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더 레슬러'라는 영화입니다. 레슬링에서 한물간 선수가 마지막이 될 경기를 준비하며, 그동안 잃어버렸던 것들을 회복하려고자 노력하는 랜디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에게 레슬링이란 어떤 의미이며, 완벽한 무대를 위한 그의 노력이 점차 관객들로 하여금 그에게 동화되는 느낌을 주게 만듭니다. 링 위에 서있을 때 가장 눈부신 레슬러, 랜디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하고 싶은 분들에게 영화 '더 레슬러'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
"저한테 한물갔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오직 여러분들뿐입니다." - 극 중 랜디의 대사 |
장르 : 드라마
감독 : 대런 애러노프스키
주연 : 미키 루크(랜디 더 램 로빈슨), 마리사 토메이(캐시디), 에반 레이첼 우드(스테파니 로빈슨)
상영 시간 : 109분
영화는 랜디의 이야기를 신문기사와 잡지, 그리고 앵커의 외침과 함께 소개합니다. 1984년부터 18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던 1989년, 랜디. 중동의 야수, 아야톨라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경기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의 화려한 전성기가 20년이 지난 지금, 철제 의자에 앉은 그의 뒷모습은 초췌해 보입니다. 그의 뒤로 직원이 다가와 화려한 경기였다고 칭찬하며 그의 몫을 챙겨주죠. 그리고 2달 뒤에 사인회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며 자리를 떠납니다. 랜디도 옷을 차려입고 집으로 향합니다. 80년대 노래를 들으며 어둑한 범거리를 주행하는 랜디.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어보려고 하지만 도저히 열리지 않습니다. 당황한 그는 관리인을 찾아가 문을 냅다 두들기죠. 그러나 마지막까지 대답 없는 관리인. 결국 랜디는 자신의 밴에서 각종 약을 먹고는 잠을 청합니다.
잠에서 일어난 랜디는 자신의 밴을 둘러싼 아이들을 발견합니다. 익숙하다는 듯이 밴의 문을 열고 튀어나와 아이들과 즐겁게 장난을 치는 모습. 밤에 볼 수 없던 관리인을 발견하고는 달려가 밀린 월세는 다음 달에 줄 테니, 제발 방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죠. 그러나 관리인은 절대로 그럴 수 없다는 말을 남기고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직장에 출근한 랜디, 그는 대형마트 창고에서 짐을 옮기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돈이 부족했던 랜디는 매니저에게 찾아가 근무시간을 늘려달라고 말합니다. 주말에는 레슬링이 있으니, 주중으로 부탁하죠.
일을 마치고 랜디는 레슬링을 하러 파이어니어 클럽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다른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고 개인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경기를 준비하죠. 그가 준비를 하는 와중에 상대 선수인 토미가 들어옵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둘은 경기를 어떻게 진행할지 상의합니다. 악역인 토미는 관중들의 야유를 끌어내고, 마지막에 랜디가 뒤집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하죠. 결정이 끝난 토미는 방을 떠났고, 랜디는 조심스럽게 날카로운 면도날을 자신의 손목에 감춥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그들은 짜인 각본대로 레슬링을 진행합니다. 토미는 무자비하게 랜디를 쓰러트렸고, 랜디는 고개를 숙여 손목에 감추었던 면도날을 꺼냅니다. 그리고는 면도날로 이마에 긴 상처를 내죠. 피가 나는 것을 확인한 랜디는 반격을 시작합니다. 찹으로 토미의 가슴과 머리를 연달아 가격하며 그를 쓰러트리죠. 그리고는 머리를 붙잡고 로프에 던져버리고는 킥으로 머리를 가격해 그를 바닥에 기절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랜디는 탑루프에 올라가 그의 시그니쳐 기술인 '램 잼'으로 피니쉬를 날립니다.
