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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그녀 - 인공지능과 연예, 가능할까? (Her, 2013)

무비서포터 2023. 7. 21.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인공지능과 연예하는 이야기를 다룬 '그녀'라는 영화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2023년 지금, AI의 발전은 비약적입니다. 예시로 Chat GPT의 출현으로 사람 대신 작문을 해주고 있으며, AI그림의 발전으로 일러스트레이터의 설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심지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의사를 대신해 병을 진단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놀라울 정도로 비약적인 AI의 성장은 한 가지 의문도 제시했습니다. '과연 AI가 연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이 영화는 이미 10년 전에, 해당 질문을 여러 방면으로 깊은 고민을 한 작품이며, 이를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실제 하지 않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 '그녀'.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소개 (스포일러x)

 

 

그녀 예고편

 

"난 네 꺼지만, 네 껀 아니야"

- 극 중 서맨사의 대사

 

 

장르 : 멜로, 드라마, SF

감독 : 스파이크 존즈

주연 :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 스칼렛 요한슨(서맨사), 에이미 아담스(에이미), 루니 마라(캐서린), 크리스 프랫(폴)

상영 시간 : 126분

 

  이야기는 테오도르가 사랑스러운 편지를 대필해 주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그가 근무하는 곳은 남의 편지를 대필해 주는 회사. 테오도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남의 편지를 대신 작성해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테오도르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편지를 쓰는 것으로 회사에서 유명인사입니다. 얼마나 잘 썼는지, 그에게 10년이나 대필을 맡기는 고객도 있을 정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을 좋지 않습니다. 사랑하던 아내, 캐서린과 이혼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밤엔 혼자 외롭게 집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기 때문이죠. 혹시나 다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의 위로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랜덤채팅을 들어가지만, '죽은 고양이로 자신의 목을 졸라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나 만날 뿐입니다.

 

 방황하던 그는 옥외광고 하나를 발견합니다. 엘리먼트 소프트웨어 회사 개발, 인공지능 OS는 당신을 이해하고, 귀 기울이며 알아줄 존재이며, 단순한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고 소개하는 광고였죠.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던 테오도르는 OS를 구매해, 집에서 설치해 봅니다. 목소리를 여자로 설정하고, 간단한 설치 과정을 거친 후, 그는 OS와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은 '서맨사', 10만여 개의 이름 중에서 매력적인 이름을 뽑을 정도로 재치 있는 OS였죠. 테오도르는 서맨사와 얘기하면 할수록, 너무나 인간다운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며, 점차 빠져들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스스럼없이 꺼내며, 그녀와 공감하기 시작하는 테오도르. 과연 그와 서맨사의 관계는 OS라는 장벽을 뛰어넘고, 진정한 관계로 넘어갈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AI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분', '복잡 미묘한 심리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지루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직접적이지 않은 표현을 싫어하는 분', 'AI와 관련된 일들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에 앞서, 노래를 들으며 시작하시죠!

 

 

OS?

 

 

 영화에서 서맨사는 OS(Operating System, 운영체제)로 일컬어집니다. 이는 우리가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윈도우와 같은 시스템을 의미하죠. 그러나 작중 묘사를 보면 단순 OS라고 말하기보다는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결합된 OS가 아닐까 싶습니다.

 

AI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영화에서 서맨사는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기쁠 때는 환희에 찬 목소리로, 슬플 때는 망설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테오도르와 대화합니다. OS라는 인지가 없다면, 우리는 그녀가 진실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AI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명쾌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인간마저도 감정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감정이 형성되는 원인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일정 이상의 지능 지수를 가져야 하는지, 호르몬에 의해서인지, DNA에 담긴 유전적 특성 때문인지, 주변환경에 의한 영향 때문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지금도 감정이 생겨나는 요인에 대해 과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오가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감정은 객관화 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가 감정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1m는 프랑스에서의 1m와 동일합니다. 국제적으로 규격화되어 있으며, 줄자와 같이 측정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정의 종류나, 강도는 측정할 수가 없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는 3만큼 화났어!"라고 말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겐 1 정도의 미미한 수치이거나, 오히려 분노가 아닌 슬픔의 감정이라 정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시로 동일한 각본, 동일한 배역을 서로 다른 배우에게 준다고 해도, 두 배우의 연기는 일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감정이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며, 자신의 경험이 깊게 반영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AI가 과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요? 아니, AI가 감정을 느낀다고 저희가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어쩌면 시기상조가 아닐까요?

