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액트 오브 킬링'이라는 역대급 다큐멘터리의 후속작, '침묵의 시선'입니다.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 학살에 형을 잃은 동생, 아디가 직접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가 안경을 맞춰주며, 인터뷰를 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옅어져 사라진 것으로 착각한 인도네시아의 치부를 다시 마주 보며,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고자 노력하는 영화, '침묵의 시선'.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소개 (스포일러x) |
"제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과할게요" - 극 중 아디가 받은 사과 |
장르 : 다큐멘터리
감독 : 조슈아 오펜하이머
주연 : 아디
상영 시간 : 103분
'액트 오브 킬링'은 학살주동자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침묵의 시선'에서는 학살에 형을 잃은 일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조슈아가 이전에 녹화한 학살 주동자들의 자랑스러운 살인 담을 그들에게 형을 사살당한 '아디'에게 보여주고, 그가 직접 학살에 연관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얘기를 나누며, 시력을 교정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시며 직접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인도네시아 학살에 관심 있는 분', '사회고발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간접적인 고문 묘사여도 불쾌감을 느낄 분', '사회고발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 '갑갑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디'의 교정 |
'침묵의 시선'도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안경을 맞추는 것을 업으로 사는 '아디'라는 인물이 1965년, 인도네시아 학살에 관련된 인물들을 직접 찾아가 안경을 맞춰주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독특한 방식.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2년 전에 형을 학살로 잃었지만, 정부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퍼트려 살인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사건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는 인물로, 주변 인물들이 알고 있는 틀린 사실들을 교정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안경의 초점을 맞춰 세상을 바로 보게 하듯, 아디의 참언은 사람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죠.
그의 교정은 가족부터 시작됩니다. 아들은 학교에서 공산당이 한 장교를 무참히 살해했기 때문에 그들을 탄압한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선생님께 교육받습니다. 배운 내용을 아디에게 말해주자, 아디는 반대로 공산당으로 몰려 사망한 사람의 수가 백만을 넘는 것을 아냐고 묻습니다. 이에 아들은 백만이 죽었다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가치중립적인 내용을 가르쳐야 할 교육의 현장에서 정부의 입맛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아디는 아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며, 삼촌도 이때 돌아갔다고 말해줍니다.
아디의 삼촌은 당시 교도관으로 근무했습니다. 공산당이 붙잡혀 오면 그들을 감시하고, 형장으로 향하는 공산당을 군인들에게 건네주는 일을 했었죠. 아디의 형도 분명 삼촌이 일하는 감옥에 들어왔을 겁니다. 삼촌이 조금 용기를 내어 형을 빼돌릴 수 있었다면, 아디의 형은 살아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용기를 내지 않았으며, 죽음으로 향하는 친척을 방관했으며, 이 사실을 40여 년이 지나도록 숨기며 살아가고 있었죠. 아디는 삼촌에게 진실을 말합니다. 형을 구하지 않은 삼촌도 그를 죽인 군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죠. 하지만 삼촌은 강하게 부인합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요. 군인이 죽인 것이라고요. 그리고 몰랐던 자신에게 방관자라고 말하는 아디가 불쾌하다고요.
아디는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아갑니다. 그는 이미 늙었고, 자연스럽게 시력이 감소해 안경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아디는 안경을 맞춰주며 그때의 일을 묻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듣죠. 사람을 죽이면 미쳐버리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죽인 사람의 피를 마셔야 한다. 당시 사람을 죽였던 군인들이 죄책감에 미쳐 자살을 했던 것을 묘사하면서, 자신은 그들처럼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피를 마시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아디의 형을 죽이고도 같은 행동을 했었죠. 아디는 당신이 자신의 형을 죽였다고 말해줍니다. 군인은 무척이나 난처해하죠. 아디에게 소소한 사과를 건네는가 싶더니, 당시 공산당에 대해 돌았던 소문을 들려줍니다. 그 소문들은 정부가 사람들을 선동해 공산당을 죽일 명분을 만들어 준 소문들이었죠. 아디는 진실을 전하며 그에게 교정을 시도합니다. 그러나 묵직한 진실은 불쾌하며, 불편하기 때문에 전혀 교정이 되지 않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도 아디의 형을 죽였던 군인의 집입니다. 그는 몇 년 전에 사망하여 세상을 달리했지만, 살아생전 그의 모습을 조슈아가 촬영했었죠. 그는 심지어 자신이 자랑스럽게 했던 학살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려 책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조슈아는 일가족들을 모아놓고 아디의 형이 군인에게 사망했으며, 그의 살아생전 학살을 자랑스럽게 묘사하는 영상을 틀어줍니다. 일가족들은 질색하죠. 이미 돌아간 사람이며, 자신들은 그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며 말이죠. 아디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저 그들이 집을 떠났으면 하는 바람에 거짓으로 사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조슈아에게 손가락질을 합니다. 우리가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사망한 군인이 잘해주었는데, 배은망덕하게 찾아와 자신들을 난처하게 만든다며 말이죠. 아디는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길길이 날뛰며 분노하는 일가족을 쳐다만 볼 뿐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상처를 교정으로 치유해보고자 했던 아디의 바람이 부질없어 보이는 순간입니다.
침묵의 이유 |
학살이 있고, 어언 50년이 지난 시점에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해당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까지도 인도네시아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당시 학살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살해했는지, 어떻게 사람들의 눈을 가렸는지, 어떤 무고한 이들을 죽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현재의 권력이 어떤 사람들의 피를 밟고 생겨난 권력인지 아무도 묻지 않습니다. 왜냐면 아직도 공산당을 죽인 이들은 권력을 잡고 있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여전히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깨어나지 못한 나비 고치를 보여주는 장면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고치에서 나온 나비는 깨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것이지만, 이전까지는 갑갑한 고치 속에 갇혀 아무것도 하지 못하죠. 이는 마치 인도네시아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유를 부당하게 뺏겨, 고치에 갇힌 나비처럼 침묵하고 있는 국민들. 질문하지 못하고, 여전히 침묵한 채로 권력을 쥔 이들을 바라보는 약자들. 과연 그들이 고치를 뚫고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50년이 지나도 자유로이 날 수 없는 나비"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