 흘리며, 동정심을 동반한 사명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인데, 인물들의 속 시원한 감정 표출로 관객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이 인물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자든, 피해자든, 변호사든, 신부든 전부 잔잔하게 대화를 할 뿐이죠. 이와 같은 방식은 실제 사건을 다룰 때 객관성을 높이는 것에 큰 효과를 보입니다.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어,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방식. 감정과잉으로 점철된 인물극이 아닌, 오로지 사건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식이죠.

 

 게다가 기자의 직업윤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본디 기자는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합리적인 보도를 해내야 합니다. 피해자가 흘리는 눈물에 휘둘려, 엉터리로 기사를 쓴다면 프로라고 부르기 부끄러울 겁니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교회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친구에게 서슴지 않고 정보를 캐내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 팀도 감정이 제거된 사이코패스는 아닙니다. 팀 내에서 가장 감정적으로 사건에 반응하는 인물은 바로 마이클입니다. 경찰 비리건은 재미없다고 투덜댔고, 911 사건이 터져 취재가 잠시 중단되었을 때 가장 아쉬워했던 인물이며, 법정 증거물이 공개되었음에도 팀에서 보도는 미룬다며 분노한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마이클의 분노는 담백했던 영화와 대비를 이루어 더 절절하게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피해자를 위로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 때문에 감정을 이성으로 누르며 지내온 기자들의, 그리고 관객들의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여과되어 비치는 사건들

 

 

 2시간 8분의 러닝타임동안 우리는 단 한 번의 성폭행 사건을 볼 수 없습니다. 영화가 의도적으로 사건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데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철저히 기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기 위함입니다. 영화는 제목처럼 스포트라이트 팀이 가톨릭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짧으면 며칠 전, 길면 몇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그들이 직접 목도하기엔 무리가 있죠. 게다가 거대한 사건의 진상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퍼즐이 맞춰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당시 보스턴 시민이 느낀 성추행 사건의 체감도를 보여줍니다. 커피를 마시고, 크리스마스엔 교회에 찾아가 예배를 올리는 보스턴 시민들. 방과 후 자녀들은 교회 앞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뛰어놓고, 퇴근할 때 데려가는 삶. 자신의 이웃은 단순 괴짜라고만 생각하고 지내죠. 그들에게 성추행 사건은 들어본 적도 없고, 크게 와닿지도 않습니다. 그저 허공에 흩날리는 소문처럼 느껴지죠.

 

 마지막으로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위에서 이성적인 인물 설정이 객관적으로 사건을 다루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사건을 표현하게 된다면 관객은 피해자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고, 강간을 한 신부에게 크나 큰 분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러면 "사건"보다는 "인물"에 조명이 옮겨가게 될 것이고, 영화가 의도했던 목적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썩은 살점을 도려낼 수 있는가?

 

 

 보스턴에는 예로부터 아일랜드에서 온 이민자가 많았습니다. 그들은 독실한 기독교인들로, 조상부터 대대손손 성당을 다녔습니다. 주말에는 예배를 가고, 기도를 올리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도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며, 거대한 기부로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기독교는 그들에게 떼어낼 수 없는 살점과도 같습니다. 기독교는 그들의 인생이며, 범접할 수 없는 신앙입니다.

 

 기독교에서 신부는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한평생 자신의 몸을 바쳐 신학을 공부하는 이들. 신을 대변하는 신부의 말을 일반인들은 주의 깊게 경청하며, 그들을 존경합니다. 이처럼 어른도 신부를 어려워하는데, 사고가 덜 성숙한 아이들에게는 어떻겠습니까? 신부의 작은 칭찬 하나에 기뻐했던 아이들은 결국 검은 손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의 존중을 받던, 신의 대리인에 의해 아이들은 더럽혀져 버립니다.

 

 보스턴의 기둥인 기독교는 자신의 명예를 지켜내야 했을 겁니다. 성추행하는 교회라니. 불순한 소문으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며, 신념을 꺾을 일의 싹을 잘라내야 했을 겁니다. 그들은 방관은 택합니다. 피해자가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 그들에게 베스트이며, 만일 피해자가 고소한다고 해도 변호사와 추기경이 피해자들에게 용서와 합의금을 약속하며, 피해자를 침묵시킵니다. 그리고 가해자인 신부는 다른 곳으로 발령 나기만 할 뿐, 파면 당하지도 않습니다.

 

 사회의 방관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보스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보스턴 글로브 편집부장으로 오게 된 마틴은 오자마자 추기경의 초대를 받습니다. 그리고는 교회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말하죠. 짧은 만남이지만, 교회와의 연결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이외 주요 인사들도 보스턴에 오래 살던 인물들입니다. 당장 스포트라이트 팀장 로비도 보스턴 토박이였고, 교회 신부님, 추기경과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의 친구들 중에서 교회를 다니지 않는 이, 하나 없는 실정이죠.

 

 교회가 보스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는 주요 인사들도 침묵을 선택합니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행하는 공헌에 비하면, 성추행 사건은 그저 사소한 문제로만 취급해 버립니다. 교회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일은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라며 두려워하기도 하죠. 문제를 알고도 방관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은, 거대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약물 치료 처방을 원하는 환자처럼 보일 뿐입니다.

 

 썩은 살점을 도려 낼 수 있는가? 지금까지 문제를 외면한 자도, 어설프게 해결을 시도한 자도 많았습니다. 성급한 수술은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해, 여전히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죠. 출혈이 크더라도 확실히 제거를 해야 하는 상황.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어려운 질문에 정확하게 어떤 부위를 도려내야 하는지, 확실히 밝혀내고, 수술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피해자들의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묵과하던 이들에게, 무지한 이들에게,

삶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진정한 빛을"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