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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유전 - 압도적인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Heritage, 2018)

무비서포터 2023. 9. 20. 00:00

 안녕하세요. 무비서포터입니다.

 

 오늘 들고 온 영화는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장편 데뷔작, '유전'입니다. 점프 스케어, 소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영화의 틀을 벗어나, 기이한 분위기와 연출로 내면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독특한 공포영화입니다. 탄탄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토니 콜렛의 명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으로 일평생 보았던 공포 영화 중에서 탑 3에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압도적인 공포를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영화, '유전' 당당히 추천드립니다!

 


 

영화 소개 (스포일러 x)

 

 

유전 예고편

 

"우리의 희생은 그 보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 극 중 앨런의 유언장 내용

 

장르 : 공포, 미스터리

감독 : 아리 애스터

주연 : 토니 콜렛(애니), 알렉스 울프(피터), 밀리 샤피로(찰리), 앤 도우드(조안), 가브리엘 번(스티브)

상영 시간 : 127분

 

 영화는 한 문구를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앨런 테이퍼 리는 향년 78세로 긴 투병 끝에 딸 애니의 집에서 2018년 4월 3일 별세하셨습니다. 고 마틴 리의 사랑받는 아내이며 애니 리 그레이엄과 고 찰스 리의 어머니이자 피터와 찰리의 다정한 할머니였고 닥터 스티븐 그레이엄의 장모님이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킹스톤 장례식장에 모시며 장례식은 토요일 오전 10시에 스프링 블로섬 묘지에서 진행됩니다.'

 

 카메라는 애니의 작업실 풍경을 보여줍니다. 창문으로 보이는 작은 오두막집부터, 미니어처가 올려진 작업대까지 카메라가 점차 움직인 후, 피터의 방을 클로즈업합니다. 그곳 침대에는 피터가 늦잠을 자고 있었고, 아버지 스티브가 들어와 정장을 가지고 들어오며 그를 깨우죠. 스티브는 이어서 나무 위 오두막에서 잠을 자고 있는 찰리를 깨웁니다.

 

 장례식장에서 애니는 추도문을 읊습니다. 자신의 할머니는 비밀이 많은 분이셨다며, 비밀 친구, 비밀 의식, 은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말합니다. 건강할 때는 다정했고, 고집이 많은 분이셨다고 회고합니다. 그리고 늘 정답을 말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장례식 분위기는 상당히 특이했습니다. 찰리는 보고 기분 나쁘게 웃는 사람, 할머니 시신 입에 손을 가져다 대는 사람 등 평범한 장례식은 아니었죠.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애니는 기분이 이상하다고 스티브에게 말합니다. 스티브는 편하게 있으면 점차 기분이 풀릴 것이라 위로하죠. 밤이 되자 애니는 찰리의 침실로 향합니다. 찰리는 잠을 이루지 못하며,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있었죠. 자신을 가장 보살펴줬던 할머니, 그녀는 찰리가 남자였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늘 말하곤 했다고 알려줍니다. 그리고 자신을 보살펴주던 할머니가 없으니 누가 자신을 돌봐주냐고 묻죠. 애니는 엄마인 본인, 아빠 스티브, 그리고 오빠 피터가 있으니 안심하고 잠을 자라고 다독입니다. 애니는 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엄마, 앨런의 물건을 살펴봅니다. '심령술에 관한 메모'라는 저서 사이에는 '우리의 희생은 큰 보상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는 기괴한 문구가 적힌 메모가 담겨 있었죠. 애니는 질색하며 책을 덮고, 그녀의 상자 속으로 던져 버립니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찰리는 창문에 비둘기가 부딪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기괴하게 생각하지만, 찰리는 전혀 요동이 없었죠. 쉬는 시간, 찰리는 가위를 들고 비둘기 시체가 있는 곳으로 향합니다. 잠시 시체를 보던 찰리는 가위로 비둘기의 머리를 절단하고 주머니에 집어넣죠. 그리곤 저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는 의문의 여성과 손인사를 나눕니다.

 

 애니는 이상한 기분을 정리하고자 노력합니다. 앨런의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그려진 의문의 삼각형 모양 표시를 보고는 문을 닫고 나와버리고, 집단 상담을 진행하는 체육관에서는 조현병이 있던 오빠가 자살한 얘기를 나누며 마음의 짐을 정리하려고 하죠. 그녀가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기억은 끔찍한 경험뿐입니다. 자신 멋대로 행동하며,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던 엄마가 이미 자신의 인생과 가족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며, 그리고 그것을 용납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죠.

 

 며칠이 지나고 피터는 파티에 초대되었습니다. 놀러 가려는데, 애니는 찰리까지 데려가라고 말하죠. 강압적인 그녀의 부탁에 어쩔 수 없이 피터는 찰리를 데리고 파티장으로 향합니다. 피터에게 찰리는 약간 성가시기는 했지만, 그를 크게 방해하지 않았기에 마음 놓고 약을 즐기며 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찰리는 실수로 땅콩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버렸고,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해 호흡을 어려워합니다. 찰리를 살리기 위해 일분일초가 아쉬운 상황. 병원으로 곧장 향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피터는 차를 몰고 빠른 속도로 도로를 주파하죠. 내부가 갑갑했는지 찰리는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고개를 내미는데... 전봇대가 그녀의 머리를 강타했고, 찰리의 헐떡이는 소리도 멈추게 되었습니다. 피터는 두려움에 떨지만, 그대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로 향합니다.