경기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한 사람이 그를 찾아옵니다. 그는 경기를 주관하는 인물로 빅 매치를 하나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20년 전, 미국의 레슬링 팬을 열광시킨 '랜디와 아야톨라'의 전설적인 경기를 재현하는 것이었죠. 관중도 몰릴 것이고, 자신의 레슬링 인생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기였기에 랜디는 재경기를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 랜디는 근육을 키워야 했습니다. 불법으로 구매한 약물들을 복용하며 강도 높은 운동을 반복한 랜디. 그는 한 경기를 마치고 락커룸에서 구토와 함께 의식을 잃고 쓰러집니다.
눈을 뜬 랜디는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주치의는 심장에 무리가 가서 어쩔 수 없이 혈관 우회 수술을 실시했다고 설명하죠. 덕분에 랜디는 목숨을 구했지만, 강도 높은 운동을 다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까딱하다가는 다시 이전처럼 심장이 멈출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를 받죠. 랜디는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목숨을 걸고 찬란하게 빛났던 경기를 재현할 것인가? 아니면 은퇴를 선언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가?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레슬링에 관심 있는 분', '감정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잔잔한 전개를 싫어하는 분', '감정적인 영화를 싫어하는 분', '노출이 나오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완벽한 거짓을 위해 바쳐야 하는 것 |
보통 레슬링은 짜고 치는 거짓이라 말합니다. 실제로도 올림픽 레슬링이 아닌, 프로 레슬링은 양 선수가 서로 합을 맞추어 보여주는 연기이죠. 관객들에게 강렬한 재미를 주기 위해 톱니바퀴 맞물리듯 어우러지는 멋진 기술들과. 선악을 구분하고, 악인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의 플롯으로 진행되는 레슬링.
여기까지가 레슬링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었을 얘기입니다. 그런데 선수들의 삶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전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영화는 80년대 레슬링 히어로 랜디가 더 이상 활약하지 못하는 2000년대 후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늙고, 노쇄해진 랜디는 전성기처럼 날아다니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만이 그의 뒤를 지탱해주고 있었죠. 다른 사람들이라면 은퇴를 고민해야 할 시기이지만, 랜디는 그러지 않습니다. 비록 적은 레슬링 수입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고 있었죠.
그가 레슬링을 지속하며 실질적으로 얻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레슬링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더 망가지고 있었죠. 완벽한 무대를 위해 선수들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습니다. 무대에서의 환호를 위해 우락부락한 근육을 키우며,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죠. 통증을 참기 위해 강한 진통제를 사용하고, 근육을 키우기 위해 과도한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그들. 심지어 레슬링에 눈이 멀어, 가족과 관계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늙어서 딸에게 쌍욕을 들으며, 외면받는 비루한 아버지가 되어 버립니다.
과도한 약물로 인해 랜디는 결국 심장에 혈관 우회 수술을 받게 됩니다. 사실상 레슬링을 은퇴해야 하는 상황. 그의 삶에 모든 것이었던 레슬링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잃어버렸던 평범한 삶으로 회귀하고자 노력합니다. 잡혀있던 모든 경기를 취소하고, 사랑하는 스트리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외면했던 딸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남깁니다. 그리고 경기를 치렀던 주말에 정육점에서 일하며 평범한 사람들처럼 일하며, 돈을 벌기 시작하죠.
그러나 그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딸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정육점에서 일하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참을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었죠. 그는 취소했던 아야툴라의 경기를 다시 수락합니다. 심장이 멈추는 것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혈육인 딸도, 못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캐시디도, 위태로운 그의 건강도 그를 붙잡을 수 없습니다. 그가 태어난 곳, 살아온 곳, 그리고 생을 마감할 곳은 바로 링 위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피날레, 램 잭을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날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던져버릴 수 있는 랜디.
보통 레슬링을 짜고 치는 거짓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거짓 속에서 숨 쉬는 사람에겐, 더 이상 거짓이 아닐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빈이 아닌, 랜디입니다"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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