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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밀리언 달러 베이비 - 진정한 행복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Million Dollar Baby, 2004)

무비서포터 2023. 7. 31.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입니다. 이 영화에 관한 명성은 이전부터 들어왔지만, 미루다 미루다 결국 손에 집혀 보게 되었습니다. 계속 미룬 이유는 '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예측 때문이었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서 큰 오해를 했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서사도 단순하지 않았고, 연출도 너무 좋았으며, 디테일한 캐릭터 설정이 관객을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복서와, 그녀를 걱정하는 코치의 이야기, '밀리언 달러 베이비'. 여러분들에게 당당하게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모쿠슈라!"

- 극 중 매기를 보며 환호하는 군중들

 

 

장르 : 드라마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던), 힐러리 스웽크(매기 피츠제럴드), 모건 프리먼(스크랩), 제이 바루첼(데인저 바치), 마이크 콜터(빅 윌리 리틀)

상영 시간 : 133분

 

 이야기는 윌리의 권투 경기를 보여주며 시작됩니다. 치열한 라운드가 지나고, 윌리가 휴식을 취하는 상황. 프랭키는 팀 닥터가 지혈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자신의 경험을 살펴 직접 윌리를 치료합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피가 단박에 멈추고, 윌리는 다시 링으로 복귀하죠. 프랭키의 조언을 들은 윌리는 단박에 상대 선수를 KO 시킵니다.

 

 경기가 끝난 프랭키는 짐을 챙기고 밖으로 향합니다. 윌리의 경기를 인상 깊게 본 매기는 프랭키에게 접근해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그는 매기가 여자라는 이유로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며, 대충 그녀를 보내려 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매기는 복서였고, 오늘 첫 번째 경기를 성공적으로 승리했던 선수였죠. 그리고는 당당히 자신을 키워달라고 제안하지만, 여자는 키우지 않는다는 프랭키의 쌀쌀한 답변만 듣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로 돌아온 프랭키를 기다리던 윌리. 그는 이제 자신이 준비된 것 같다며, 타이틀 전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죠. 그러자 프랭키는 타이틀 전은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며, 신중하게 세, 네 경기를 더 치르고 도전해 보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윌리는 그 말을 몇 년 전에도 들었고, 다시 몇 년 동안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며 불만을 표합니다.

 

 다음날, 체육관에 출근한 프랭키는 어제 봤던 매기가 자신의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죠.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 여성 복서는 키우지 않는다고 재차 말하지만, 그녀는 훈련은 필요 없으니 곁에서 혼자 수련하겠다고 답하죠. 게다가 그녀는 6개월치 체육관 비용을 미리 지불한 우수한 고객이었기에, 재정적으로 찌들리는 프랭키가 그녀를 내쫓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체육관 관리인 스크랩은 체육관에 거주하며, 행정, 수리 등 여러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체육관 불을 끄며 잠을 청하려던 그때... 아직도 집에 가지 않고 샌드백을 갈기고 있는 매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규정대로라면 내일 아침에 문을 열 때까지 체육관에 있을 수 없지만, 그녀가 기특했는지 더 훈련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줍니다. 프랭키의 옛 스피드백을 선물하면서까지요.

 

 하지만 프랭키가 자신의 스피드백이 매기에게 있는 것을 눈치챕니다. 어설프게 스피드백을 치고 있는 매기에게 다가가, 그렇게 칠 때마다 회원이 줄어든다며 핀잔을 주죠. 그러며 자신의 스피드백을 내놓으라고 말합니다. 매기 본인도 자신의 실력이 부끄러웠는지, 프랭키에게 스피드 백을 돌려줍니다. 쿨하게 물건을 돌려주자 당황한 프랭키는 그녀의 늙은 나이와 비루한 실력을 지적하며 심적으로 압박하죠. 그러나 한 편으로는 측은했는지, 스피드 백을 돌려주며 꾸준히 훈련하라고 독려합니다.

