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문신을 한 신부님'입니다. 폴란드 영화로 2019년도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부분에서 기생충과 자웅을 겨뤘던 작품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전과자가 신부 행세를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상미도 훌륭하고, 시사하는 메시지도 훌륭하며, 무엇해도 '다니엘'을 연기한 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의 연기가 압권인 영화입니다. 큰 사건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마을을 구원할 특이한 신부의 이야기, '문신을 한 신부님'.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소개 (스포일러x) |
"생각으로 죽였고, 약속을 저버림으로써 죽였고, 내가 한 행동을 통해 죽였습니다." - 극 중 다니엘의 대사 |
장르 : 드라마
감독 : 얀 코마사
주연 : 바르토시 비엘레니아(다니엘), 알렉산드라 코니에츠나(리디아), 엘리자 리쳄벨(엘리자), 토마시 지엥텍(핀처), 레셱 리호타(시장), 루카시 심라트(토마시 신부)
상영 시간 : 116분
이야기는 죄수들이 일하는 교도소 내부 목공소에서 시작합니다. 일이 생긴 감독관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열심히 일하던 죄수들의 분위기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합니다. 힘이 센 몇몇 불량배들이 다니엘을 보고 감독관이 오는지 망을 잘 보라고 명령하고, 다니엘은 군말 없이 하던 작업을 내려놓고 문쪽으로 걸어가 망을 봅니다. 불량배들은 신난 표정으로 한 죄수를 붙잡고, 바지를 내린 후, 강간을 자행합니다. 잠시 후 감독관이 오는 것은 확인한 다니엘은 불량배들에게 신호를 주며, 제자리로 돌아가죠. 온갖 범죄자들의 야만적인 행위가 허용되는 이곳, 교도소는 생지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신앙을 잃지 않습니다. 딱딱한 형식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이 신앙을 전파하는 토마시 신부에게 감화되어 꾸준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것이었죠. 심지어 신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도 가지고 있어, 신부님에게 신학교에 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죠. 그러나, 신부님은 다니엘이 전과자이기 때문에 신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에 충격받은 다니엘은 출소를 앞둔 옥실에서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바라보며 고뇌에 빠지게 되죠.
교도소에서 소개해 준 목공소를 찾아 버스를 탄 다니엘은 한 사람을 만납니다. 그는 다니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전과자임을 단번에 알아보죠. 그는 경찰로 다니엘에게 허튼짓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며 폭력을 행사합니다. 불쾌한 감정만 가진 채로 목공소로 향한 다니엘. 그곳에서 출소한 범죄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겨 외딴곳으로 향합니다. 잠시 고민하던 다니엘은 인근에 있는 마을의 성당을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먼저 기도를 드리던 엘리자에게 오늘 미사가 끝났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오늘은 끝났고, 내일 아침에 있을 것이라고 답하죠. 엘리자는 다니엘에게 목공소에서 왔냐고 묻습니다. 이에 다니엘은 자신이 목공소에서 일하는 일꾼이 아니라, 신부라고 답하죠. 엘리자는 다니엘을 비웃습니다. 행색이 영락없는 목공소 일꾼이었거든요. 그러나 다니엘이 가방에서 신부 복장을 꺼내자, 깜짝 놀라며 주교에게 다니엘을 소개해줍니다.
