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입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을 딱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고르실 수 있으신가요? 이 영화는 22명의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며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추억'의 본질을 파악한 고레에다 감독의 뛰어난 통찰력이 담긴 작품이기도 하죠. 바쁜 일상 속에서 망각하기 쉬운 추억이라는 인생의 필수적인 요소를 감명 깊은 방식으로 그려낸 하나의 필독서와도 같은 작품을 보고 싶으시다면, 영화 '원더풀 라이프' 여러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을 딱 하나만 선택해주세요" - 극 중 가와시마의 대사 |
장르 : 드라마, 판타지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이우라 아라타(모치즈키), 오다 에리카(시오리), 테라지마 스스무(가와시마)
상영 시간 : 118분
영화는 오늘이 '월요일'임을 알려주며 시작합니다. 모치즈키와 가와시마가 계단을 타고 올라가며, 지난주에 있던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죠. 출근하자마자 보이는 부지런한 직원들. 저마다 빗자루, 물걸레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었죠. 이내 부장이 들어오더니 지난주에 들어온 18명 인원을 보내줄 수 있었다고 말하죠. 그런데 이번엔 22명으로 할 일이 늘어난 상황이었죠. 가와시마 8명, 스기에 7명, 그리고 모치즈키에게 7명을 배정하며 시작합니다.
짙은 안개가 내린 곳에서 하나 둘 걸어 들어오는 망자들. 그들은 접수처에 이름을 말하고 번호표를 발급받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은 대합실에서 얘기를 나누며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죠. 곧 오전 면접이 시작되며 1번부터 차례대로 면접장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는 면접관들. 고인들은 지난주에 사망한 사람들이며, 일주일간 개인실에서 머물게 되죠. 그 사이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 하나를 고르는 일이었죠. 사흘 내로 선택해야 하며, 선택한 추억은 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재현합니다. 재현 영상은 토요일에 상영되며, 고인들은 추억을 품에 안고 세상을 떠나게 되죠.
22개의 인생, 22개의 추억. 과연 그들은 어떤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사색하게 만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 '잔잔한 드라마 장르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잔잔한 영화를 싫어하는 분',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행복한 기억을 단 하나만 고른다면 |
상당히 영리한 질문이라 생각이 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행복한 기억의 우열을 가르는 것이 아닌, 인생을 쭉 되짚어 보라는 의미가 큰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정신없이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영화를 보는 동안, 잠시라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소중한 것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상기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기억의 부정확성 및 행복의 해석 |
영화에서 인상적인 특징을 하나 고른다면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을 재현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인생을 촬영한 비디오가 없어, 세트를 설치하고, 배우를 동원해 연기를 펼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을 끄집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인생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재현에 다른 의미가 존재할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사망한 본인들에게 기억을 회상하게끔 만드는가?'라는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질문이지요.
영상과 기억의 차이.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 가에 달려 있습니다. 영상은 말 그대로 빛으로 투영된 상을 담아냅니다. 보이는 대로 가감 없이 객관적인 상을 담아내게 되죠. 그러나 기억은 주관적인 해석이 동반된 편향적인 정보입니다. 예시로 누군가 우리에게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일상에서 종업원 같은 서비스 직무에게서 보이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말이죠. 여기서 대상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 미소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만일 그 사람을 사모하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미소에 사랑의 감정을 넣어서 해석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그 사람을 혐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미소를 음흉하고, 불쾌하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나고 사사로운 감정에서 벗어나 지난 일을 객관적으로 되짚어 볼 수 있다면 그 미소에는 하등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자신의 추억을 영상으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이 객관적인 영상을 통해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 행복한 기억을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은 해석하기 나름 |
생을 마감할 때까지 행복한 기억이 단 하나도 없던 이들은 저세상으로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재현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모치즈키가 그런 인물이었죠. 전쟁에 참전해 짧은 인생을 마감한 주인공은 행복한 기억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습니다.
그가 소중한 기억을 찾게 된 계기는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교코와 결혼한 남편, 와타나베를 담당하면서입니다. 그도 모치즈키와 비슷하게 행복한 기억을 결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인생을 담은 영상을 돌려보며 고르려고 해 보아도, 사흘이라는 주어진 기간 내에 선정하지 못하죠. 결국 선정한 그의 추억은 교코와 함께 갔던 공원 벤치를 추억합니다. 비록 아내가 매년 사망한 모치즈키 묘소에 참배를 갔지만, 긴 세월을 함께한 동반자이기에 첫 만남을 소중한 기억으로 선정한 것입니다. 그 공원은 모치즈키에게 익숙한 장소였습니다.
모치즈키는 교쿄의 재현 영상을 돌려봅니다.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 들고 간 기억은 바로 모치즈키가 전쟁으로 사망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공원에서의 기억이었습니다. 이는 모치즈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를 주고 떠나갔다 생각했던 순간이, 오히려 교코에게는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남은 것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했던 이와의 마지막 기억.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관점에 따라 아픔을 준 기억으로도, 행복한 기억으로도 해석할 수 있던 것입니다.
마침내 모치즈키는 소중한 기억을 찾아냅니다. 망자로 50여 년을 떠돌던 그가 마침내 평광판을 돌려 행복한 추억을 관측했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공원 벤치에서 똑같은 제복을 입은 채로 재현 영상을 찍고, 그때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영원으로 사라집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모치즈키 캐릭터를 통해, 행복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생각하는 분들도, 관점을 바꾸어 행복을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추억에 관한 고레에다 감독의 깊은 통찰"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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