 

 과연 그녀는 프랭키를 스승으로 두고, 복싱 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인물의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 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서사를 좋아하는 분',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인물에게 처해진 환경이 가혹한 것을 싫어하는 분', '스포츠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맨손 격투 연출의 교과서

 

 

 액션 영화를 제작하는 것에 있어, 연출자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액션을 구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특히나 맨손 액션은 난이도가 상당합니다. 배우를 직접 때리게 할 수는 없으니, 때리는 척 연기를 지도하면서, 이를 극대화할 연출 기법을 적용해야 하겠죠. '원테이크로 갈 것인가? 호흡이 짧은 편집 기법을 사용할 것인가?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길게 잡아, 약한 액션이 티 나지 않게 만들 것인가?'와 같은 선택지들은 감독의 성향에 따라, 배우의 성향에 따라 갈리게 될 것입니다.

 

 자칫 어설픈 연출로 맨손 격투를 연출하면 영화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테이크 연출을 고수하다가, 상대방을 때리지도 않았는데 넘어지는 장면을 그대로 담아낸다거나, 너무 짧은 호흡으로 액션을 도막 내어, 어떻게 되었는지 파악조차 하기 힘든 연출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역으로 말하자면 적당한 인물, 카메라 배치와 적당한 편집이 맨손 액션을 긴박감 있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는 훌륭하게 그 액션을 스크린에 담아내었습니다. 인물의 배치부터 살펴보자면, 이 영화는 마주 보는 인물을 앞뒤로 배치하는 것을 기본으로 설정합니다. 이런 배치의 이득은 화면의 공간감이 이차원 평면으로 투사되기 때문에,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 인물 간의 정확한 거리를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이 상황에서 주먹을 휘두른다면 상대방에게 닿지 않더라도, 관객에게는 마치 닿은 것처럼 보이게 되면서, 보다 현실적인 맨손 액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게다가 적절한 편집으로 인물의 심경, 인상적인 격투 순간 등을 강렬히 부각해 맨손 액션의 쾌감을 증폭시킨 교과서적인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복싱과 닮은 프랭키의 삶

 

 

 프랭키는 조심성이 많은 코치입니다. 그는 코치가 되기 이전에는 닥터로 일했습니다. 어떤 상처든, 순식간에 지혈할 수 있는 정도로 능숙한 닥터였죠. 그러나 그는 스크랩이 권투에서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을 보고 자신이 고칠 수 없는 상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의 낙담은 집착이 되어, 세상으로부터 선수를 과보호하는 코치가 되었죠. 그의 집착은 윌리의 타이틀전을 몇 년이나 미룰 만큼이나 심각했습니다. 윌리는 자신에게 애정 쏟는 프랭키를 미워하지 않지만, 타이틀전에 서고 싶어 했습니다. 결국 프랭키 곁을 떠나, 트레이너를 바꾸고 타이틀전에 설 수 있었죠.

 

 그의 타이틀 전은 프랭키에게도 큰 관심사였습니다. 프랭키는 윌리에게 늘 준비가 덜 되었다고 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의 예상을 뒤엎고, 윌리는 타이틀 전에서 승리해 챔피언이 되었죠. 이때 나오는 독백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른손으로 타격하기 위해서는 왼발에 힘을 주어야 하고, 왼손으로 타격하기 위해서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야 한다는 대사. 마치 복싱은 프랭키가 생각하는 바와 정반대로 작동하는 기이한 운동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 또한 복싱과 맞닿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가 고칠 수 없는 상처가 없었지만, 스크랩의 상처는 결국 고치지 못했습니다.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윌리를 타이틀전에 올리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지만, 딸과 관계가 소원해져 연락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교회에 다니지만, 자신에게 저주스러운 삶을 준 신을 믿지 않습니다.