주교의 집에 방문한 다니엘은 온갖 술을 대접받으며 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교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출신에 대해 교묘하게 속이는 것에 성공한 다니엘. 주교는 자신과 같은 신부를 만난 것에 신이 나, 신학교에서의 일탈을 얘기합니다. 그러다가 주교는 술에 취해 다니엘에게 고해성사를 맡기기도 하고, 병원 때문에 외지로 나가는 사이에 전반적인 교회 업무를 부탁하고는 사라져 버립니다. 어쩌다 한 마을의 신부로 재직하며, 여러 업무를 처리하게 된 다니엘은 마을 한편에 추모 공간이 마련된 것을 확인합니다. 작년에 두 차량이 추돌하여 총 6명이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그러나 오직 다섯 명의 사진만 걸려있고, 한 사람은 제외된 것을 알아차립니다. 다니엘은 이 사건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조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폴란드 영화에 관심 있는 분', '가톨릭과 자본가의 부패를 그리는 작품에 관심 있는 분', '미스터리 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흥미가 있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폴란드 영화에 관심 없는 분', '다소 정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 '질질 끄는 분위기가 싫은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가톨릭이란 |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며 의아했던 점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과도하게 신부를 존중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니엘을 무시했던 엘리자는 그의 신부복을 보자 태도가 정반대로 바뀌고, 그에게 정중하게 대하기 시작합니다. 일반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가들이 주교 집에 찾아와 술 선물을 하는 모습은 상당히 의아한 광경이었죠. 물론 종교가 행사하는 권력이 약하지는 않겠지만, 작은 마을에서 활동하는 신부에게도 꼼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행동은 상당히 의아했습니다.
해당 현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폴란드'라는 나라의 이해가 필요합니다. 우선 폴란드는 국민의 90% 이상이 신자인 국가입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로 절대적인 가톨릭 국가라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가톨릭을 믿기 때문에, 정치인이던, 기업가던, 친 가톨릭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미 콜롬비아 대학교 사회복지 대학원 리뷰(Columbia Social Work Review)에 게재된 "폴란드에서 종교, 정책, 그리고 압제: 이제는 행동할 때 (Religion, Politics, and Opprestion in Poland: A Call to Action)"에서 현시점 교회와 정당의 결탁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폴란드 가톨릭 교회는 PiS 정당(폴란드 최대 정당)과 강한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교회는 해당 정당에게 꾸준한 정치적 지원을 보내고, 정당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전통적인 교회의 가치와 규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Today, the contemporary Catholic Church in Poland is closely aligned with the Law and Justice party, or PiS, the largest party in Poland at this time. ... The Church maintains this political support, and in return, PiS promotes policies that align with traditional Catholic values.)" [1]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깊숙이 침투한 가톨릭의 영향력을 줄이자는 정치인도 있습니다. 폴란드 뉴스를 다루는 "Notes from Poland (NGO: Non-govenmetal Organization)"의 "폴란드 야당 대표가 교회와 국가의 부패한 결탁을 끊을 계획을 제안하다 (Polish opposition leader sets out plan to end "corrupting" links between church and state)" 기사에 따르면, "제안 안의 내용은 국가 재정 지원 교회 기금 철폐, 학교 종교 교육에서의 주교 권한 축소, 그리고 종교 행사에 관여하는 공무원의 새로운 행동 강령이 포함되어 있었다. (Among his proposals are the abolition of the state-financed Church Fund, a reduction in the Catholic episcopate’s control over religious teaching in public schools ... and a new code of conduct for the involvement of officials in religious events.)" [2] 이를 통해 정부에서 교회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 종교 교육이 포함되어 있으며, 종교 행사를 위해 공무원이 동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폴란드에서 가톨릭이란 단순한 종교가 아닌, 실존하는 거대한 힘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폴란드에서 기업가란 |
마을 사건을 조사하던 다니엘은 기업가로부터 그만 사건을 캐라는 위협을 받습니다. 그러나 다니엘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를 진흙탕에 무릎을 꿇게 만든 다음 돈만 탐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올립니다. 후에 기업가가 확장된 공장을 소개하면서 24시간 내내 끊기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이라며 자랑했고, 그 중심에는 낮은 보수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기업가를 비판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실제 폴란드는 중공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국가이지만, 국민 간에 소득 불균일 정도는 커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동, 인구, 경제를 주로 다루는 연구기관 IBS(The Institute for Structural Research)의 "불균형 문제는 폴란드에서 이슈인가? (Is high inequality an issue in Poland?)"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성장 척도를 고려할 때, 폴란드는 경제 불균일이 심각한 나라는 아니다. 