 

 다음 날 아침에 애니의 비명 소리가 집을 가득 채웠고, 피터는 이불에 고개를 파묻으며 그녀의 비명 소리가 그치길 기다립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분', '기이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 '완성도 높은 영화를 좋아하는 분'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천합니다! : '기괴한 장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분'

 

여기까지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없는 영화 소개입니다.

 

아래로 내리시면, 제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추천하게 된 계기를 스포일러와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파이몬

 

 

 영화 유전은 오컬트 요소를 지니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중에서도 서양의 악마학을 차용한 영화로, 찰리의 몸에 들어있던 지옥의 왕 파이몬이 애니를 죽이고, 피터의 몸을 차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죠.

 

 우선 파이몬은 악마학에서 솔로몬 왕이 봉인한 72가지의 악마 중 하나입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세 번째 왕으로 흔히 알려진 친모를 찾는 재판에서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 명했던 현명한 왕이죠. 대표적인 17세기 악마학 저서 '솔로몬 왕의 소열쇠 책(The Lesser Key of Solomon)'에서 솔로몬 왕이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악마들을 봉인하였고, 첫 장 '아르스 게티아(Ars Goetia)'에 봉인한 악마의 이름과 능력을 상세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파이몬 악마는 9번째이며, 작위는 '

왕(King)'이죠. [1], [2]

 

 해당 저서는 파이몬 왕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는 낙타를 타고 타니며, 심벌, 트럼펫과 같은 시끄러운 음악을 들려주며 돌아다닌다고 합니다. 만일 파이몬 왕이 혼자 나타난다면, 그 아래에서 봉사하지만 항상 동행하지는 않는 두 왕인 Lebal(혹은 Bebal로 불림)과 Abalam을 소환하기 위한 희생이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69개에 달하는 영혼의 지역에 군림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는 천사의 영역을 군림하고 있다고 하죠. 게다가 학식도 뛰어나 과학 및 예술에 대해 상당한 경지에 이르어 있고, 어떤 질문이던 정확하게 대답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이와 같은 능력은 영화 유전에서도 묘사되어 있으며, 악마학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영화를 200%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기이한 연출을 통한 서스펜스

 

 

 영화 유전은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다른 방식의 공포를 추구합니다. 그것은 바로 기이한 현상, 혹은 연출을 통해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하나는 비정상적인 인물의 행동, 두 번째는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리 애스터 감독의 탁월한 미장센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비정상적인 인물의 행동을 보여주며 불안감을 유발합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보통의 사람들이 하지 않을 행동을 함으로써 두려움과 호기심을 동시에 유발하는 장치이죠. 영화에서 보이는 대표적인 예시들을 나열해 보자면...

 

1) 비둘기 머리를 가위로 잘라 수집하는 찰리

2) 찰리를 보며 웃거나, 인사를 나누는 낯선 사람들

3) 초원에 불을 지르고 그 가운데에 앉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

4) 찰리의 사망 현장을 미니어처로 구현하는 애니

5) 나체로 애니의 집에 들어온 낯선 사람들

 

 

 다음 두 번째로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보여주며, 미지의 공포를 관객에게 심어주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1) 영혼이 칠판에 분필을 사용해 글씨를 씀

2) 초의 불길이 솟아오르고, 애니의 목소리가 변하며 찰리 흉내를 냄

3) 스티브가 책을 화로에 던지자 몸에 불길이 치솟음

 

 마지막으로 아리 애스터의 탁월한 연출력이 공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애니를 연기한 토니 콜렛의 연기력이 압도적이며, 귓가를 때리는 기괴한 음악이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공포감을 자아내는 연출의 예시를 나열해 보자면...

 

1) 영문을 알 수 없는 불빛이 나타남

2) 찰리의 머리처럼, 자고 있는 피터의 머리를 뒤덮고 있는 개미떼 환영

3) 반사된 거울에서 피터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 환영

4) 천장을 타고 다락을 머리로 두드리는 애니

5) 천장에 매달려 스스로 목을 실로 절단하는 애니

 

등... 이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접목하여 점프 스케어 없는 한 편의 훌륭한 공포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 Wikipedia - The Lesser Key of Solomon : https://en.wikipedia.org/wiki/The_Lesser_Key_of_Solomon

[2] Wikipedia - List of demons in the Ars Goetia : 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demons_in_the_Ars_Goetia

[3] Wikipedia - Paimon : https://en.wikipedia.org/wiki/Paimon#cite_note-FOOTNOTEPeterson200111-13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줄 평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압도적인 공포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 추천은 매주 월, 수, 금요일 정각에 업로드됩니다.