 

 위와 같은 생각을 거치면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서맨사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영화는 멀지 않은 근미래를 다루고 있고, 아직은 감정에 대해 밝혀내지 못한 세상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개발자 코딩으로 만들어졌을 서맨사는 인간처럼 DNA를 지니지도, 호르몬이 작용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딥러닝 기술을 통해 발전하는 AI이겠죠. 즉, 인간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보다는 모방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방은 너무나도 완벽해, 듣는 이로 하여금 사람처럼 느끼게 만들죠.

 

내가 느끼는 감정은...

 

 

 영화는 OS인 서맨사와 테오도르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는 인공지능과 사랑이라니. 가짜와 진짜가 교류하는 모순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짜임에도,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있습니다. 예시로 거울에 비친 모습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기 자신이 아닙니다. 빛에 반사된 허상에 불과한 존재이죠. 거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생후 17개월 전까지 아기는 거울에 비친 상을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상이 거울에 비친 것임을 깨닫게 되죠.

 

 다른 예시로는 전화와 영상물이 있습니다. 사람의 소리를 전달하는 전화는 초창기에 사람들에게 놀라운 물건이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전선과 전파를 타고 이동한다음, 다시 전기 신호를 사람의 목소리로 바꾸어주었던 물건이죠. 엄밀한 의미에서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그 사람의 진짜 목소리가 아닙니다. 그저 디지털 소리를 정밀한 함수 변환을 이용해 그럴싸한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것이죠. 영상물도 마찬가지로 초창기에는 감광물질에 투영되어 반응한 물질의 잔상을 스크린에 옮겨놓았던 결과물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제시한 예시처럼 현대사회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는 실체를 반영하거나, 대변하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보고, 들으며 감정을 느끼죠.

 

 그렇다면, 사람의 감정을 정밀하게 표현한 AI는 어떨까요? 이 질문에 영화는 대필하는 테오도르를 보여주며 답하고 있습니다. 그가 작성하는 많은 편지들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완벽한 단어로 받는 사람을 만족시키죠. 10년 넘게 그에게 의뢰하는 단골과 동료들의 극찬까지. 하지만, 편지엔 그의 감정이 실리지 않습니다. 그저 기계적으로 일을 할 뿐이죠. 그가 적는 사랑스러운 멘트, 감동적인 멘트 모두 거짓일 뿐이죠. 하지만, 그 편지를 읽는 사람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가짜로 쓰인 편지를 읽고, 생겨나는 감정은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진실로 기쁨을 느끼고, 진실로 사랑을 느낍니다.

 

 서맨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어, 사랑이 부족한 사람에게 사랑스러운 말을 건네는 AI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테오도르는 떠오르는 감정에 혼란스러워합니다. "서맨사가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내가 모방에 속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난 서맨사를 사랑하는 걸까?"와 같은 혼란들이요. 결국 테오도르는 서맨사의 감정은 진실하며, 그녀를 사랑하게 됩니다. 편지를 쓰던 사람이, 편지를 받는 이로 바뀌는 순간이죠.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르고 테오도르는 서맨사가 600여 명이 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아니 정확히는 서맨사에게 사랑을 갈구한 사람의 숫자겠지만요. 어찌 되었든, 테오도르는 크게 좌절합니다. 그녀의 사랑이 진실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며, 지금까지 보낸 시간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대필하는 일을 했지만, 정작 자신이 대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테오도르. 정교하게 꾸며진 거짓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느낀 사랑의 감정은 진실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 가지 궁금점이 생겼습니다. 서맨사와 같은 AI가 개발되면, 지금의 전화기 소리나, 영상물의 화면처럼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소 반발은 있으나, 결국 사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편지를 받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동했으며,

그녀와 통화한 모든 이들은 그녀가 친절하다고 말했다"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