다만, 소득 불균일은 소득이 높은 EU 국가와 비교했을 때 높다. (Given its economic development level, Poland is not a country of striking economic inequality. While income inequality in Poland is high compared to wealthier EU states)"라고 언급합니다. 그 이유로 "소득의 차이가 상당한 수준이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월급에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대다수의 노동자가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되어 불안정적인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Its high level is mostly due to considerable wage dispersion, in turn caused by the high wage premium for tertiary education and segmentation of the labour market, in particular the substantial proportion of people hired through irregular employment forms.)"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2007년 세금 시스템, 가족 수당 제도의 개선과 그리고 임금 불균형이 줄어들며 불균형도 상승이 멈칫하기는 했지만(The decreases in income inequality was caused by: reform of the tax-benefit system, reforms of the family allowance system, a fall in wage dispersion), 2009년 고소득층에 40%의 세율을 부과하는 것을 폐지하고, 세금 시스템으로 인한 부의 분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The increase in income inequality was stimulated by: abolishing the 40% tax rate applicable to the highest incomes in 2009, freezing such parameteres of the income tax system as the tax threshold, tax-deductilble expenses and non-taxable threshold) 다시 불균형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영화에서 기업가를 악인으로 묘사한 이유는 이와 같은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3]
구원 |
다니엘은 범죄를 저질렀기에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으나, 사람을 살해하여 투옥된 것으로 보입니다. 중범죄를 저지른 다니엘이 신부가 되는 것,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순수하고, 악의 없는 인물이 신부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그의 외모도 신부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반삭의 머리에 날카로운 인상, 심지어 몸에 새겨진 문신은 올바른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 내내 마을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사건은 작년에 벌어진 추돌사고일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평소에 불같은 성격의 스와베크가 잘못했을 것으로 여겨 5명이 사망한 책임을 그의 가족에게 묻고 있었죠.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엘리자가 가져온 영상에 따르면, 5명이 차량을 운전하기 전에 술 파티를 열었던 정확이 포착되어 있었으며, 오히려 피해자가 스와베 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평소에 보였던 겉모습으로 인해 범인을 단정 지었던 마을 주민들의 판단 오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죠.
다니엘은 스와베크 유족을 도와줍니다. 마을 주민들이 반대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여 스와베크의 유골을 마을 내 묘지에 이장하죠. 놀랍게도 다니엘은 이장을 하기 위해 별다른 설득을 하지 않습니다. 사실 스와베크 씨가 피해자였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그도 마을의 주민이었으며, 유족은 그를 잃어 고통에 빠져 있음에도, 마을 주민들은 유족에게 해선 안될 모진 말들을 퍼부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죠.
이는 기독교에서 흔히 말하는 '원수를 사랑하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자식을 앗아간 철전지 원수 같은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그를 품어주고, 용서하는 자세를 기독교인으로서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실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스와베크 가족을 품어달라고 말하는 것은, 자신의 몸에 문신이 새겨져 있지만, 마음속에는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신앙심이 깊은 다니엘, 본인을 조건 없이 품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을 뽑아보자면, 다니엘이 창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햇빛을 바라보는 장면일 것입니다. 유사한 장면은 총 세 번 등장합니다. 하나는 감옥에서 출소하기 전에 옥실에서, 두 번째는 신부 행세를 하다가 주교 집에서 머물렀을 때, 마지막은 감옥에 재수감되고, 죄수들과 싸울 때입니다. 마을을 고통에서 구원하기 이전까지는 그저 갇힌 공간에서 해를 바라보았지만, 이후에는 직접 빛으로 뛰어 들어가 세상 밖으로 나온 다니엘의 모습을 볼 수 있죠. 마을을 구원하며, 본인 또한 구원한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훌륭한 묘사 같습니다.
[1] Columbia Social Work Review - "Religion, Politics, and Opprestion in Poland: A Call to Action" https://journals.library.columbia.edu/index.php/cswr/announcement/view/409
[2] Notes for Poland - "Polish opposition leader sets out plan to end "corrupting" links between church and state" https://notesfrompoland.com/2021/02/01/polish-opposition-leader-sets-out-plan-to-end-corrupting-links-between-church-and-state/
[3] IBS - "Is high inequality an issue in Poland?"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양초의 본질은 흠집 없는 밀랍이 아닌,
세상에 불을 밝힐 수 있는 올바른 심지이다"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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