 

 

 매기는 그가 슬하에 절대로 두지 않을 것 같은 제자였습니다. 나이 많은 여성, 그가 싫어하는 요소들을 모아둔 집합체와 같은 사람이었죠. 하지만, 밤낮없이 노력하는 근면성실한 자세와 스크랩의 도움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매기를 보자 결국 그녀를 제자로 받아주게 되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붙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은 프랭키의 내면 깊은 곳의 연민과 부성애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프랭키는 다시 매기에게 인생을 걸어봅니다. 윌리도, 딸도 자신을 떠나갔지만, 매기라는 인물에게 온정을 주어 지금까지 저질러왔던 인생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조심성을 잃은 프랭키는 매기를 사지로 보냅니다. 위험한 반칙을 주로 사용하는 '블루 베어'와의 타이틀 전으로 내보낸 것이죠. 결투에서 승승장구하며 행복해하는 매기의 모습과, 제 때 타이틀 전에 올려주지 못해서 자신을 떠나간 윌리의 모습이 겹쳐져 생긴 큰 실수였습니다. 예상대로 '블루 베어'는 비겁한 반칙을 사용합니다. 그 반칙은 치명적이어서 의자에 목이 꺾여 경추가 손상될 정도였죠. 이 사건으로 인해 매기는 침대에서 꼼짝하지 못하는 반신불구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프랭키와 매기의 심경은 큰 전환을 맞이하게 됩니다. 특히 프랭키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입니다. 욕창이 생겨 곪아가고 있는 매기의 모습으로 분개한 프랭키는 엄한 스크랩에게 화를 풀기도 하죠. 결국엔 조심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매기가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합니다.

 

 

 하지만, 매기의 상황은 더욱 절망적입니다. 평생 반신 불구로 살며, 목에 구멍을 뚫어 호흡해야 하는 비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매기의 도움으로 벼락부자가 된 그녀의 가족은 더욱 꼴불견입니다. 매기를 보러 오겠다고 말하고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온 것이 아니라, 여행을 즐기다 마지막에 그녀를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변호사를 대동해, 그녀가 번 돈을 갈취하는 배은망덕한 모습을 서슴없이 드러내죠.

 

 매기의 삶은 파괴되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신의 저주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삶은 행복한 가정을, 챔피언이 되는 것을, 온전한 삶을 누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은 삶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녀는 프랭키에게 부탁하죠. 제발 자신을 죽여달라고요.

 

 늘 신의 존재를 부정했던 프랭키는 교회에서 진지하게 기도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제발 매기가 삶의 의지를 되찾아, 계속 살아갈 수 있게요. 하지만 그의 간절한 기도는 통하지 않고, 매기는 혀를 깨물며 자살을 시도합니다. 해맑게 웃던 매기는 사라졌습니다. 다시 매기와 평범하게 레몬파이를 먹을 수도 없습니다. 오직 죽음을 기다리는 산송장이 그의 곁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신에게 달려있다고 말하고는 하지만, 프랭키에겐 신이 없습니다. 있더라도 딸에게서 답장 하나 보내주지 않고, 매기를 외면하는 잔혹한 신일뿐이죠. 프랭키는 매기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그녀를 보내주죠. '모쿠슈라',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가슴으로 품은 그의 두 번째 딸은 그렇게 그를 떠나갔습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을 자격이 있던 사람임을 기억하길 바라며

 

 

 영화의 엔딩은 논란이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존엄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린다고 하더군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엔딩이 마음에 듭니다.

 

 스크랩은 기회를 줌으로써 생길 희망을 보는 인물입니다. 건네는 기회가 전부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쓰러지고, 실패하고, 회복할 수 없는 상처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기회조차 부여되지 못해, 회환으로 가득 찬 사람으로 두는 것이 스크랩에겐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오죠. 그래서 모자라더라도, 돈이 없더라도, 나이가 많더라도, 여성일지라도 그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매기는 그 기회를 허투루 받지 않습니다. 부단히 노력한 그녀는 프랭키와 스크랩이 주어준 기회를 통해, 성공을 쟁취하게 되죠. 그녀에겐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치열하고, 올곧게 살아온 그녀에게 행복할 자격은 충분했습니다. 그저 자신을 가슴으로 품어줄 프랭키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요.

 

 그녀의 삶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마감하는 것이, 그리고 평생토록 그녀가 행복한 미소를 지을 자격이 있음을 기억해 줄 사람 옆에서 마감하는 것이 프랭키가 매기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행복한 미소를 지을 자격이 있던 사람임을 기억하길 바라며"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